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뇌물 혐의 피의자로 적시해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 딸 다혜 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서 확인된 사실이다. 전직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라는 해석이 불가피해 정치적 파장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이런 때일수록 검찰은 논란이 없는 방식으로 수사를 해야 하는데 이번에도 역시 그건 쉽지 않을 듯하다.

검찰의 논리는 타이이스타젯의 실소유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8년 3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된 대가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 씨를 특혜채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서모 씨가 2018년 7월부터 2020년 4월까지 근무하며 받은 급여와 서모 씨 가족이 태국으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받았던 이주 지원비 등 약 2억 2300만 원가량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받은 뇌물로 봐야 한다는 거다.

돈을 받은 건 서모 씨인데 어떻게 문재인 전 대통령이 피의자가 될 수 있는가? 여기서 등장하는 게 ‘경제공동체’ 논리다.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집권 이후인 2018년 당시까지 독립 생계를 유지하지 못해 생활비 등 명목으로 자금을 지원받은 것 등에 주목하고 있다. 널리 회자되는 ‘경제공동체’ 개념은 비유하자면 ‘하나의 지갑’을 의미하는 걸로 볼 수 있다. 거칠게 정리하면, 배우자나 미성년 자녀 등이 받은 금전은 본인이 받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보는 거다. 검찰이 다혜 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 별장 매입 자금 등을 추적하는 이유도 ‘경제공동체’ 논리의 근거를 확보하려는 걸로 해석된다.

2019년 11월 8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 뒤쪽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2019년 11월 8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 뒤쪽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법리적으로 보면 검찰의 이런 움직임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뇌물죄 법리를 적용하기 위한 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직자가 아닌 제3자가 받은 금품을 뇌물로 보려면 뇌물죄가 아닌 제3자뇌물죄를 적용한다. 그런데 제3자뇌물의 경우 뇌물죄와는 달리 대가성이나 직무관련성으로만 인정되지 않고 ‘부정한 청탁’을 증명해야 한다. 검찰로서는 수사 난도가 더 높아질 수 있는 셈이다. 따라서 쉽게 ‘골인’ 시킬 수 있는 뇌물죄를 우선 검토하고 있고 이에 따라 다혜 씨가 독립생계를 이루지 못했다는 점을 먼저 증명하려 한다는 게 대다수 언론의 해석이다.

그러나 이미 결혼한 자녀에 대해 독립생계를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을 증명하는 건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있다. 또 대가성을 입증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가령 한겨레의 경우, 2일 이상직 전 의원이 문재인 정권 초기 초대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하마평에 올랐지만 검증 단계에서 낙마했다는 점 등을 들어 “사위 채용을 대가로 중진공 이사장에 발탁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게 야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라고 보도했다. 이렇다 보니, 이를 포함한 이런저런 이유로 야당 인사들은 ‘정치보복’이라는 취지로 반발하고 있다.

수사가 어떤 쪽으로 가든 논란이 뻔한 가운데, 조선일보가 나섰다. 조선일보는 2일 사설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례를 들어 “박 전 대통령은 직접 받은 돈이 한 푼도 없는데도 최순실 씨와 ‘경제 공동체’로 엮여 감옥에 갔다”, “일반적으로 ‘경제 공동체’는 부부와 같은 가족을 이른다. 박 전 대통령은 최 씨와 가족이 아닌데도 최 씨가 딸을 위해 받은 돈 때문에 뇌물 유죄가 됐다. ‘경제 공동체’라면 문 전 대통령과 딸 관계가 박 전 대통령과 최씨보다 더 가까울 것”, “민주당 사람들은 문 전 대통령 관련 수사에 대해 ‘정치 보복’이라고 따지기 앞서 두 전직 대통령의 판결문을 읽어볼 일”이라고 했다. 야당의 반발에 대해 전직 대통령이라는 공통점을 묶어 형평성이라는 측면에서 지적을 내놓은 거다.

전직 대통령이라고 의혹을 덮어줘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런 식의 피장파장 논리가 왜 억지스러운지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유죄가 인정된 건 조선일보가 주장하는 것처럼 단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이 아니라, 두 사람이 뇌물죄의 공동정범 관계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당시 대법원은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뇌물 수수죄의 공동정범이 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친분 관계가 없는 사람에게 공동 가공의 의사와 이에 기초한 기능적 행위 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이라는 요건이 충족되면 친분이 있는 사람과 공동정범으로 처벌하는 것이 확립된 대법원의 판례”, “비공무원이 공무원과 공동 가공의 의사와 기능적 행위 지배를 통하여 공무원의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받는 범죄를 실행하였다면 공무원이 직접 뇌물을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쉽게 말하면 공모 관계에 있는 걸로 봤다는 거다. 따라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례를 ‘경제공동체’ 성립 여부를 기준으로 동렬에 놓는 조선일보의 주장은 전제가 틀렸다고 볼 수 있다. 두 사례를 같이 놓으려면 ‘경제공동체’가 성립이 됐든 안 됐든, 그러니까 무엇을 ‘경제공동체’로 부르든 ‘공모 관계’가 인정되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거다.

곽상도 전 의원이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뇌물 수수'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곽상도 전 의원이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뇌물 수수'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 사건을 굳이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있는 인사의 사례와 함께 따지려면 차라리 곽상도 전 의원 건을 얘기하는 게 적절하다. 곽상도 전 의원의 경우 ‘50억 클럽’ 의혹으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받았는데, 아들이 받은 돈을 곽상도 전 의원이 받은 걸로 볼 수 없다는 게 핵심 이유였다. 언론의 표현으로 하면 두 사람의 ‘경제공동체’ 관계가 인정되지 않은 거다. 이에 따라 검찰은 항소심에서는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에 특가법상 뇌물과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등의 공범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했다. 여기서도 ‘공모 관계’가 핵심이 된 셈이다. 이 사례를 보면 문재인 전 대통령 관련 사건에서도 검찰은 ‘경제공동체’ 이외의 다른 정황을 추가로 입증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있다.

하나의 사건을 또 다른 사건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굳이 이러한 점을 지적한 것은 조선일보의 의도를 다시 한 번 상기하기 위해서다. 방금까지의 흐름으로 보면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는 정치적 논란까지 겹쳐 여러 혼란 속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다. 기소를 밀어 붙이더라도 검찰이 원하는 결론이 1심에서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만일 그런 일이 벌어지면 조선일보를 필두로 보수세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인정한 경제공동체, 왜 문재인 전 대통령에겐 인정하지 않나’라며 보수 유권자들을 자극하고 사법부를 공격할 것이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수사지만, 보수언론의 이런 움직임도 앞으로의 정치적 폭풍을 예고한 거라고 봐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무리하게 엮는 이런 사설이 나올 이유가 없다. 전직 대통령 수사라는 카드로 똘똘 뭉쳐 위기를 돌파한다는 오랜 공식이 다시 작동하는 거다. 물론, 성공은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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