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소방청장이 전국 소방대원들에게 추석 연휴 기간 언론 접촉 자제령을 내려 '의료대란 입틀막' 논란이 불거졌다. 

소방청은 일부 소방대원 개인 의견이 조직 전체의 의견으로 오해될 소지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언론에 정보를 유출한 소방대원을 징계 조치할 수 있다는 내부 공문까지 드러났다. 언론에서 이달 초부터 이미 '입틀막'을 경험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3일 오후 충북 청주시 충북소방본부 119구급상황관리센터를 방문해 격려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3일 오후 충북 청주시 충북소방본부 119구급상황관리센터를 방문해 격려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4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소방청이 13일 '추석 명절 비상응급 대응 전국 지휘관 회의'에서 언론 접촉을 자제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소방청은 지금이 군사정권도 아닌데 연일 통제를 넘어선 탄압을 하고 있다"며 ▲영상유출 금지 ▲비밀누설 금지 ▲언론접촉 시 관서장 보고 ▲소방활동 외 소방활동복 착용 금지 등의 지시가 내려왔다고 전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허석곤 소방청장은 '일부 대원들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개인의 의견을 소방의 공식적 의견처럼 표명해 국민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며 언론 접촉 자제 지시를 내렸다. 노조는 "생명을 지킬 대책은 없고 소방관의 입을 틀어막아 위기 상황을 모면하려는 소방청에 깊은 분노와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15일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국무총리가 잇따르는 응급실 뺑뺑이 사망을 두고 '가짜뉴스'라고 발끈하니, 이제 현장의 목소리마저 틀어막아 현실을 숨기려고 하냐"고 비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응급실 뺑뺑이로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국민이 죽어나가고 있다'는 야당 비판에 "그건 가짜뉴스다. 어디 죽어 나가냐"라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것은 의사와 간호사를 모욕하는 것"이라고 발끈했다.

소방청은 16일 설명자료를 내어 "소방청장의 당부사항은 일부 소방공무원 개인 의견이 전체 의견으로 오해되거나 일부 지역의 현상이 전국적 일반화로 오해되는 논란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소방청은 "청장은 '추석 명절 비상응급 대응주간'에 가용자원을 총동원하여 응급의료체계 유지에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당부했다"며 "그리고 일부 대원들이 구급차 CCTV 및 개인적으로 촬영한 영상 등을 외부에 무단 유출하는 등의 사안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12일자 '구급현장 활동 관련 언론대응 유의사항'에 "언론 대응과 관련하여 부적정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에는 경위 및 내용 등 사실관계를 조사하여 관련 절차에 따라 적의조치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있다. MBN은 17일 기사 <'입틀막' 아니라는 소방청, 해명도 궁색…"오해 줄이려 했다">에서 소방청의 내부 공문은 '징계를 각오하라'는 의미라며 오해를 줄이려 했다는 해명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MBN 17일 기사 '입틀막' 아니라는 소방청, 해명도 궁색…
MBN 17일 기사 <'입틀막' 아니라는 소방청, 해명도 궁색…"오해 줄이려 했다"> 갈무리

MBN은 "9월부터 '입틀막'을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MBN은 "'응급실 뺑뺑이'와 관련해 구급차 내부 영상을 담아서 보도한 시점은 지난달 29일이 마지막이다. (중략)의료공백이 장기화되는 동안 응급환자들이 구급차 속에서 느끼는 절망감, 구급대원의 다급함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보도"라며 "구급차 내부에 당사자의 모습과 음성은 '응급실 뺑뺑이'의 현실을 효과적으로 보도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 4일 또 다른 소방관계자분께 구급차 내부 영상을 요청하던 중에 '위에서 영상 반출을 하지 말라고 문서가 내려온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MBN은 "막는다고 능사는 아니다"고 했다. MBN은 "과도한 불안감을 조성해서는 안 되고 '응급실 붕괴'는 없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가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전공의 집단이탈이 시작된 지난 2월 이전부터 심각했다는 반론도 존재한다"면서 "하지만 과학적인 인과관계 이전에 지금의 의료공백이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한 사실이다.(중략)지금 언론은 보도해야 하고, 국민들은 알아야 한다"고 했다. 

MBN 8월 29일 119는 안 받는다는 응급실…구급차 속 환자는 절망 보도화면 갈무리
MBN 8월 29일 <119는 안 받는다는 응급실…구급차 속 환자는 절망> 보도화면 갈무리

MBN은 소방청이 13일자 '전국 지휘관 회의' 보도자료에는 담당부서를 안내하고, 16일자 보도 설명자료에는 담당부서 안내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MBN은 "기자단에 배포하는 자료에 기본적으로 있어야 하는 담당부서 안내가 보도자료에는 있고 설명자료에는 없다"며 "비상응급 대책에 지장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라는 청장님 말씀은 두 번이든 세 번이든 좋으니 전화해서 보도하고, '입틀막' 의혹은 이게 '팩트'니까 더 물어볼 것도 없이 그대로 받아 써라는 뜻인지 궁금하다. 소방청은 설명자료 외에 추가적인 공식 답변은 없다고 알려왔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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