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박민 KBS 사장 취임 첫날 보도·시사·교양·라디오 총괄책임자 5명이 물갈이돼 공석이다. 일종의 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박 사장이 후임자를 지명하더라도 구성원의 임명동의가 필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대행 체제가 해소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KBS 이사회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김의철 전 KBS 사장 해임안을 제청한 핵심사유 중 하나는 '임명동의제 확대'였다. 박 사장이 국장 후보자를 지명하게 되면, 김 전 사장 시절 노사 단체협약으로 확립된 임명동의제가 발동하게 된다.

13일 박 사장이 단행한 주요간부 인사 리스트를 보면 성재호 통합뉴스룸국장(보도국장)은 인재개발원, 안양봉 시사제작국장은 통합뉴스룸 네트워크부, 이내규 시사교양1국장은 시청자서비스부, 강성훈 시사교양2국장은 시사교양1국, 박정연 라디오제작국장은 라디오제작국으로 발령났다.
전략기획실장, 본부장, 비서실장, 센터장 등 주요 간부는 전부 물갈이됐지만 KBS의 보도·시사·교양·라디오 시스템을 총괄하는 책임자는 공석으로 남았다.
한 KBS 구성원은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임명동의가 필요한 직책에 새 인사가 임명되기 전 전임 인사가 보직해제되는 것이 일반적인가'라는 질문에 "매일매일 보도 등의 분야에서 중요한 결정을 해야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통상 (새 인사가 올 때까지)유임한다"며 "모든 회사가 그렇듯 인사라는 것이 중간에 딱 단절되는 경우는 없지 않나. 이 자리를 비워두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박 사장이 5개 국장 자리를 비어놓은 이유는 임명동의제와 무관할 수 없다. 이 구성원은 "라디오 국장의 경우 두 번이나 임명동의를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져 세 번째 후보자까지 나와서 결정이 되는 선례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인사까지 기간이 꽤 늘어난다. 2~3주 늦어지는 식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만큼 중요한 자리가 비게 되는 것이고 최악의 경우는 (인사가)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올해 초 라디오제작국장 임명 과정에서 두 차례에 걸쳐 임명동의가 무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임명동의제는 김의철 전 사장 해임사유이기도 하다. 박 사장이 국장 후보자를 지명하게 되면 전임 사장 해임사유를 기반으로 인사권을 행사하는 게 된다. 박 사장이 임명동의 없이 새 국장 임명을 강행할 경우 노사가 합의한 단체협약을 위반한 것으로 노조법 위반 상태에 놓인다.
KBS 이사회는 '법률과 규정에 위반된 임명동의 대상 확대'를 김 전 사장의 6가지 해임사유 중 하나로 적시했고, 윤 대통령은 해당 해임안을 재가했다. KBS 이사회의 보고·심의·의결을 거치지 않고 임명동의제를 확대했다는 게 김 전 사장의 해임사유다.

KBS는 소속부서 구성원 과반이 참여한 투표에서 과반 찬성을 얻지 못하면 인사를 철회해야 하는 임명동의제를 주요 국장에게 적용해오고 있다. 김 전 사장은 지난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와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기존 통합뉴스룸국장, 시사제작국장, 시사교양2국장에만 적용해오던 임명동의제를 시사교양1국장, 라디오제작국장까지 확대했다.
김 전 사장은 윤 대통령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에서 국장 임명동의제 확대는 KBS 사장으로서 공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것이었고, 이사회에 보고 절차를 밟았다고 소명하고 있다. 방송법과 편성규약에 따라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는 설명이다.
방송법 제4조는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면서 방송사업자는 프로그램 제작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취재·제작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편성규약'을 제정·공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KBS 노사가 합의한 편성규약 제4조는 'KBS의 모든 구성원은 외부 이익집단의 압력, 조직 내규가 정한 권한과 책무를 넘어서는 부당한 간섭, 사적 이익으로부터 방송의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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