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22대 국회가 방송사의 ‘편성규약 준수 의무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방송사 노동조합 대표자들은 ‘임명동의제 무력화’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폐지’ ‘역사저널 그날 낙하산 진행자 논란’ 등 ‘박민 사장 체제’ 이후 KBS에서 발생한 사태 등을 거론하며 처벌 규정이 없는 '편성규약'은 유명무실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훈기 의원실은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방송3법 등 언론개혁과 22대 국회의 역할>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학부 교수는 지난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한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과 방송통신위원회 정상화를 위한 ‘방송정상화 3+1법’(방송 3+1법)에 대해 “완벽하지는 않지만 현시점에서 가장 최선의 안”이라면서 “정치적 후견주의를 최소화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정치적 후견주의 차단뿐 아니라 방송사의 내적 자유도 보장돼야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받지 않는다면서 방송법도 방송의 내적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방송법 4조 4항은 ‘방송프로그램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취재·제작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방송편성 규약을 제정하고 이를 공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 교수는 “방송법의 의미는 노사가 일방적으로 하지 말고 논의를 통해 필요한 사항을 결정하라는 것이다. 강제성이 있지만, 지금 편성규약에 위배되는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편성규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시 일정한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훈기 의원은 '방송편성규약' 준수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방송3법을 대표 발의했으나 과방위를 통과한 민주당 당론의 '방송 3+1'법에서는 빠졌다.

김 교수는 ‘편성규약 준수 의무화가 과잉금지 원칙 위반이고 공영방송 경영진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해 “규약을 제정했으면 그 규약에 따라 이행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다만 편성 규약의 내용 중 무엇을 위반했을 때 처벌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제정 논의 과정에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공영방송 이사 추천단체에 직능단체가 포함된 것이 편향적이라는 여권의 주장에 대해 “과거 보수 정권 시절과 현 정권에 비판적인 성명서를 냈다고 직능단체를 친민주당세력이라고 규정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공영방송 탄압에 저항하는 의견”이라며 “오히려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법을 고민할 때 필요한 단체들”이라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이사 추천 다양화로 이사회 기능이 형해화된다’는 주장에 대해 “감시와 견제의 대상인 이사회를 구성할 때 보편적인 해당 사항”이라며 “대학에 교수들이 이사회에 참여하거나, 노동이사제가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추천 주체를 다변화해 공영방송 관련 단체에 추천 권한을 주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은 자사의 사례를 소개하며 ‘편성규약 위반 시 처벌’ 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본부장은 “편성규약 마련을 통해 누가 사장으로 오더라도 공정방송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번에 박민 사장을 통해 이 제도가 너무 허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임명동의제 무력화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역사저널 그날 파행’ ‘건국전쟁 감독 인터뷰’ 등을 거론하며 편성규약이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했다. 박 본부장은 “지키지 않았을 때 제재하지 않으면 편성규약을 만들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22대 국회에서 이 부분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처벌 규정을 꼭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성호 방송기자연합회장은 “일각에서 방송기자연합회가 언론노조 영향력에 있다고 주장하는데, 언론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소속원이 상당히 많다”며 “언론노조와 공동 성명이나 기자회견을 연 것을 문제 삼는 것 같은데 ‘황상무 회칼테러’ 발언 때 함께한 적이 있다. 언론현업단체라면 당연히 해야될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박 연합회장은 최근 언론노조·한국기자협회·방송기자연합회 등이 공동으로 민주당의 ‘애완견’ 발언 비판 성명을 낸 것을 거론하며 “직능단체의 목적은 민주주의 발전과 언론인의 권익 향상이다. 이 목적에 맞다면 목소리를 내는 것이지 정치권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의 지위를 공무원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류희림 위원장’ 체제의 방통심의위는 ▲가짜뉴스 신속심의 ▲정부·여당 비판 방송 무더기 심의 ▲인터넷 언론사 심의 ▲윤석열 대통령 풍자 영상 접속차단 ▲선거방송심의위원회 편향적 구성 등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문제는 이 같은 권한 남용에도 방통심의위를 규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방통심의위는 형식상 민간행정기구이며 방통심의위원은 공무원 지위를 부여받고 있지 않아 국회 탄핵소추의 대상이 아니다.
신미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회 변호사는 “방통심의위는 민간독립기구라는 외피를 두고 있지만, 국가행정기관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방통위원이 위법적인 일을 하면 면직되는 것처럼, 방통심의위원도 위법적 행위를 할 때 해촉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차라리 최소한 방통심의위원의 경우 공무원으로 규정하면 ‘공무원이 내용 심의를 하게 되는 것이니 비판적 시각이 강화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며 공무원 신분이면 직무상 위법 행위를 할 때 탄핵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신 변호사는 “공정성·객관성 등 모호한 조항으로 심의해 정권 비판 프로그램 압박수단으로 사용됐다”면서 “최근에는 법률적 근거 없이 인터넷 뉴스 긴급 심의에 나섰다. 인터넷 보도를 정보통신으로 포함하지 않는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방통심의위의 MBC에 대한 표적심의가 재허가 심사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현 정권은 방송장악을 방송 정상화라고 여기고 있다. MBC 장악은 MBC 민영화 시도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훈기 의원은 "방통심의위원장도 탄핵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하려고 준비 중에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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