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에 대해 "국제인권 기준을 숙고하고 인권신장 방안을 모색하는 적임자"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안 후보자는 성소수자 혐오, 미성년자 성매매 변호, 아파트 편법 증여 의혹 등의 논란을 빚고 있다. 언론에서 안 후보자의 주장은 '개소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일 공안 검사 출신의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을 인권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2012~2018년 6년간 헌법재판관에 봉직하며 사회적 약자를 위해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왔다"며 "검사 재직 시에는 법무부 인권과에 근무하며 공익법무관 제도를 주도적으로 도입하고, 인권과를 인권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법률 복지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 보낸 인권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 요청사유서에서 "헌법의 이념과 국제인권 기준을 숙고하고 인권신장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하는 한편, 국가의 안전보장과 공공복리와의 조화를 도모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안 후보자가 ▲약 40년에 걸친 법조인 생활 동안 인권신장에 관한 확고한 신념으로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힘써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자문위원장으로서 인권위의 업무상 독립성에 대한 높은 이해를 갖고 있다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 침해 구제를 통해 인권보호 수준을 향상하는 데 기여했다며 "인권위를 이끌 적임자"라고 했다.
이에 대해 20일 정의당은 입장문을 내어 "안 후보자는 인권해체위원장"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의당은 "파도 파도 괴담뿐이다. 안 후보자는 인권위의 23년 역사를 땅바닥으로 처박을 인사"라며 "차별금지법 관련 입장을 이미 지적한 바 있다. 그의 발언 내역은 너무 저열해 직접 인용할 수도 없을 정도"라고 했다.
정의당은 "국제인권기준에 따른 대체복무제와 난민 신청자에 대해서 인권과 안보·치안을 대립항으로 생각하는 인식을 보여줬고, 인권위가 2018년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한 '불법체류'라는 단어를 자신의 책에서 거리낌 없이 사용한 일도 있다"며 "인권위가 적극 지지해 온 중대재해처벌법이 위헌이라며 법률심판을 제청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지난 12일 성명에서 "모든 사람의 존엄, 평등, 자유가 보장되는 인권사회 실현’이라는 인권위의 사명을 무력화하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인가"라며 "본인의 저서에 기록한 성소수자 혐오표현들은 부러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지난 13일 안 후보자가 저서 <왜 대한민국 헌법인가-헌법의 이념과 기본원리>에서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에이즈·항문암·A형 간염 같은 질병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건학 교수는 경향신문에 “감염병 원인을 모르던 1980년대에나 할 법한 비합리적인 말을 2024년에 한다는 것이 놀랍다”며 “논리가 없어 오히려 반박이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동성애가 에이즈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전형적인 허위조작정보다. 질병관리본부 등의 공식 설명 등에 따르면 에이즈는 성정체성과 관계없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과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를 할 때 전파되는 질병이다.
김종목 경향신문 사회부문장은 지난 15일 칼럼 <안창호와 김문수, 그리고 개소리에 관하여2>에서 "미국 철학자 해리 고든 프랭크퍼트(1929~2023)의 <개소리에 대하여>를 참조했다. ‘개소리’는 ‘bullshit’의 번역어"라며 "요약하면 개소리는 ‘진리에 대한 관심에 연결되어 있지 않고, 사태의 진상이 실제로 어떠한지 무관심하며, 정확성을 신경도 쓰지 않은 채 특정한 방식으로 자신의 속셈을 부정확하게 진술’하는 말"이라고 했다.
김 부문장은 2019년 6월 칼럼 <'전광훈', 그리고 개소리에 관하여>에서 전광훈 목사의 "동성애, 이슬람, 차별금지법은 사탄" 발언을 개소리로 지목했다. 이에 이어 김 부문장은 "인물도, 자리도 다르지만 한국의 인권 의식은 5년 사이 한발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며 안 후보자의 저서를 거론했다.

김 부문장은 "글은 쟁점을 다투며 논지를 전개하는 학술 논문인 양 써 내려가는 듯하면서도 결국은 핵심 주장 근거를 <성경> 즉 '성경적 윤리관'에 기댄다"며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라는 <구약> 창세기 1장 27절을 인용하며 '차별금지법이 성격적 세계관 및 창조질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했다. 딸을 노예로 팔거나 아들을 제물로 바치는, 현대 실생활에서 폐기한 <구약>의 수많은 규범까지 따를 참인가 싶다"고 꼬집었다.
김 부문장은 "안창호 말을 팩트체크 하겠다면 유엔이나 앰네스티 영문 자료를 뒤질 일도 없다. 인권위가 홈페이지에도 올린 ‘평등법(차별금지법) 쟁점과 팩트체크’만 봐도 된다"며 "이 정권은 그 자리에 가장 안 어울리는 사람, 그 자리에 일해서는 안 될 사람만 골라 앉힌다"고 했다.
김 부문장은 안 후보자에 대한 민주당의 비판이 없다는 점도 짚었다. 김 부문장은 "윤 정권 거의 모든 인사에 문제를 제기한 민주당은 15일까지도 안창호 관련 논평만은 내놓지 않았다. 안창호의 ‘건국’에 관한 말을 독립기념관장 경질 촉구 논평 중 한 줄로 문제 삼았을 뿐"이라며 "민주당 사람들도 차별금지법에 관한 문제에서 ‘극우 유니버스’를 함께 구성한다. 안창호의 등장은 윤석열 정권과 야권이 함께 이룬 일"이라고 했다.
20일까지 민주당의 안 후보자 비판 논평은 없었다. 김회재 전 의원, 김진표 전 국회의장 등이 대표적인 민주당 내 차별금지법 반대론자다.
한겨레는 지난 15일 기사 <“안창호 아무말은 ‘개소리’ 같은 것…차별금지법 있어야 할 이유”>에서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의 안 후보자 비판을 전했다. 장 전 의원은 한겨레에 "안 후보자 아무 말 대잔치에 대해서 자꾸 이렇게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에너지를 들여 반박을 해야 하는 상황이 세계적 웃음거리라고 생각한다"며 "주장만 있고 아무런 근거가 없는 얘기라서 거짓말이 아니라 '개소리'에 가깝다고 본다"고 말했다. 장 전 의원도 프랭크퍼트 저서를 인용했다.

장 전 의원은 "일본도 지난해 성소수자 차별금지법을 제한적이나마 도입하면서 G7 국가(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에서는 다 도입된 법"이라며 "이 법이 도입된 그 어떤 국가에서도 후보자가 주장했었던 그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차별금지법이 사회통합에 도움이 돼서 다원주의 시대의 국가 발전 밑거름이 됐다고 평가된다"고 했다.
이어 장 전 의원은 "지금 야당 의원들이 안 후보자 지명 반대만 하는 것은 요식행위라고 생각한다"며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이상 야당이 지금 해야 하는 일은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하고 추진하는 것이다. 그게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완전히 종식할 수 있는 길"이라고 했다.
안 후보자는 변호사 시절 골프 리조트 기업 2세의 불법촬영 사건과 미성년자 성매매 사건을 변호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14일 판결문을 근거로 유명 골프 리조트 회장 아들 A 씨가 여성 37명과의 성관계 장면을 불법 촬영한 사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2회 성매매를 한 사건을 안 후보자가 변호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또 안 후보자는 서울 강남 아파트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던 시기에 매매 방식으로 대치동 아파트를 아들에게 편법 증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겨레는 지난 19일 안 후보자가 아들에게 대치동 아파트를 팔고, 아들은 대치동 아파트를 전세 놓고 다른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고 [단독] 보도했다.
안 후보자는 2020년 5월 장남에게 대치동 우성아파트를 28억 원에 팔았다. 2018년 장남의 재산은 현금 7248만 원이었다. 한겨레는 "전세보증금을 종잣돈 삼아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아파트를 거래하는 갭투자 방식으로 소유권이 넘어간 정황이 짙어 보인다"고 했다. 안 후보자는 해당 의혹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장남 부부의 개인 민감정보에 해당해 답변하지 않겠다는 게 안 후보자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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