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과 5.18 단체가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의 KBS 보궐이사 임명에 대해 “일베 방송국으로 망쳐버리겠다는 오만과 불통의 권력이 스스로 목을 칠 것”이라고 규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오전 KBS 보궐이사에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를 임명했다. 이동욱 보궐이사 임명에 따라 KBS 이사회는 여·야 6대5 구도로 재편됐으며 오는 13일 개최될 회의에서 여권 추천 이사들의 박민 사장 임명 제청이 가능해진다. 최재훈 후보의 사퇴로 박민 후보가 단독 KBS 사장 후보자가 됐다. 

언론노조와 5.18민주화운동 서울기념사업회는 12일 KBS 본관 앞에서 '이동욱 KBS 보궐이사 임명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미디어스)
언론노조와 5.18민주화운동 서울기념사업회는 12일 KBS 본관 앞에서 '이동욱 KBS 보궐이사 임명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미디어스)

이동욱 보궐이사는 월간조선 기자 출신으로 5.18 왜곡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1996년 월간조선 4월호에 '검증, 광주사태 관련 10대 오보·과장'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광주사태와 관련해서는 거의 모든 오보가 피해자 중심으로 쏠려 있다"고 주장해 유가족들이 공개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또 그는 2013년 ‘조갑제 현대사 강좌’에서 “다수 선량한 시민들이 소수 선동가에 의해 선동당한 것으로 이것이 광주사태의 실제 본질”이라고 발언했다. 이 보궐이사는 지난 2020년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에 의해 KBS 보궐이사로 추천됐으나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는 분열의 우려가 있다며 낙마시켰다.

언론노조와 5.18민주화운동 서울기념사업회는 같은 날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동욱은 KBS를 극우 방송으로 전락시키려는 윤석열 대통령의 아바타”라며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장신환 5.18민주화운동 서울기념사업회 회장은 “지금 KBS 이사로 임명된 이동욱, 방문진 이사로 임명된 차기환 모두 5.18 폄훼로 먹고 살던 사람들”이라면서 “5.18은 전두환과 노태우가 반란죄와 내란죄로 처벌받으면서 끝난 상황이다. 작년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 정부도 5.18을 기념일로 제정하면서 선언문에 ‘5.18 민주화 운동은 미국 건국 어버이들의 정신과 같다’고 표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 회장은 “미국 주정부도 5.18을 기념하려 하는데, 차기환과 이동욱은 왜 아직도 왜곡하려 하나”라며 “5.18을 잔혹하게 왜곡하고 비난해 왔던 자들을 공영방송 이사에 임명되는 것을 용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장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가장 악랄하게 5.18을 왜곡한 인물을 공영방송 이사로 임명한 것은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하나회가 물러간 자리에 정치검찰과 일베 수준의 가짜 언론인들이 판을 치고 있는데, 이러한 현실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회장은 “국민 모두 이 말도 안 되는 악랄한 방송 장악에 함께 맞서줄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장시환 5.18민주화운동 서울기념사업회 회장이 12일 KBS 본관 앞에서 열린 '이동욱 임명 철회'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장시환 5.18민주화운동 서울기념사업회 회장이 12일 KBS 본관 앞에서 열린 '이동욱 임명 철회'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난장판으로 만든 국정에 공영방송이 있다”며 “급기야 모든 공영방송 이사회에 극우 난동꾼을 집어넣고 있다”고 규탄했다. 윤 위원장은 “5.18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허위조작 정보를 마구 퍼뜨렸던 차기환이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에 임명됐고, 극우 난동 유튜버의 놀이터가 된 KBS에는 5.18 자체를 부정하는 이동욱이 또다시 내리꽂혔다”며 “윤 대통령은 어제 재보궐 선거 결과에도 무도한 언론탄압과 방송장악을 중단할 생각이 조금도 없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위원장은 “공영방송을 국민의 목소리 대신 극우 난동꾼들을 대변하는 일베 방송국으로 망쳐버리겠다는 오만과 불통의 권력이 스스로 목을 치게 되는 일만 남았다”며 “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극우 난동꾼 이사 선임을 철회하길 바란다. 그것만이 눈앞에 다가온 당신의 조기 레임덕을 막는 유일할 탈출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윤 위원장은 KBS 구성원을 향해 “수신료 문제로 불안한 것을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그것 때문에 언론자유와 방송독립의 원칙을 스스로 꺾고 낙하산 사장의 길을 무력하게 열어준다면 국민이 여러분을 버릴지 모른다. 국민과 방송독립 투쟁의 역사를 믿고 함께 앞으로 나가자”고 강조했다.

강성원 KBS본부장은 “5.18 민주화 운동을 왜곡·폄훼한 이동욱은 2020년 당시에도 KBS 보궐이사로 거론되다가 그의 그릇된 역사관과 막말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자”라며 “그런 그가 불과 3년 만에 KBS 이사회에 내리꽂혔다. 오로지 용산의 낙하산 사장을 내리꽂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 본부장은 “긴말 하지 않겠다. 이동욱은 당장 사퇴하고, 이사회는 지금 진행되는 비상식적인 사장 선임 절차를 바로잡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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