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에 대해 "의지를 가지고 남은 임기 동안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10일 연합뉴스·AFP·AP·EFE·교도통신·로이터·타스·신화통신 등 7대 통신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전직 인권변호사임에도 정부와 여당이 차별금지 입법을 의미 있게 추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문 대통령은 "차별과 혐오를 배제하고 올바른 인권 규범을 정립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은 대한민국이 인권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시대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인권 규범을 만들어나가는 일에 우리 사회 전체가 역량을 모아 나갔으면 한다. 국회에 법안들이 발의되어 있으므로 진지한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와 입법이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1대 국회에서 총 4건의 차별금지법이 발의됐지만 한 차례의 심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제도를 통해 10만 명의 동의를 얻은 차별금지법 제정 청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로 회부되기도 했다. 그러나 법사위는 지난해 만장일치로 차별금지법 심사기한을 21대 국회 마지막날인 2024년 5월 29일로 연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세계 7대 통신사와 서면인터뷰를 한 후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취재진은 문 대통령에게 한국의 성평등·여성인권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질문했다. 취재진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하고 성평등과 여성인권 신장을 약속했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대통령 재임 동안의 진전이 실망스러웠다고 지적한다"며 "여권 핵심 인사들이 성범죄 혐의로 기소되거나 고발된 상태다. 이제는 집권 진보진영 여당과 보수진영 야당이 대선을 앞두고 남성 표를 얻기 위해 노력하면서 '안티 페미니스트'의 목소리에 영합하는 듯한 모습"이라고 물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추진하는 데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그만큼 성과도 많았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의 성평등 관련 국제지수는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실질적 성평등을 이뤄내는 노력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성과로 ▲공공·민간부문 여성 대표성 확대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젠더폭력 방지와 피해자 지원을 위한 기본법과 제도 정비 ▲경력단절·성별 임금격차 해결을 위한 정책 등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미투운동이 활발했던 것도 성평등 의식이 그만큼 높아진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한국사회 젠더 갈등에 대해 "청년들이 어렵고 특히 기회가 제약되니 여성과 남성 모두 '내가 성차별의 피해자'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청년 세대의 어려움은 더 많은 기회와 공정의 믿음을 주지 못한 기성세대의 책임이지 '남성 탓' 또는 '여성 탓'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정치권의 '성별 갈라치기'에 대해 문 대통령은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과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때로는 정치적 목적으로 갈등을 이용하며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히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평등에 합의한 사회, 평등을 외면한 국회' 기자회견 (사진=차별금지법제정연대)

문 대통령은 국민통합·정치문화에 관련한 질문에 "우리나라가 통합의 정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중 탄핵 후폭풍과 퇴임 후의 비극적인 일을 겪고서도 우리 정치문화는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며 "한편으로 극단주의와 포퓰리즘, 가짜뉴스 등이 진영 간의 적대를 증폭시키고, 심지어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적대와 증오를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지금 선거 국면에서도 극단적으로 증오하고 대립하며 분열하는 양상이 크게 우려된다"면서 "대통령을 포함하여 정치권이 앞장서 갈등을 치유하며 국민을 통합시켜 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고 당부했다.

임기 중 가장 아쉬운 대목을 묻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가 내내 가장 무거운 짐이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은 주택을 공급했지만, 수도권 집중화가 계속되고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해 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주택 공급의 대규모 확대를 더 일찍 서둘러야 했다는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하지만 정부는 상황 반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그 노력으로 부동산 가격은 최근 확실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끝까지 노력해 부동산 문제가 다음 정부의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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