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가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적 합의를 이룬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보다 반대 여론이 우세한 ‘검찰 법안’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박홍근 원내대표와 박광온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에게 평등법 제정 촉구 서한을 전달했다.
차제연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지난 일주일 동안 국회 안에서 논의된 일들을 보자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특히 검찰 입법을 향한 민주당의 맹렬한 속도는 평등법이 걸어온 15년의 세월을 무색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박희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은 “평등법이 논의된 지 15년이 지났고, 두 인권 활동가가 단식 투쟁에 돌입한 지 8일 째다. 172석을 가진 민주당은 사회적 합의를 운운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서 “너무나 참담하고 분노스럽다”고 비판했다.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와 이종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활동가는 지난 10일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박 부위원장은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민주당이 또 어떤 거짓과 변명으로 차별을 반대하고 평등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등에 칼을 꽂을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박 부위원장은 “민주당 원내대표와 법사위원장을 만나 평등법 제정이 두 활동가를 극한으로 내몰 만큼 어려운 일인지 다시 한번 확인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민주당이 평등법을 반대하는 주장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평등법에 반대한 자들은) 호주제를 폐지할 때도 ‘인간뿌리를 상실하고, 짐승 된다’고 했고, 불법 촬영과 유포 협박 관련 입법할 때도 ‘국가가 사생활까지 간섭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소장은 “지금 이러한 법들이 제정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떠한 삶을 살고 있었을까”라며 “반대 세력에 막혀 아무 조치하지 못한 사회는 너무나 끔찍하다. 다양한 정체성, 노동형태, 가족 구성으로 살아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데 평등법이 제정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냐”고 따져물었다.
김 소장은 “윤 당선자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주장하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전장연의 시위를 조롱하고 있다”며 “정치에 차별, 혐오, 조롱, 갈라치기기는 새로운 공포를 예감하게 한다. 민주당은 차별과 혐오에 대척점에 서는 정치를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윤지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전 세계 국제앰네스티 회원과 지지자는 모두가 차별받지 않고 자유를 누리는 사회를 요구해 왔다”며 “2017년 유엔 인권이사국은 국가별 정례 인권검토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에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수차례 권고해 왔다”고 밝혔다.
윤 사무처장은 “정치권은 평등법 제정과 관련해 사회적 합의 부족만을 이야기한다”면서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2020년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90%는 평등법 제정에 찬성한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윤 사무처장은 “또다시 차별과 불평등으로부터 모든 시민을 보호할 기회를 포기한 국회로 기록되서는 안 된다"며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한국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한 아시아 첫 국가로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혜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많은 의원들이 우리에게 평등법 제정에 동의하고, 표결에 올라가면 찬성할 것인데, 당내 지도부가 아직 결단을 안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며 “우리는 이 자리에서 이제 당내 지도부의 결단만이 남았다는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21대 국회에서 총 4건의 차별금지법이 발의됐지만 한 차례의 심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제도를 통해 10만 명의 동의를 얻은 차별금지법 제정 청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로 회부되기도 했다. 그러나 법사위는 지난달 9일 만장일치로 차별금지법 심사기한을 21대 국회 마지막날인 2024년 5월 29일로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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