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소방청이 언론과 접촉한 구급대원에게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는 내부 비판이 제기된다. 소방청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언론 접촉 자제령'을 내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9일 김동욱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사무처장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통화에서 "(언론에)간단한 구급 출동에 대해 개인적 의견도 아니고 사실 그대로 이야기했는데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했다고 한다"며 "우리가 항의를 하니까 그런 적 없다고 발뺌하고 있는 상황이다. 함구령이고 입틀막"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7일 오후 강원 춘천시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서 119구급대원들이 응급환자를 이송, 입실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7일 오후 강원 춘천시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서 119구급대원들이 응급환자를 이송, 입실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소방청이 지난 13일 '추석 명절 비상응급 대응 전국 지휘관 회의'를 열어 언론 접촉을 자제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허석곤 소방청장은 '일부 대원들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개인의 의견을 소방의 공식적 의견처럼 표명해 국민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소방청이 내부 공지한 '구급현장 활동 관련 언론대응 유의사항'에는 "언론 대응과 관련하여 부적절한 사례가 발생한 경우에는 경위 및 내용 등 사실관계를 조사하여 관련 절차에 따라 적의조치할 예정"이라는 문구가 적시됐다. 언론 접촉 시 '징계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언론대응 유의사항'으로는 ▲영상촬영 등으로 인한 응급환자 이송 및 응급처치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 금지 ▲현장활동 관련 영상물·음성물 등의 무단 유출 및 개인보관 금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사실에 대한 비밀 누설 금지 ▲방송 출연 및 인터뷰 시 현상 왜곡 우려가 있는 개인적 의견 발언 지양 ▲소방활동과 관련하여 개인적 언론 접촉이 필요한 경우에는 소방관서장 보고 등이다.  

소방청은 지난 16일 설명자료를 내어 "소방청장의 당부사항은 일부 소방공무원 개인 의견이 전체 의견으로 오해되거나 일부 지역의 현상이 전국적 일반화로 오해되는 논란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동욱 소방본부 사무처장은 소방청이 '언론 접촉 시 관서장 보고' 지시를 내린 데 대해 "구급대원들이 계속 기자들과 접촉하니까, 정부 측에 반대되는 쪽의 목소리를 내니까 통제하는 것 같다"며 "소방청장은 지휘관 회의 서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언론 통제를 언급했다. 지금이 군사정권 시기도 아니고, 긴급조치 1호를 발령해 언론 통제하는 것과 전혀 다를 게 없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고, 근무 날도 아닌 쉬는 날에 언론과 접촉하는 것까지 통제하는 것은 자유주의에 대한 심각한 훼손 행위"라며 "국민이 준 권력을 이용해 국민의 알권리를 훼손하고 있는 위법한 침해행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관계자들이 '구급차 뺑뺑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관계자들이 '구급차 뺑뺑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 사무처장은 '응급실 뺑뺑이' 문제와 관련해 구급대원들이 '미칠 지경'에 놓여 있다고 전했다. 김 사무처장은 "정확하게 말하면 전화 뺑뺑이다. 이런 환자가 있는데 병원가도 되냐고 물으면 오지 말라는 것"이라며 "현장에서 병원 선정하느라 5분~10분 구급차가 출발을 못하고 있고 사고 현장에 있는 시민들은 왜 구급차가 출발하지 않느냐, 보호자는 빨리 가자고 난리다. 이런 상황에서 구급대원들이 얼마나 속이 타겠나"라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전화 뺑뺑이'를 하지 않고 병원으로 바로 가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법적 책임 소재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 사무처장은 "전화 없이 인근 병원으로 가면 병원에서 '전화도 없이 왜 왔냐' 그런 말씀도 하시고, 병원에 접수되는 순간부터 병원에서 책임져야 하는 구조라 더욱 어렵다"며 "여러 사유로 거부되면 또 다시 병원을 알아봐야 되고, 재이송 해야 되고, 시간이 더 지체될 수도 있어 책임소재 문제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또 김 사무처장은 의료진이 인력·시설 부족을 사유로 응급환자 진료를 거부할 경우 면책 대상이 된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지금도 하고 있는 사항에 대해 명확하게 면책 지침을 시달했다고 보여진다"며 "안 그래도 병원 선정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구급대원들의 어려움이 조금 더 가중될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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