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노하연 기자]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해 B등급 강등 등 국제사회의 비판이 불가피하다며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오는 10월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이하 간리)의 특별심사를 받는다.
지난 3월 26일 간리는 인권위에 특별심사를 통보하고 ▲계엄령 선포와 관련된 인권 침해 대응 ▲장기간 회의 부재로 인한 진정 처리 지연 현황 ▲인권 문제에 관한 위원들 간의 공개적 입장 차이가 미친 영향 등의 자료를 제출하라는 서한을 보냈다. 인권위는 간리 요구 자료를 6월 1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간리는 회원국의 국가인권기구를 5년 주기로 정기 심사한다. 인권위가 정기 심사 외 특별 심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4일 국내 36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가인권위원회바로잡기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에서 <세계인권기구연합의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 특별심사 전망과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자들은 “2001년 김대중 정부 시절 출범한 인권위가 지난 24년간 다섯 차례 정권 교체를 거치며 매번 정치적 논란과 독립성 위기에 직면해 왔다”며 “파리원칙과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게 관련 법제도를 전면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은 "B등급을 받아서 인권상황이 나쁘고, A등급을 받아서 반드시 좋다고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특별심사로 B등급 강등이 됐다면 그 나라 인권이 좋아지지 않았다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2024년 12월 기준으로 총 118개 회원국 중 91개 인권기구가 A등급이며 B등급의 인권기구는 27개다. 나 국장은 “특별심사로 B등급 강등이 이뤄질지의 여부는 미지수다. 하지만 시민사회는 간리에 한국 인권위와 정치상황을 제대로 전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 국장은 “시민사회는 인권위의 윤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권고안 결정과정과 이 과정에서 인권위를 점거한 극우세력의 난동 및 최근 중국 이민자들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와 폭력을 행사하는 세력들이 동일함을 지적하고 인권위가 이 세력들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는 점을 특별심사에서 지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동행동의 최새얀 민변 변호사는 “군부 쿠데타나 정부의 인권 탄압에 침묵한 국가인권기구는 대부분 B등급으로 강등됐다”고 말했다. 이집트, 태국, 니카라과는 특별심사를 거친 후 B등급으로 조정됐다. 간리는 2024년 이집트 국가인권이사회에 대해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의지가 없다’, 태국 인권위에 대해 '2014년 군부 쿠데타의 심각한 인권 침해를 적절한 시기에 처리하지 않았다'는 강등의 이유를 거론했다.
최 변호사는 "이번 발제를 계기로 타국 사례를 살펴보고 국가인권위의 만행을 다시 한 번 살펴보면 B등급 강등 권고를 받기에 너무나 충분한 사유들이 존재한다”면서 “그러나 시민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었듯 이번 특별심사를 통해 국가인권위원회의 등급이 강등되기만을 바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반인권과 비민주 이후의 세상을 그려나가기 위해서는 인권위가 기존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더 앞서나가 시민사회가 요구해온 의제를 적극 반영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현 인권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가감 없는 비판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국인권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성훈 아주대 겸임교수는 현행 인권위 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 교수는 “결국 법개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의 문제”라며 “우리의 사법 체계가 ‘1987년 체제’라면 인권 체계는 ‘2001년 김대중 체제’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인권 체계가 마련됐는데 이 골격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간리 승인소위원회가 제시한 독립성, 투명성, 다원성 등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단일하며 독립적인 추천위원회를 만들라는 것이 간리 승인소위가 말하는 것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대통령 중심의 인선 구조를 국회 중심으로 전환 ▲독립적 인사추천위원회 도입 ▲위원장뿐 아니라 상임위원도 인사청문회 실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소속 서채완 민변 변호사는 국회가 인권위원을 탄핵소추하는 국가인권위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된 것을 지적했다. 그는 “국회에 발의된 ‘김용원 찍어누르기’와 같은 법안은 제도 마련으로 현재 인권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오만”이라며 “일정수준 평가수준에 못미치는 위원은 직을 유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거버넌스의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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