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차별금지법(평등법) 토론회를 개최하는 더불어민주당이 찬반 동수로 패널을 구성해 '혐오의 장'을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선동했던 인사들이 차별금지법 반대토론자로 나선다.

23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이종걸 공동대표는 오는 25일 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이 주최하는 차별금지법 토론회의 패널 구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 공동대표는 이날 토론회 패널로 요청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이 오는 25일 주최하는 차별금지법(평등법) 토론회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차별금지법 '혐오공간'으로 던져 버렸다"

이 공동대표는 "이 토론회 기획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다. 특히 성소수자를 법의 보호에서 배제하라는 반인권적 주장에 대해 민주당은 어떠한 입장인지 전혀 밝히지 않은 채, 찬성과 반대 동수로 토론자를 구성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4일 박 의장은 차별금지법 논의를 더는 미룰 수 없다며 국민의힘 정책위에 여야 공동 토론회를 제안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정책위 참여는 이뤄지지 않아 민주당 주최 토론회가 기획됐다. 민주당은 지난 18일 공문을 통해 각 단체에 토론자 추천을 요청했다.

패널은 '제정찬성' 5인, '제정반대' 5인으로 구성됐다. 찬성측 패널은 이종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 조혜인 '희망법' 변호사, 자캐오 성공회 신부, 박종운 법무법인 하민 변호사 등이다. 반대측 패널은 이요나 탈동성애인권센터 홀리라이프 목사, 이은경 법무법인 산지 변호사, 류현모 성산생명윤리연구소 교수, 이상원 새로남교회 목사, 윤용근 법무법인 엘플러스 변호사 등이다.

이 공동대표는 특히 "반대 토론자들은 그동안 여러 현장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악의적인 비방, 차별과 혐오를 선동하는 내용들을 발표했던 인사들로만 구성되어 있다"며 "이런 방식의 토론회는 차별을 조장하고 선동하는 목소리에 공적인 자리를 내어줌으로써 민주사회에서 허용되어서는 안 되는 차별 선동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이 공동대표는 이 같은 문제점을 비판하기 위해 토론회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이 공동대표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민주당의 공식 논의의 시작이 결국 누군가의 권리를 배제해야 한다는 반헌법적인 주장이 난무하는 장이 된다면, 그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는 것을 토론회장에서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민주당에 악의적 비방, 가짜뉴스, 차별·혐오 등에 대한 예방조치를 요구했다.

23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성명을 내고 민주당이 혐오세력에 손을 내밀고 있다고 규탄했다. 무지개행동은 "소수의 혐오 선동을 끌고와 무의미한 찬반구도를 만드는 민주당은 대체 어디에서 누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인가"라며 "인권은 합의의 대상도 찬반의 대상도 아니다"라고 했다. 무지개행동은 민주당에 차별금지법 즉각 제정을 요구했다.

정의당 배복주 젠더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주최하는 토론회는 차별받는 시민에 대한 대단한 무례이고 폭력"이라며 "차별금지법을 차별하다 이젠 혐오공간으로 던져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그냥 당명을 더불어반동성애당으로 바꾸라. 이러고도 국민의힘 욕할 처지가 되나"라며 "이런 토론회에 민주당 안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공식적인 유감표명이나 반대 목소리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토론회 패널 구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권리당원들의 자발적 모임인 성소수자위원회 준비모임은 24일 입장을 내어 "혐오세력은 대화의 상대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노무현 정부가 차별금지법을 발의하고 14년이 지난 지금, 민주당이 차별금지법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는 대신 '찬반' 토론회를 여는 것은 명백한 퇴행"이라며 "특히 일반 시민의 상식에 반하는 극소수의 광신적 혐오세력을 대화상대로 인정하고 공론장으로 끌여들이는 것이야말로 여론 호도"라고 비판했다.

이종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 (사진=차별금지법제정연대)

반대 토론자의 성소수자 혐오 "동성애는 질병", '전환치료' 강변

이요나 목사는 동성애를 이성애로 바꾼다는 '전환치료'를 주장하는 인물이다. 전환치료는 동성애를 성정체성, 성적 지향이 아니라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취급한다. 이요나 목사가 주도하는 홀리라이프는 "동성애는 선천적이지 않으며 치유가 가능한 성중독의 일종"이라며 상담을 통한 동성애 치유를 주장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전환치료를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침해이자 의료 사기로 보고 이를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2년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메인주 포함 16개주에서 미성년자에 대한 동성애 전환치료를 금지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해 18세 이하 동성애 치료를 금지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영국은 지난 5월 전환치료 금지법 도입을 확정했다. 프랑스는 동성애 전환치료에 대한 처벌법을 추진하고 있다. 뉴질랜드도 지난 7월부터 전환치료 금지법을 추진 중이다.

이은경 변호사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경제, 인터넷매체 등의 기고문에서 차별금지법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회를 순식간에 극심한 투쟁사회로 만들어버릴 만큼 아주 위험하다", "제3의 성을 도입해 개개인의 생활 영역 상당 부분을 규제한다", "차별피해자 주장만으로 누구든지 가해자로 전락하게 할 가능성을 남긴다" 등이다.

류현모 교수는 유튜브와 기독교 매체 등을 통해 동성애를 질병으로 취급하고 있다. 류 교수는 지난해 7월 기독일보 칼럼 <차별금지법을 왜 반대하는가?>에서 "동성애는 성 중독의 일종"이라며 "유전이 아니므로 치료가 가능하다. 정신과 치료를 통해 30~80% 정도가 치료된다"고 썼다. 류 교수는 "차별금지법으로 동성애 행위를 보호하는 것은 마약, 도박, 알코올 같은 중독행위를 장려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무책임한 짓"이라며 "차별금지법은 우리 자녀들이 타락으로 가는 문은 열어젖히고, 아버지께 돌아오는 길은 막아 버리는 법"이라고 했다.

윤용근 변호사 역시 강연과 기고문 등을 통해 "성적지향에 동성애를 포함하고 있어 반대한다", "성경에서는 동생애 행위를 죄로 본다. 죄는 금지되는 것", "성별은 창조 때부터 여성 아니면 남성", "제3의성은 가족제도를 붕괴한다" 등의 주장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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