[미디어스=노하연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12·3 비상계엄 내란 사태로 구속기소된 군 장성들에 대해 '신속한 보석 허가와 접견 제한 해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등의 의견을 군법원, 수사기관에 권고했다.
헌법기관인 국회에 총과 실탄을 들고 난입한 혐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 체포 목적으로 망치·야구방망이·포승줄을 챙긴 혐의를 받는 이들에게 '호송 시 포승줄을 사용 금지' 등의 인권보호 조치를 권고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 인권위는 '내란비호위원회'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지난 18일 인권위 군인권소위원회(소위원장 김용원 상임위원)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부하들의 인권을 보호해달라는 긴급구제 신청을 안건에 올렸다. 군인권소위는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한 진정을 각하한다는 인권위법에 따라 김용현 전 장관의 긴급구제 신청을 각하했지만, 인권 개선사안에 대한 의견 표명·권고를 결정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인권위로부터 제출받은 결정문에 따르면, 이번 의견 표명은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전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이진수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5인을 대상으로 한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의 경우 김용현 전 장관이 긴급구제 신청을 하지 않았는데 의견표명 대상자에 포함됐다.
군인권소위는 군사법원, 수사기관에 ▲불구속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신속한 보석 허가를 적극 검토할 것 ▲다른 사람과의 접견 제한이나 물건 수수 금지 등을 해제할 것 ▲국회·법정 등에 호송할 때 수갑·포승줄 등을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군인권소위의 이번 결정문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고도의 통치행위'라는 내란 옹호 주장을 근거로 삼고 있다. 군인권소위는 1997년 전두환·노태우 신군부의 12·12 쿠데타와 5·18 내란에 대해 대법원은 '대통령의 비상계엄의 선포나 확대 행위는 고도의 정치적·군사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행위였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하며 고도의 통치행위는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판결 일부를 인용한 것으로 대법원은 신군부의 비상계엄 확대를 내란죄로 보고 전두환 전 대통령에겐 무기징역, 노태우 전 대통령에겐 징역 17년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군사반란에 가담한 신군부 인사들에게도 징역형을 선고했다. 199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통령의 비상계엄의 선포나 확대 행위는 고도의 정치적·군사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행위"라면서도 "비상계엄의 선포나 확대가 국헌 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해진 경우 법원은 그 자체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심사할 수 있다"고 했다.
군인권소위는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5인에게 '국헌문란의 목적', '폭동' 등 내란죄 구성 요건이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러나 헌법과 계엄법은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요건으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를 규정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사실상 야당을 '패악질을 일삼는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 척결 대상으로 삼았다. '전시·사변'과는 아무런 관계 없는 비상계엄 선포였지만, 군 장성 5인은 계엄에 복무해 재판에 넘겨졌다.

계엄사 포고령은 국회·지역의회·정당 등의 정치활동을 전면 금지한다는 내용이었으며 무장한 계엄군은 국회 창문을 깨고 난입해 국회의원 체포·구금을 시도했다. 헌법과 계엄법 어디에도 계엄을 통해 입법부의 활동을 금지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없다. 오히려 헌법과 계엄법은 전시·사변 등 비상사태에서 계엄이 선포되더라도 국회의 계엄 통제권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형법 제91조는 '국헌 문란'에 대해 ▲헌법·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하거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회와 선관위가 주요 헌법기관에 해당한다.
지난 18일 시민사회연대체 '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은 성명에서 "인권위는 내란보호위원회가 아니다. 인권위 파괴자들은 권력 말고 시민을 보라"고 비판했다. 공동행동은 인권위의 긴급구제 조치는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계속되고 있다는 상당한 개연성이 있고 이를 방치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인정되는 경우 ▲당사자 또는 관계인 등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 명예의 보호, 증거의 확보 또는 증거 인멸의 방지를 위하여 필요할 때 이루어 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20일 개최된 인권위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군인권소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날 남규선 상임위원은 김용원 상임위원을 향해 “정파를 대변하는 정치활동을 인권위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용원 상임위원은 “임의적 보석은 군사법원법에 나오는 조문”이라며 “말씀하시려면 공부를 제대로 해서 갖다 붙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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