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유진그룹이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 신청서‘에 책 내용을 '복붙(복사+붙이기)'하고 전문가의 발언을 왜곡해 실은 것으로 드러났다. 유진그룹은 이미 폐지된 프로그램을 강화해 시청자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아무 문제 없이 YTN 사영화를 승인한 방송통신위원회는 국가행정기관으로서 존재 의미를 상실했다면서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통해 강제매각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2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YTN 사영화’ ‘날치기·짜깁기’ 유진그룹 적격심사 불법 증거들>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한석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방통위의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과정에서 강제매각이 얼마나 졸속과 날치기로 이뤄졌는지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제시한다”면서 유진그룹의 ‘최다액출자자 변경신청서’를 공개했다.
언론노조 YTN지부에 따르면 유진ENT는 지난해 11월 15일 방통위에 변경신청서를 제출했다. 신청서 ‘개요’ 부문의 60~70%가량이 <공영방송의 민영화>라는 서적의 원문이 거의 그대로 옮겨졌다. 유진ENT는 ‘유례없는’을 ‘보기 드문’으로, ‘추세다’를 ‘추세이며’로 일부 구절만 수정했다. 유진ENT는 YTN 매각이 특혜라고 비판한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의 인터뷰 기사 내용 일부를 발췌, 왜곡해 '민영화 찬성' 의견인 것으로 꾸미기도 했다.
시사인은 지난해 11월 6일 기사 <YTN 매각이 한국언론사에서 이례적 사건인 이유>에서 “김 정책위원장은 민간자본이 방송을 소유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짚는다”면서 “방통위가 방송사 최초 승인심사에 준하는 심사를 실시해야 한다. 유진기업이 향후 YTN을 누구에게 팔지는 전적으로 자본에 의해 맡겨진다. 보도전문채널의 영향력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데 그 토대를 이번에 만들지 않으면 반복될 수 있다”는 김 정책위원장의 발언을 전했다.
유진ENT는 해당 기사에서 “민간자본이 방송을 소유하는 것 자체는 달리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는 문구만 발췌해 신청서에 적었다.
또 유진ENT는 신청서에서 ‘시청자 평가 프로그램 제작을 확대하겠다’면서 “YTN이 현재 운영중인 데일리 옴부즈맨 프로그램 <시시콜콜>(1일 2회 편성)을 확대 운영하고 뉴스프로그램 운영 시 시청자 의견이 다수 반영될 수 있도록 함”이라고 쓰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프로그램은 이미 2022년 폐지됐다. YTN은 김백 사장 체제에서 ‘시청자위원회’ 회의 영상을 전하는 옴부즈맨 프로그램도 폐지했다.

당초 유경선 회장은 ‘사장추천위원회’ ‘임면동의제’ 등 YTN의 기존 공정방송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1월 24일 진행된 사업자 의견청취 속기록에 따르면 유 회장은 “현재 운영하고 있는 YTN 구성원들과의 협약이나 약속을 통해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승인이 나면 꼭 그분들과 상의하고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유진그룹의 입장은 지난해 11월 29일 ‘이동관·이상인 체제’의 방통위가 유진ENT의 최대주주 변경 신청을 보류한 이후 번복됐다. 방통위는 유진ENT에 공정성·공적책임 관련 자료를 지난해 12월 12일, 올해 1월 15일, 1월 26일 등 세 차례 요구했다. 유진ENT은 답변서에서 ‘사추위’ 폐기 의사를 구체화 해나갔다.
유진ENT는 1월 15일 답변서에서 “사추위는 경영진의 합리적 경영전략 수립을 저해한다”며 폐기 의사를 공식화했다. 유진ENT는 방통위가 ‘사장 선임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보완하라’고 하자 1월 29일 보정 요청서에서 ‘이사회 중심으로 사장선임 절차를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김홍일·이상인’ 체제 방통위는 지난 2월 7일 YTN 사영화를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방통위가 임의로 구성한 자문위원회 위원 8인 중 6인은 ‘사추위 폐기’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방통위는 자문위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유진ENT의 ‘이사회 중심 사장선임’ 계획만 반영해 사영화를 강행했다는 게 YTN지부의 주장이다. 고한석 YTN지부장은 “자문위원 일부를 접촉했는데, 이상인 당시 부위원장이 노조가 사장 선임 과정에 참여하는 것에 대단히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면서 “이런 정황을 볼 때 방통위가 사추위 폐지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 YTN지부장은 “방통위가 자격도 없는 방문진 이사를 졸속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며 “YTN을 인수할 자격이 없는 유진그룹이 방통위에 제출한 신청서도 왜곡과 짜깁기, 거짓 약속으로 점철된 것으로 드러났다. 모두 원점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찬 정책위원장은 “책 내용도 출판사가 인터넷 서점에 올려놓은 문단을 표현만 살짝 바꿔 가져온 것”이라며 “시사인 기사도 내용을 갖다 붙였다. 무려 3200억 사업의 신청서를 이런 수준으로 작성했다는 것은 유진그룹조차 왜 YTN을 인수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고, 기사를 읽어도 민영화 찬성인지 반대인지도 모를 만큼 방송정책에 무지하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정책위원장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보다 YTN 최대주주 변경심사가 훨씬 더 심각한 졸속이었다고 평가한다”며 “앞으로 소송에서 졸속 심사의 문제가 제대로 다뤄져야 한다. 또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통해 특혜 매각 의혹뿐 아니라 강제 매각 의혹에 대해서도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대학생 리포트도 유진그룹 신청서처럼 내면 과락”이라며 “공적 자산인 보도전문채널 매각 승인을 심사하는데 이런 조악한 자료들을 제출하고 방통위는 아무 문제 없이 승인해 준 것이다. 방통위는 국가행정기관으로서 이미 존재 의미를 상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은 "방통위를 재구성하는 문제까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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