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깡패 같은 언론인식, 시민 앞에 사죄하라"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 모인 5개 언론현업단체 대표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사건을 두고 이 같은 구호를 외쳤다. 지난 2016년 검사 윤석열이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으로 임명되자 내놓은 일성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인가"로 이를 되돌려 준 셈이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인 생활 26년차인 제가 그동안 숱한 기사를 써봤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의 전용기가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자가용처럼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대통령 마음에 들면 타도 되고, 거슬리면 내려야 하고. 이게 21세기 대명천지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위원장은 "대통령 전용기는 100% 국민 세금으로 운영된다. 전용기에 탑승하는 모든 언론사의 취재기자는 취재비용을 각 사가 각출해 자비로 부담한다"면서 "대통령 전용기는 사적 공간이 아니다. 그 안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행위들이 모두 공적감시 대상이며 언론의 취재와 감시는 민주사회의 당연한 기능"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하는 취재진은 민항기 기준에 맞춰 탑승 비용을 지불하며 경비도 자부담한다. 대통령 전용기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며 대통령비서실 소유물이 아니다. 'MBC의 왜곡·편파 보도가 반복돼 취재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는 대통령실 입장이나 'MBC는 돈이 많으니 민항기 타고 가라'는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주장은 사실관계 왜곡에 해당한다.
윤 위원장은 "지금 즉시 이 말도 안되는 시대착오적인 언론에 대한 취재제한 조치를 취소해야 한다"며 "그동안 수많은 기자회견을 통해 윤석열 정부가 제대로 된 언론개혁, 미디어혁신에 나설 것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수십 년 언론인들이 일궈온 언론자유의 공든탑을 일거에 무너뜨리려 한다면 전면전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만희 방송기자연합회장(SBS 논설위원)은 "'취재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라는 대통령실의 설명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 회장은 "대통령은 공인 중의 공인이기 때문에 모든 언행이 언론의 취재 대상이자 국민의 공적감시 대상"이라면서 "특정 언론사만 뺄 수 있다는 생각은 자신의 언행이 공적감시의 대상이 된다는 민주사회 기본원칙을 몰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회장은 "중대한 국익이 걸려있어서"라는 윤 대통령 설명에 대해 "'취재 편의'라는 말과 '국익'이라는 말이 어떻게 나란히 존재할 수 있는지 대단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양 회장은 "국익을 위해서라면 공인 중의 공인으로서 어떻게 하면 자신을 국민의 공적감시 대상으로 노출시키고 평가받을 것인가라는 인식을 회복해야 한다"면서 "이번 조치는 언론의 자유와 역할을 인정하지 않는 부당한 조치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나준영 영상기자협회장은 "지난 9월 대통령 비속어 논란 당시 이 자리에서 보도와 기자를 탓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 스스로 변해야 한다고, 사과할 것은 해야한다고 요구했다"며 "그 사과 한마디가 쉽지 않아서 지금까지도 모든 것을 언론 탓하고 있는 게 마음 아프다. 27년 영상기자로 일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나 회장은 "비판 언론인은 대통령실 취재를 제한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언론인 출신 인사들이 현재 대통령실에서 언론정책을 담당하는 위치에 있다. 그 분들이 언론인 생활을 할 때 이런 일이 있었다면, 정상적인 정치행위라고 봤을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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