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취재의 자유를 제한하는 취재 배제 결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헌법상 보장된 언론자유는 100% 보장하고 있다. 사과할 일은 아니다" -11월 15일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
MBC 취재진 전용기 탑승 불허에 대한 대통령실은 "취재 제한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민항기를 타고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일정을 따라나선 MBC·한겨레·경향신문 기자들은 "취재 제한 투성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4박 6일 일정의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16일 귀국하자 전용기 탑승에서 배제된 MBC, 언론자유 침해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전용기 탑승을 거부한 한겨레·경향신문 기자는 순방 취재기를 통해 어떻게 취재 제한이 이뤄졌는지 보도했다.
경향신문 심진용 기자는 취재기 <전용기보다 18시간42분 늦게 도착···이래도 ‘취재 제한’ 아니다?>에서 윤 대통령이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 발리를 방문해 바쁜 일정을 소화하던 14일, 대부분의 대통령 일정과 내용을 추후에 '들었다'고 전했다. 대통령 전용기는 13일 오후 11시 43분에 발리에 도착한 반면 심 기자는 14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오전 11시 비행기를 타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거쳐 오후 6시 25분이 돼서야 발리에 도착했다.
심 기자가 물리적 제약으로 대통령 일정을 따라가지 못한 사이 윤 대통령은 ▲한국 기업 관계자 오찬 ▲B20 서밋 기조연설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참석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이날 오전부터 ▲윤 대통령 일정 ▲'세일즈 외교' '공급망 강화' 경제외교 키워드 ▲G20 정상회의의 의미 등 원고지 42장 분량의 브리핑을 진행했다. 심 기자는 "다행(?)인지,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도 기내 간담회를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심 기자는 "대통령실은 전용기가 아니더라도 취재에 제한됨 없이 대통령을 쫓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인터넷 검색 1분이면 알 수 있는 일"이라며 "그게 아니면, 대통령의 발리 첫날 일정은 보도 가치가 없고 취재 대상도 아니라고 대통령실에서 판단했던 것일까. 알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프놈펜에서 발리로 가는 직항 민항기는 없었다.

한겨레 배지현 기자는 취재기 <한겨레 ‘민항기’ 취재기…대통령 4박6일 일정, 기자는 6박8일>에서 "현장은 제한투성이"라고 썼다. 배 기자는 "전용기로 이동하는 대통령의 동선을 시간에 맞춰 따라잡기란 불가능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밤 프놈펜 일정을 마치고 전용기를 타고 다음 방문지인 인도네시아 발리로 4시간 만에 날아갔다"며 "그러나 저는 저녁 비행기가 없어 이튿날 14일 아침 호텔을 나섰다. 프놈펜 공항에서 발리 공항에 도착하기까지 10시간 남짓 걸렸다"고 설명했다. 배 기자가 비행기에 있는 동안 서울 대통령실에 있는 한겨레 기자가 윤 대통령 현지 발언을 기사화했다고 한다.
배 기자는 "비행기를 갈아타며 발리로 향하는 동안 전용기 안에서 벌어진 일도 뒤늦게 알았다"며 윤 대통령이 프놈펜에서 발리로 가는 전용기 안에서 평소 친분이 있던 CBS·채널A 기자 2명만 따로 불러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눈 일을 거론했다. 15일 밤 윤 대통령과 기자단이 귀국을 위해 전용기에 몸을 실었지만 배 기자는 비행기편을 구하지 못해 17일 새벽까지 서울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려야 했다.
MBC 이정은 기자는 16일 <뉴스데스크> 리포트를 통해 "결국 전용기를 타지 못한 기자들은 14일 발리에서 열린 대통령 외교 일정을 현장 취재는 전혀 할 수 없었다"며 "국익과 세일즈 외교를 내세운 대통령의 중요한 일정들을 취재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단순한 편의 문제가 아니라 취재 제한을 당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의 언론관에 의문을 표하는 비판이 언론사 성향을 불문하고 연일 이어지고 있다. 15~16일 TV조선, 중아일보, 경향신문, 한겨레 등의 언론에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 채 편협한 언론관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7일 한국일보는 사설 <유례없는 언론기피, 퇴색한 동남아 순방>에서 "83명의 취재진이 동행했지만 한미·한일·한중 정상회담 현장에 1명의 기자도 들어가지 못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며 "그간 언론과 대통령 측이 지켜온 보도·소통 관행이 순식간에 사라진 셈"이라고 썼다. 한국일보는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의 비공개 행보와 사후통보 방식에 대해 "공적 취재 거부가 불가피할 만큼 자신이 없다면 대통령 부인이 동행할 필요가 있겠나"라고 따져 물었다.
한국일보는 "윤 대통령은 '국민세금을 써가며 해외순방하는 건 국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던 자신의 말을 되새기길 바란다. 언론을 단순히 통제 또는 홍보수단으로 인식한다면 남은 4년반 국민과의 소통은 암울하다"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건 대통령의 의무와도 같다. 내키지 않더라도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어떤 생각과 해법을 갖고 있는지 밝히는 게 마땅하다. 편협한 언론관을 바로잡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같은 날 경향신문 이명희 사회에디터는 칼럼 <‘자유’는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에서 "윤 대통령 취임 6개월이 지났는데 그 자유가 뭘 말하는지 시간이 흐를수록 잘 모르겠다. 적어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다짐은 말뿐이었던 것 같다"며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는 자신이 허용하는 ‘선택적 자유’에 가깝다. 그나마 거기에 ‘언론의 자유’는 없었던 것인가"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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