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고대영 전 KBS 사장이 후배들의 요청을 뿌리칠 수 없어 보궐 사장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고 전 사장은 “사장 공모 과정에서 안타까운 소식만 전해져 마음이 괴로웠다”면서 “KBS가 이렇게 추락하는 것을 그냥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민 KBS 사장 내정설’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KBS 구성원들은 ‘박민 내정설’이 사실이 된다면 이사회를 방송법 위반으로 고발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KBS 이사회는 25일 저녁 사장 후보자 공모 결과를 발표했다. ▲박민 문화일보 논설위원 ▲박문혁 케이큐뉴스 대표기자 ▲고대영 전 KBS 사장 ▲박선규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김인영 전 KBS 보도본부장 ▲최철호 전 KBSN 사장 ▲권혁부 전 KBS 대구방송총국장 ▲전진국 전 KBS 부사장 ▲배재성 전 KBSN 부사장 ▲황우섭 전 KBS 이사 ▲최재훈 전 KBS 노동조합 위원장 ▲이영풍 전 KBS 노동조합 정책공정방송실장 등 12명이 지원했다.
고대영 전 KBS 사장은 26일 사장 원서 접수에 대한 입장문을 내어 “이미 한 번 사장을 한 사람이 왜 또 나서냐고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고 제가 봐도 민망한 일”이라면서 사장에 지원한 이유를 많은 후배들의 요청을 뿌리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고 전 사장은 “몇 달 전부터 많은 후배들이 다시 사장을 하라는 말을 많이 했다”며 “여러 차례 단호한 거부의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최근 들어 후배의 요청이 더욱 많아지고 간곡해져 이사회의 선택을 받아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고 전 사장은 “사장 공모 과정에서 안타까운 소식만 전해져 마음이 괴로웠다”며 “앞으로 KBS의 변화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30년 이상을 근무하고 저의 모든 것을 바쳤던 KBS가 이렇게 추락하는 것을 그냥 볼 수는 없었다”고 했다.
고 전 사장은 “사장으로 뽑아달라고 설득하고 호소할 생각은 없다"면서 "이렇게 지원서를 내는 것은 저에게 KBS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고, KBS의 위기를 극복할 역량 있는 사람이 없지 않다는 점을 알리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 전 사장은 “제가 아니라도 역량 있는 분이 사장으로 오신다면 저는 그를 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 전 사장은 지난 2017년 KBS 파업을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KBS 이사회는 고 전 사장을 보도 공정성 훼손, 내부 구성원 의견 수렴 부족 등 8가지 사유로 해임제청안을 의결했다. 지난 6월 대법원은 고 전 사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처분 취소 소송에서 해임이 위법하다고 판결한 2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한편 사장 공모 전부터 ‘박민 내정설’이 돌고 있다. 박민 논설위원은 제8대 법조언론인클럽 회장을 지냈으며 지난 5월부터 서울대 출신 언론인 모임 관악언론인회 회장을 맡고 있다.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인 박 논설위원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대학 후배다. 또 최근 표결 처리로 선출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역시 법조언론인클럽 회장을 지냈다.
KBS노동조합·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KBS방송인연합회는 26일 성명을 내어 박민 논설위원이 KBS 사장에 임명될 경우 이사회를 고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김의철의 해임이 가능하게 이사회의 구도가 재편되기도 전에 그(박민)는 마치 사장이 유력한 것처럼 소문이 돌았다”면서 “사장 내정설이 그저 우스갯소리로 돌아다니는 줄 알았는데 그가 진짜 지원서를 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제 이사회가 낙하산인지 아닌지가 드러날 시간”이라면서 “누차 지적했지만, 이런 하자를 가진 사람을 KBS 사장으로 앉히면 KBS의 혁신과 변화는 물 건너간다. 그는 KBS를 진정한 국민의 방송, 국가기간방송, 공영방송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단지 KBS 사장을 한번 해보고 싶은 것이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들은 “이사라는 사람들이 과연 KBS의 최고 의결기관으로서 자기 소임을 다하는지, 혹은 누군가의 지령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인지 똑똑히 지켜볼 것”이라며 “우리는 박민을 받지 않을 것이다. 이사회가 그를 사장으로 선임한다 해도, 우리는 그를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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