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청년 성소수자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조직으로 국회·정부·법원·언론 등 이른바 '권력 4부'가 꼽혔다. 청년 성소수자들은 언론이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군과 개신교는 넘사벽이다.

3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국 성소수자 청년을 말하다' 토론회에서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이하 '다움')은 '2021년도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3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국 성소수자 청년을 말하다' 토론회 (사진=정의당 이은주 의원 페이스북)

'다움'은 지난해 8월 한 달 동안 만 19세~34세 청년 성소수자 3911명을 대상으로 설문·면접조사를 실시했다. 2014년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가 실시한 '한국 LGBT 커뮤니티 욕구 조사' 이후 7년 만에 이뤄진 대규모 성소수자 실태 조사다. 이번 조사는 소셜미디어, 인터넷 커뮤니티, 성소수자 사용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이뤄졌다.

청년 성소수자 97.1%는 '성소수자로 살아가기에 한국 사회가 어떤가'라는 질문에 '안 좋다'('매우 안 좋다' 56.1%, '다소 안 좋다' 41.0%)고 답했다. '다소 좋다'는 응답은 2.6%, '매우 좋다'는 0.3%에 불과했다. 2014년 친구사이 조사와 비교하면 '매우 안 좋다'는 응답이 17%p 증가했고, '안 좋다'는 응답은 3.7%p 늘었다. 정성조 '다움' 책임연구원은 "인식조사이기 때문에 실제 현실을 반영하지는 않겠지만, 당사자가 느끼기에 7년 간 한국사회 성소수자 인식이 더 부정적으로 변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청년 성소수자들이 각 사회적 집단에서 느끼는 성소수자에 대한 비우호도를 조사한 결과(중복응답) 군대 91.4%, 개신교 91.3%, 국회 89%, 정부 88.4%, 사법부 82.4%, 국민의힘 83.1%, 언론 79.9%, 더불어민주당 71.9% 순으로 집계됐다. 2014년 조사와 비교해 비우호도 응답이 증가한 집단은 민주당과 언론이었다. 2014년 민주당은 50% 초반, 언론은 60% 초반대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반면 기업(71.7%), 천주교(54.5%), 학계(52.4%), 의료계 (50.3%), 노동조합(42.5%), 시민사회(22.7%), 불교(18.5%), 정의당(17.9%) 등은 2014년과 비교해 청년 성소수자 비우호도 응답이 낮아졌다.

'2021년도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조사' 결과 (표='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지난 5년간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 변화를 묻는 질문에 청년 성소수자 35.7%는 '늘어났다', 23.6%는 '그대로', 32.4%는 '줄어들었다', 8.4%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부정적 인식 변화에 대한 주된 이유 중 하나로 '언론보도'가 꼽혔다.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줄어들었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일상 속 성소수자들의 가시화(70%) ▲미디어의 긍정적 보도 증가(40.3%) ▲시민사회의 지지(40.0%) 등을 들었다. 부정적 인식이 늘었다고 답한 이들은 ▲종교단체의 조직적 반대(62.7%) ▲미디어의 부정적 보도 증가(50.5%) ▲정치인 및 정당의 모욕적 언행 (33.7%) 등이 이유라고 밝혔다. 언론보도가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관련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긍·부정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청년 성소수자들은 중요한 정책 중 하나로 언론·미디어 정책을 꼽았다. '가장 중요한 성소수자 관련 정책'(중복응답)을 묻는 질문에 '성평등하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언론·미디어 환경 구축'이란 응답은 27.8%를 기록해 4번째로 높았다. 1~3번째 정책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60.3%, 동성혼 법적 인정 42.5%, 동성커플을 위한 파트너 관계 법적 인정 38.0% 등이다.

이 밖에 ▲성소수자 배제·차별적 교육내용 개선(19.6%) ▲군형법상 동성간성행위 처벌조항 폐지(17.3%) ▲성평등 정책 내 성소수자 인권보장 포함(17.3%)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정책 (12.4%) ▲주민등록번호 등 성별표기 삭제(8.0%) ▲트랜스젠더 성별 변경을 위한 법률 제정 (7.2%) ▲에이즈 예방과 감염인 지원(7.1%) ▲성소수자 고용차별 및 직장 내 괴롭힘 구제 (6.9%) 등이다.

'2021년도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조사' 결과 (표='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앞서 지난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 국민인식조사에서 우리사회 혐오표현 조장자로 정치인과 언론이 지목된 바 있다. 당시 정치인이 혐오표현을 조장한다는 응답은 58.8%, 언론이 조장한다는 응답은 49.1%로 나타났다. 정치인과 언론이 조장하는 주요 혐오의 유형은 출신지역 혐오, 여성 혐오, 이주민 혐오, 성소수자 혐오 등이다. 응답자들이 혐오표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본 대책은 '언론의 혐오 조장 보도 자제'(87.2%)였다.

청년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가족·친구 등 주변에서부터 학교, 군대, 직장 등 이들이 속한 사회 전반에서 나타났다. 청년 성소수자 스스로 인식하는 정신적·신체적 건강상태는 한국사회 청년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에게 커밍아웃을 한 응답자 1917명이 겪은 부정적 경험의 종류(복수응답)는 ▲성소수자라는 것을 알지만 모른체했다 45.6% ▲언어적 폭력을 당했다 26.0% ▲오랜시간 동안 대화하지 않으려고 했다 17.0% ▲원하는 성별 표현을 못하게 했다 10.9% ▲정체성을 바꾸기 위해 상담사나 종교인에게 데려갔다 4.4% ▲신체적 폭력을 당했다 3.9% ▲경제적 지원을 끊었다 3.5% ▲집에서 내쫓았다 3.2% ▲관계를 끊었다 2.3% 등이었다.

전체 응답자 중 지난 1년간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34%였다. 특히 트랜스젠더나 논바이너리·젠더퀴어(이분법적 성별 구분에서 벗어난 성정체성)에서 차별경험 비율은 다른 성소수자에 비해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차별을 소속 기관에 보고하거나 경찰에 신고한 응답자의 수는 4%에 불과했다. 신고를 해도 달라지는 게 없고,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라는 이유가 주를 이뤘다.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이 구직활동에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은 26.7%를 기록했다. 구직과정에서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22.6%로 조사됐다. 해당 조사에서 트랜스젠더의 응답은 60%대로 다른 성소수자들보다 2~3배가량 높았다. 직장에서의 차별을 우려해 성정체성을 직장에서 숨기거나 속였다는 응답은 73.3%에 달했다. 그럼에도 현재 재직 중인 직장에 성소수자 관련 정책이 전혀 없다는 응답은 69.5%로 나타났다.

청년 성소수자가 인식하는 주관적인 건강상태는 5점 만점에 평균 3.3점이었다. 앞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2020년 청년층 생활실태 및 복지욕구조사에서 청년세대의 주관적 건강상태는 4.28점, 2019년 한국복지패널조사에서 4.09점으로 조사됐다. 청년 성소수자의 주관적 행복도는 10점 만점에 5.9점이었다. 2020년 청년층 생활실태 및 복지욕구조사에서 청년 집단의 주관적 행복도는 6.8점이었다.

청년 성소수자의 우울증과 자살생각·시도 비율은 한국사회 청년 평균과 비교해 매우 높았다. 최근 1주일 동안 우울증상을 겪었다는 청년 성소수자 응답률은 49.8%였다. 2019년 국민건강영양조사, 2020년 한국복지패널 조사에서 나타난 청년집단 응답률보다 6.6배 높은 수치다. 최근 1년동안 자살을 생각했다는 청년 성소수자 응답은 41.5%로 2019~2020년 청년집단 조사 대비 8.6배 높았다. 최근 1년동안 자살을 시도했다는 응답도 8.2%로 나타나 청년집단 조사 대비 15.8배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도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조사' 결과 (표='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정성조 '다움' 책임연구원은 청년 성소수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라고 제언했다. 정 연구원은 "조사에 참여한 청년 성소수자들은 한국사회가 살아가기 힘든 환경이라고 응답하면서 성소수자 인권을 제도화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 마련을 요청했다"며 "당사자들은 차별금지법이 만능 해결책은 아니지만 출발점이 될 때 비로소 인권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연구원은 "성소수자 차별 경험 비율이 높고, 그 주된 장소가 직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차별금지법을 통한 구제절차를 마련하는 한편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없애기 위해 원칙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는 점이 확인된다"면서 "청년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고용 부문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볼 때 청년정책이 성소수자 문제를 전혀 다루지 않고 있는 현 상황은 문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김상희·강민정·권인숙·박주민·이상민·이탄희·이동주·유정주, 정의당 강은미·류호정·배진교·심상정·이은주·장혜영,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등이 '다움'과 함께 공동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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