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디지털성범죄물을 신속하게 삭제하기 위한 법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그러나 위원 추천 문제로 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구성이 두 달 가까이 미뤄지면서 디지털성범죄물 심의·차단 업무가 중단된 상태다. 한시가 급한 디지털성범죄물 심의를 뒷전으로 하는 국회가 방통심의위 관련 법안을 손보는 이중적 행태로 판단된다.

23일 예정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제2법안소위위원회에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이 대표발의한 방통위설치법 개정안이 심사 테이블에 오른다. 개정안은 디지털성범죄물, 마약·총기 등 불법거래 게시물, 청소년 유해매체물 등의 유통방지를 위해 방통심의위 직무범위에 '국제협력'에 관한 사항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진=미디어스)

해당 개정안은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등 디지털성범죄물에 대한 신속한 심의·차단·삭제를 관건으로 꼽고있다. 디지털성범죄물 특성상 해외 플랫폼을 통한 유통이 활발해 방통심의위 결정만으로는 게시물을 차단·삭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 방통심의위는 '국제공조점검단'이라는 임시조직을 설치해 해외사업자와의 국제협력 사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안정적 운영을 담보하기 어렵다. 2021년도 '국제공조점검단' 예산은 8천만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통심의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 2월까지 방통심의위가 심의한 디지털성범죄물 8만 5818건이다. 이 중 방통심의위 자율규제 요청에 따라 해외사업자가 자체 삭제한 디지털성범죄물은 2만 7159건으로 전체 심의건수 대비 32%에 불과했다. 대상 해외 사업자는 트위터, 구글, 텔레그램, 디스코드 등이다.

허은아 의원은 법안 제안이유에서 "최근 n번방 사건 등과 같은 디지털성범죄의 발생이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으나, 범죄물의 상당부분이 국외서버에 소재해 국내 행정력으로 적절한 대응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피해자는 해외에서 본인의 영상물이 포르노처럼 소비되어도 구제받을 수 없는 현실에 놓여 있으며, 일상생활로의 복귀에도 극심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대해 과방위 수석전문위원실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방통심의위 디지털성범죄정보와 관련해 시정요구(7만8821건)한 정보 중 대부분(7만8670건)이 접속차단에 그치고 있어 해외 동영상전문사업자 등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규제를 위해 적극적인 국제공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면서 "국제협력에 관한 사항을 방통심의위 직무에 명시할 경우 해외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되는 불법정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이 기대된다"는 검토의견을 밝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이런 법안이 정치권 책임으로 방통심의위 출범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논의된다는 점이다. 방통심의위 출범 지연으로 부각되는 대표적 폐해는 디지털성범죄물 심의·차단 업무 마비다. 4기 방통심의위 임기는 지난 1월 29일 만료됐다. 지난 18일 기준 디지털성범죄 안건 2800여건을 비롯, 불법 유해정보 누적 안건은 6만여건에 이른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제2의 소라넷'도 못잡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경제 기사에 따르면, 경찰은 미성년자가 포함된 디지털성범죄물을 공유해 온 음란사이트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 방통심의위에 접속 차단을 요청했지만 위원 부재로 차단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내 한 언론사 이름과 유사한 해당 사이트의 회원수는 7만 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과방위는 애초 지난달 1일 방통심의위 추천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었지만, 국민의힘이 돌연 내부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의결이 미뤄지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정연주 전 KBS 사장 내정설을 이유로 청와대가 추천 명단을 공개하기 전까지 위원 추천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인사청문 대상에 방통심의위원장을 포함하는 방통위설치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현행법상 방통심의위원장은 위원회 호선으로 선출한다. 박 의원이 '정연주 방지법'으로 명명한 해당 법안이 지난 17일 과방위 법안소위에 회부됐다. 이에 대해 과방위 전문위원실은 "방통심의위원장은 처분권한이 없는 민간 독립기구의 장으로서, 민간 기구의 장을 국회 인사청문 대상으로 규정한 사례가 없다"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검토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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