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한국기자협회가 발행하는 기자협회보 편집위원회가 박장범 KBS 사장 후보자를 두고 “정권이 공영방송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속내가 빤히 보인다”면서 “구성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기자협회 편집위원회는 5일 <[우리의 주장] 박장범 사퇴, KBS 구성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에서 “KBS 사장은 정권의 조율을 거쳐 선임됐기에 인사청문회는 요식절차로 진행될 것”이라면서 “박 후보자가 사장 후보로까지 부상한 과정을 복기해 보면 이 정권의 권력을 누가 좌지우지하고 있는지, 정권이 공영방송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속내가 빤히 보인다”고 말했다. 기자협회는 기자 1만 2천여 명이 가입한 한국 최대 언론 단체다. 기자협회 편집위는 협회 소속 언론사 기자들로 운영된다.

기자협회 편집위는 ‘뉴스9 앵커를 역임하며 언론인으로서 자질과 역량을 인정받았다’는 윤석열 대통령 평가에 대해 “과연 그럴까”라면서 “방송사의 얼굴로 불리는 메인 뉴스 앵커의 존재감은 사회적 이슈나 권력 남용에 대한 촌철살인의 비판으로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기자협회 편집위는 “그가 맡은 KBS 9시 뉴스는 기계적 중립조차 지키지 못했다”면서 “북한과 안보 뉴스 보도는 홍수처럼 쏟아졌지만 주요한 정치·사회적 현안들은 외면하거나 소홀히 취급됐다. 박 후보자가 진행한 KBS 9시 뉴스의 일 평균 시청자는 168만 명으로 전임 앵커(247만명) 시절보다 32%p나 줄었다”고 말했다.
기자협회 편집위는 ‘조그마한 파우치’ 발언이 나온 ‘윤 대통령 특별대담’을 거론하며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장면이 공개되며 이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은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였고, KBS가 단독 진행한 대통령 신년대담은 이 문제를 확인하고 대통령 부부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기회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진행자로 나선 박 후보자는 명품객을 ‘파우치, 외국회사 조그마한 백’이라 표현했고, ‘이 문제로 부부싸움을 했느냐’고 묻는 등 변죽만 올렸다"며 "대담 이후 김 여사를 ‘정치공작의 희생자’로 규정하려는 대통령실 의도에 KBS가 판을 깔아줬다는 혹평이 쏟아진 것은 당연했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사장 후보 면접에서 ‘조그마한 파우치’ 논란과 관련해 “명품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것은 기본적으로 언론에서 구분하는 품목에 ‘명품’은 없고 ‘생필품’ '사치품‘ 두 가지”라며 "수입 사치품을 명품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서는 부적절하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 후보자는 2014년 런던특파원 시절 <[생생경제] 영국서 ‘한국 명품’ 특별전…도전 본격화> 리포트에서 “해로즈백화점의 주 고객인 중동 부유층의 눈높이에 맞춘 한국산 명품들도 전시됐다”고 전했다.

기자협회 편집위는 “국민적 정서와는 한참 동떨어져 있는 반면 ‘용산의 심기’는 알뜰하게 살피고 있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KBS 기자들은 이 대담 이후 자괴감에 빠졌지만, 박 후보자는 이 대담 진행으로 대통령실의 눈에 든 것으로 알려졌다. 의도된 것이건 아니건 결국 앵커 자리를 자신의 사장 도전을 위한 발판으로 이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자협회 편집위는 “검은 것을 검고, 흰 것을 희다고 말하지 못하는 박 후보자에 대한 KBS 기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며 “‘탁월한 친화력과 협상능력, 적극적인 자세로 조직 내 신망을 받고 있다’고 한 대통령실의 평가가 얼마나 황당무계한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KBS 구성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면 박 후보자는 지금이라도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옳다”고 촉구했다.
지난달 23일 KBS 이사회가 박장범 후보자를 임명제청한 이후 KBS 내부에서 '박장범 사퇴' 요구가 쏟아졌다. 33년차 18기부터 막내인 50기까지 총 30개 기수, 495명의 기자들이 '박장범 반대' 기명 성명을 발표했으며 언론노조 KBS본부, KBS 같이노조, 기자협회, 전국기자협회, PD협회도 박장범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박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오는 18~19일 양일 열릴 예정이다. 이번 인사청문회 증인과 참고인은 각각 20명, 11명으로 '대통령실의 KBS 사장 선임 개입 의혹, 인사검증' 사유로 대통령실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이기정 비서관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박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KBS 기자들의 기명 성명이 쏟아진 것과 관련해 노태영 KBS 기자협회장, 박상현 전국언론노동조합KBS본부장, 권준용 KBS 같이(가치)노동조합 위원장 등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 월스트리트 등 외신 기자들도 박 후보자의 '조그마한 파우치' 발언과 관련한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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