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신동호 EBS 사장 알박기' 논란이 법원의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공영방송 지배구조와 직결된 사장 임명권은 해묵은 개선 과제로 꼽힌다. 특히 EBS의 경우, 방통위원장이 사장·이사·감사를 임명하도록 규정돼 있다.

교육공영방송이 규제행정기관에 종속돼 있다는 점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더구나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은 법 개정을 통해서가 아니라 현행 법제도의 공백을 파고들었다. 

최근 발의된 EBS법 개정안이 방통위원장이 사장을 임명하도록 하고 있어 주목된다. KBS 사장은 이사회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고, MBC 사장은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친다. 상법을 따라야 하는 MBC를 제외한 KBS·EBS 사장 임명권자를 다르게 규정해야 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지난 7일 서울행정법원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왼쪽)의 신동호 EBS 사장 임명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사진=연합뉴스, 미디어스)
지난 7일 서울행정법원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왼쪽)의 신동호 EBS 사장 임명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사진=연합뉴스, 미디어스)

방송법은 KBS 사장을 이사회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KBS 사장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 대상이다. KBS 감사는 이사회 제청으로 방통위가 임명한다. KBS 부사장은 사장이 임명하지만 '이사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MBC 사장은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 이사회가 선정하면 MBC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하지만 EBS 이사회는 사장 선임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 탄핵 정국 속에서 방송장악 알박기가 가능했던 이유로 설명된다. 방통위가 지난 2월 28일 EBS 사장 선임 계획을 의결하자 '알박기 인사'라는 반발이 불거졌다. EBS 사장 공모가 시작된 지난달 초부터 신동호 사장 내정설이 일었다.

현재 국민의힘을 제외하고 EBS 지배구조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방통위원장에게 임명권을 부여해도 되는지, 정치적 독립성과 공공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가 쟁점이다. 현재 발의된 EBS법 개정안은 총 13건이다. 이전에 발의된 법안은 지난 2023년 12월과 2024년 8월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가장 최근 발의된 EBS법 개정안은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 안이다. 대통령 윤석열 파면 전인 지난달 25일 발의됐으며 '야3당 방송3법'으로 불렸다. 공동발의자로 조국혁신당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 이훈기 민주당 미디어특별위원장,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 등 17명이 이름을 올렸다. 공영방송 이사 수를 15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 주체를 국회(5명), 공영방송사 임직원(3명), 방송·미디어 학회(2명), 여성·장애·다문화·지역·환경 단체(2명), 공영방송 시청자위원회(2명), 국가인권위원회(1명) 등으로 다양화하는 내용이다. 

신장식 의원안은 EBS 사장 선임에 대한 이사회의 역할을 규정했다. EBS 이사회가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최종 후보자를 임명제청하도록 했다. EBS 사장이 임명하는 부사장의 경우 이사회의 동의를 얻도록 했다. 다만 EBS 사장을 '방통위원장이 방통위 받아 임명한다'는 현행 규정은 그대로 뒀다.

앞서 발의된 12개 법안은 EBS 사장을 '이사회가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했다. 민주당 한민수·김우영·서영교 의원이 각각 발의한 EBS법 개정안은 방통위의 위원 구성이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어 EBS와 사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법안 취지로 설명하고 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발의한 EBS법 개정안도 EBS 사장을 방통위원장이 임명하는 현행 구조에 대해 'EBS 운영 및 사장의 임명에 있어 정치적 중립성이 구현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2021년 9월 국회 '언론·미디어 제도개선 특별위원회'의 활동결과보고서는 EBS 사장 임명과 관련해 "EBS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지위가 있으며 학교교육만이 아니라 사회교육을 포함하는 보편적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서 공적 콘텐츠 제공의 책무를 부여하여 차별된 공영방송의 지위를 강화하여야 한다"며 "EBS 사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고 필요하다면 국회 인사 청문회 대상으로 정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경기도 일산 동구 EBS 사옥 (사진=미디어스)
경기도 일산 동구 EBS 사옥 (사진=미디어스)

신장식 의원실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EBS법 개정안에서 방통위원장의 사장 임명권을 그대로 둔 이유에 대해 "KBS 사장의 경우 인사청문회를 거치는데 EBS 사장은 그런 과정이 없다. 기관의 독립성을 중요하다고 봤을 때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으로 하는 게, 현행을 변경해서 얻을 실익이 크지 않다고 봤다"며 "방통위원장이 임명하는 문제가 아니라 이사회 구성의 민주성이 담보된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신장식 의원실 관계자는 '이진숙 알박기' 논란 등 방통위원장이 사장을 직접 임명하는 구조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발의할 때 마지막까지 고민한 부분"이라면서 "그럼에도 이 권한 자체를 대통령에게 넘겨주는 것도 독립성 측면에서 염려되는 면이 있었다. 그런 고민 속에서 선택을 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신장식 의원실 관계자는 2인 체제 방통위의 KBS·방문진 이사 임명 효력정지 가처분 결과가 다르게 나온 것도 고려됐다고 말했다. 서울행정법원은 KBS 이사의 임명 효력은 유지하고, 방문진 이사 임명 효력은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임명권자가 다르기 때문에 재판 결과가 달랐다는 얘기다.

하지만 EBS 관계자는 현재 독임제적 성격이 강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공영방송의 사장을 임명하는것은 국영방송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EBS 관계자는 “이사회가 시민이 참여하는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여 후보자를 선정한다면 기존 정파성 중심의 인선구조와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개선된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사장을 방통위가 지금처럼 EBS 사장을 임명하도록 둔다는 것은 공영방송 독립이라는 대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는 "이사회 구성을 개정안대로 구성해서 정파성 독립을 달성할 수 있을지라도, 공영방송을 행정부처에 예속시키는 더 큰 우를 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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