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의 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이 임박했다는 소식이다. 최근 유진그룹(회장 유경선)이 400페이지에 달하는 추가 자료를 방통위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방통위 심사위원회가 유진그룹의 '방송 공공성 계획 부족'을 지적한 만큼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이하 언론노조 YTN지부)는 'YTN 매각 승인, 왜 불법인가' 설명회를 열고 유진그룹의 부적격성을 비판했다. 언론노조 YTN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방통위는 이르면 오는 7일 전체회의를 열고 유진그룹 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 안건을 의결한다. 아직 방통위 전체회의 일정은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6일 안건을 공지하고 7일 의결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김홍일 방통위원장은 이날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 안건에 대해 "보류의결한 것이 2개월 이상 지났는데, 사업 신청자나 시청자까지 이렇게 불안정한 상태로 지나가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공적(책임) 실현을 위한 계획, 추가 투자 계획 등을 추가제출해서 여러 가지로 검토를 해왔다"며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윤창현 위원장(오른쪽)과 고한석 YTN지부장은 5일 정부과천청사 인근에서 'YTN 매각 승인, 왜 불법인가'라는 설명회를 열고 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를 받고 있는 유진그룹의 부적격성을 지적했다 (사진=미디어스)
전국언론노동조합 윤창현 위원장(오른쪽)과 고한석 YTN지부장은 5일 정부과천청사 인근에서 'YTN 매각 승인, 왜 불법인가'라는 설명회를 열고 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를 받고 있는 유진그룹의 부적격성을 지적했다 (사진=미디어스)

언론노조 YTN지부는 최근 유진그룹이 방통위에 400페이지 분량의 추가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유진그룹이 제출한 자료를 '추가자료'가 아닌 추가적인 심사가 필요한 '계획서'라고 강조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11월 29일 전체회의에서 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을 보류했다.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위는 ▲보도전문채널 최다액출자자로서 명확한 사업계획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방송의 공적책임 계획의 구체적·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 ▲사회적 신용도와 관련한 부정적 요인이 상당하며 YTN 발전을 위한 투자계획이 빈약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고한석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기존 심사과정에서 유진그룹이 YTN에 보도·경영 관련 자료를 요구한 바가 없었고, 이에 따라 유진그룹이 심사위에 제출한 자료에도 보도·경영 관련 계획이 충실히 담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심사위원 중 일부는 언론노조 YTN지부에 "워낙 서류자료가 부실했다", "도저히 심사하기 어려웠다" 등의 말을 했다고 한다. 고 지부장은 "YTN 매각이 원점에서 다시 검토돼야 한다. 백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유진그룹의 적격성을 따져볼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고, 자료가 제출됐을 때는 심사위가 해체된 상태"라며 "심사위 재구성 없의 의결을 강행한다면 '무심사' 승인인 셈이다. 만약 심사위를 다시 꾸린다면 기본계획 의결이 필요하고, 이는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 심사 신청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은 "심사위는 (유진그룹에)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승인해줘도 된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결론을 냈다. 유진그룹이 400여 쪽에 달하는 추가의견서를 제출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2인 체제의 방통위가 의결할 합법적 근거가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며 "의결을 강행한다면 김홍일 위원장, 이상인 부위원장뿐 아니라 불법적 매각에 개입한 방통위의 모든 관계자들이 수사대상이 될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밝히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언론노조 YTN지부는 유진그룹의 사회적 신용도는 방통위 심사 때보다 더 나빠졌다면서 근거로 유진투자증권에 대한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와 유진그룹의 산지·고유지 전용 의혹을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금감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증권사 9곳의 '채권형 랩·신탁'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채권형 랩·신탁 상품은 증권사가 고객과의 1:1 계약을 통해 자산을 운용하는 금융투자상품의 종류다. 금감원은 증권사들이 특정 고객의 손실을 다른 고객에게 전가하거나, 고객의 투자 손실을 증권사 고유 자산으로 보전하는 중대 위법 행위를 했다고 밝혔는데, 문제적 증권사 9곳 중 한 곳이 유진투자증권이라는 얘기다.  

금감원 발표에 따르면 증권사별 손실 전가 금액은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 규모다. 관련 혐의자는 증권사 9곳 30명 안팎이다. 고 지부장은 "경영진의 판단 없이 실무자가 이 정도의 범법행위를 실행했을리는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며 "현재 서울남부지검이 수사 중이며 유진투자증권 직원들도 수사 대상인 것으로 파악했다. 유진오너 일가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서울 종로구 소재의 유진인재개발원이 유경선 회장의 별장·안가로 활용된 불법 산지 전용 의혹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지난 4일 아시아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청은 유진그룹에 유진인재개발원 주변 임야 4300여㎡ 가운데 일부를 허가 없이 전용해 사용한 혐의(산지관리법 위반)로 원상복구 시정명령 처분을 내렸다. 이에 유진그룹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양측이 훼손된 면적 만큼 대체 산림을 조성하는 내용의 재판부 조정권고안을 받아들이면서 분쟁이 일단락 됐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이 외에도 유진그룹은 현재까지 종로구 땅을 16년 간 점유해 사용하고 있다. 해당 구유지는 종로구민들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하지만 유진 측은 출입문을 만들어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고 했다.

YTN 상암동 사옥 (사진=미디어스)
YTN 상암동 사옥 (사진=미디어스)

또 언론노조 YTN지부는 유진그룹이 '유진이엔티'라는 특수목적법인(SPC) 형태로 최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에 나선 것은 부적격 사유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유진이엔티'는 자본금 1천만 원에 대표 1명이 전부인 법인으로, 유진그룹이 YTN 지분 매입을 위해 설립한 법인이다. 

방통위는 지난 2015년 호주건설 소유의 경기방송을 '경기필'이라는 SPC가 인수하려 할 때 최대주주 변경을 불허한 바 있다. 당시 방통위는 "경기필의 경우 오직 경기방송 지분 매입을 위한 서류상 법인으로서, 제출한 경영계획도 신뢰하기 어려워 방송의 공적책임을 실현할 책임 있는 소유 주체라고 볼 수 없다는 점이 고려되었다"고 했다.

고 지부장은 "'경기필'과 '유진ENT'는 다를 바가 전혀 없는 SPC다. 방통위가 일관된 정책을 가지고 있다면 '유진이엔티'를 통한 YTN 인수는 불허해야 한다"며 "'경기필'의 실제 소유자 신 모씨의 경우 방송법을 위반해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불허 결정의 근거 중 하나였는데, 유경선 회장의 경우 검사에게 뇌물을 줘서 징역 1년 6개월을 받았다"고 했다.

윤 위원장은 "SPC는 '페이퍼 컴퍼니'나 다름없다. 다수의 재벌, 대기업이 탈세 등의 목적으로 자산을 빼돌리거나 할 때 이런 방식을 주로 이용한다"며 "'유진이엔티'라는 SPC를 통해 YTN을 인수하겠다는 형식적 문제는 1차 심사에서 걸러졌어야 하는 내용이다. 방통위 내에 과거 (SPC 불허)기록이 있었을텐데 이런 것을 다 무시하고 가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