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대통령실을 출입처로 둔 MBC 기자가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로 취재 제약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9일 밤 9시 MBC에 윤 대통령 동남아 순방 때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다고 통보했다. 대통령실은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 편파 보도가 반복되어 온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11일 윤 대통령은 4박 6일 일정으로 동남아 순방길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캄보디아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인도네시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한미일 정상회담, 한미정상회담 등에 참석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11~13일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머물 예정이며 14일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로 이동한다. 귀국일은 16일이다.
10일 출국한 이정은 MBC 기자는 11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캄보디아에 어젯밤 한국시간으로 새벽 2시쯤 도착했고 지금 현지 숙소에 있다”고 밝혔다.
‘갑자기 전용기 탑승 불허를 통보받은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 기자는 “예견됐던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대통령 순방은 3주 전에 대통령실에 여권을 제출해야 하는 등 준비 기간이 길다”며 “그 이후 대통령실과 ‘어디로 순방을 가는지’, ‘어디까지 취재가 가능한지’ 등 계속해서 의사소통하고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전용기 탑승 배제가) 언급된 적이 없었고 이틀 전(9일) 밤 9시에 연락받은 것이 처음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기자는 “전용기의 경우 원하는 대로 스케줄을 짤 수 있는데, 민항기는 항공편이 아주 많지는 않다”며 “그래서 어제 하루 먼저 도착했다. 본진과 같이 출발하면 오늘 하루 취재를 할 수 없는 스케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프놈펜과 발리 사이도 직항이 없어 다른 나라를 경유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14일은 하루 종일 비행기 타는 데 시간을 보내야한다”며 “그래서 그날 하루는 실시간 취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취재 자체를 불허한 게 아니라는 대통령실과 일부 여권의 주장에 대해 이 기자는 “전용기 내에서 기자 간담회가 열린다”며 “지난 6월 나토 순방 때도 출발할 때는 대통령이 순방 목적을 직접 설명하는 자리가 있었고, 귀국길에는 대통령이 순방 성과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이런 취재에 MBC가 배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용기 탑승 제한 이전에 대통령실이 취재를 통제하려는 느낌을 받았나’라는 질문에 이 기자는 “전속 촬영기사가 사후에 사진이나 영상을 배포하는 방식은 이전에도 있었다"면서 "이러한 전속 촬영만 하고 취재단이 풀단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일정이 늘어나는 것 같다는 생각은 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논란 이후 대통령실이 공식행사 현장음을 꺼달라는 요청을 한 바 있나’라는 질문에 이 기자는 “기자단에 정식요청한 것은 아니고 영상 촬영기자단에 그런 의견이 전달된 적이 있다고 들었다”면서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을 영상기자단이 바로 밝히자 대통령실이 철회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의 철회 성명 발표에 대해 이 기자는 “성명서가 나오기 전 총회가 있었고 저희도 참석했다”며 “대다수 기자들이 이 문제가 대통령실의 취재 활동 제약행위라는 인식을 공통으로 하고 있었다.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에 대한 의견이 한 시간 넘게 오갔는데 성명이 그 결과”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취재를) 보이콧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것이 압도적인 총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며 “성명을 통해 대통령실 결정에 강력한 우려를 표명하고, 재발 방지 요구는 유의미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기자단 내에서도 이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인가’라는 질문에 이 기자는 “MBC만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언젠가 대통령실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다른 매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대체로 부당하게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화가 난다’ 등의 의견을 전해주는 동료 기자도 꽤 많았다”고 전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전용기 탑승을 거부한 것과 관련해 이 기자는 “개인적으로 의견을 전하기는 조심스럽다”며 “이런 결정을 내린 두 매체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한겨레·경향신문 기자와 함께 갔나’라는 질문에 이 기자는 “같이 가려고 한 건 아니었고, 민항기 편이 많지 않았다. 공항에서 한겨레 기자를 마주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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