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총체적으로 잘 이해가 가지 않고 납득이 어렵다. 한 마디로 자해적이고 예측불가능하다. 어떤 주제를 뜯어봐도 그렇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8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두 사람은 최근 검찰 수사를 비판했고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단합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한다. 검찰의 문재인 전 대통령 수사를 기점으로 지난 총선 때 일부 분열 양상을 보였던 더불어민주당 내외의 지지층이 결집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 거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하려는 검찰의 시도는 법리적으로 무리로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수사 필요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할 수 있을까? 이상직 전 의원은 특가법상 배임, 횡령 등 혐의로 징역 6년이 확정된 상태다. 채용비리 관련 업무방해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대통령의 사위와 관련한 혐의가 있다면 얼마든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수사의 정당성을 강변해야 하는 정권과 여당 입장에선 이 점을 강조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심정적 걸림돌이 되는 것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처분이다. 휴대폰을 반납한 검사들이 특혜성 조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검찰총장은 수사심의위를 소집해 부족한 수사 정당성을 보충하려 했다. 예상대로 수사심의위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불기소를 권고했다. 명품백을 제공한 사람인 최재영 목사는 진술 기회를 얻지 못했다. 논란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오죽하면 수사심의위 제도 설계에 참여한 인사(박준영 변호사)가 “신뢰 회복을 위해 도입한 제도의 운영을 이런 식으로 하면서 제도의 취지와 논의 결과의 권위를 말할 수 없다”, “계속 이렇게 운영하는 것보다 더 이상 세금을 쓰지 말고 폐지하는 게 나아 보인다”고 평했겠는가.
누구에 대해서는 무리를 감수하면서라도 수사를 강행하고, 누구는 봐주기로 일관하느냐는 형평성에 대한 문제제기에 정권이 근거를 스스로 제공하게 된 꼴이다. 어디까지나 통치의 방법론이라는 측면에서, 전직 대통령까지 겨냥한 전 정권 수사를 밀어 붙이려는 구상이라면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럴 각오가 없으면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을 받을 일은 자제해야 한다. 수사를 진행하더라도 전직 대통령에 대한 혐의 적용에는 신중해야 했다. 애초에 이렇게 길게 끌 일도 아니었다. 신속하게 종결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 정권은 ‘대통령 배우자는 감싸고 전직 대통령에겐 칼을 겨누느냐’는 비판을 명절 직전에 자초한다. 그나마 비판 여론을 희석해보겠다는 검찰총장을 ‘정치할 사람’으로 규정하며 린치했다. 지금도 전직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의 ‘시점’을 문제삼는 야당의 비판에 이원석 검찰총장 탓을 하는 인사들이 꽤 있다. 이제 퇴임을 앞둔 검찰총장의 ‘있어 보이는 척’은 아무 소용도 없게 되었다. 유권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은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외에는 어떤 설명 방식도 가능하지 않게 된 거다.
의대 증원 역시 이럴 거면 왜 했는지 모를 일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의문인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용산에 의료개혁 관련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는 형태로 정권 차원의 입장 정리가 이뤄졌는데, 의아한 일이다. 이럴 거면 2026년도 의대 증원 유예를 고리로 논의를 재개해보자는 제안은 왜 거부했나?
협의체 구성으로 사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의료계는 비현실적인 주장을 고수하며 사실상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여야정만 참여한 가운데 협의체가 결론을 내더라도 그걸로 중재가 될지는 미지수다. 논의를 매끄럽게 진행하기 위해 용산이 ‘성의’를 보이는 방안을 일부에서 거론하고 있으나, 언론 보도를 보면 용산은 대통령의 사과나 장차관 인사 등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여야정협의체로 사태가 풀리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용산은 ‘역시 의료대란은 대통령 탓이 아니라 개혁에 저항하는 의사들 탓’이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의료개혁’의 명분을 고수할 동력을 확보하는 거다.
이 문제는 애초에 ‘2000명’(실제로는 1509명)을 확정하기 전에 풀었어야 했다. 당시 보수언론을 필두로 의사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적정 규모의 증원안을 의료계 일각이 계산해 제각기 제안하기도 했다. 물론 이때도 정부는 ‘2000명’은 최저한이라며 논의를 거부했다. 과학적 논의의 결과라는 ‘2000명’은 아직까지도 어떤 계산과 과정을 거쳐 나온 숫자인지 밝혀진 바 없다.
이런 식이니 이제 와서 문제가 풀릴 리 없다. 여당 최고위원은 ‘문자’로 지인에게 수술 특혜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는 가운데 힘없고 ‘빽’없는 국민들만 병원 문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응급실에서 버텨온 의사들마저 각자도생으로 흩어지고 있는데, 도대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조선일보는 9일 ‘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이들을 고소했다가 무고 혐의로 고발당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기사를 5면에 게재했다. “여권 분열만 남기고 끝난 ‘이준석 성접대 의혹’”이란 제목이다. 애초에 이 논란이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제거하려는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시도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사실상 규정한 셈이다.

같은 지면의 바로 아래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여당 일부 최고위원, 수도권 중진 의원 등을 관저로 초청해 비공개 만찬을 진행했다는 단독 기사가 실려있다. 의료대란을 해결할 중재안을 제시했다는 이유로 한동훈 대표와의 만찬을 거절한 이후 일부 지도부 및 중진과의 자리를 따로 마련했다는 얘기다.
의사집단과 마찬가지로 한동훈 대표, 이준석 의원의 지지층도 굳이 말하자면 보수정치의 토양을 이루는 유권자층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이들을 모두 등을 돌리게 해 스스로 집권 기반을 허물었다. 놀라운 것은 아직 임기 반환점을 돌지도 않았다는 거다. 동아일보의 천광암 논설위원은 9일 대통령이 당선된 날로 따지면 이제 반환점을 도는 시점이라고 평하면서 “영광은 짧았고 고뇌는 길었다”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했다. “지금 이대로라면 윤 대통령이 퇴임 무렵 ‘긴 고뇌’와 함께 언급할 ‘짧은 영광’이 존재할지 의문이 드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는 거다.
보수언론마저 이렇게 평가하는 판이라면 고뇌와 영광을 논하기 이전에, 묻고 싶다. 도대체 왜 대통령이 되었는가? 그것이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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