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차별금지법이 사회적 갈등의 단초가 되고 있다며 "무리해서까지 밀어붙일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이하 차제연)는 이 대표의 차별금지법 입법 의지가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며 당 차원의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다. 

이 대표는 지난 11일 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반차별 관련 입법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차별금지법은 필요한 법안"이라면서 "그러나 이게 새로운 사회적 갈등의 단초가 되고 있다.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 해나가고, 가능한 빠른 시간 내 입법하는 게 필요하지만 무리해서까지 밀어붙일 사항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는 "특히 정치권 내에서 여야 각 당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라며 "정리를 위한 노력을 계속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1대 국회 들어 정의당 장혜영 의원, 민주당 권인숙·박주민·이상민 의원이 총 4건의 차별금지법 제정안을 발의했으며 10만 명의 동의를 얻은 차별금지법 제정 청원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차제연은 13일 밤 성명을 내고 이 대표를 향해 "후퇴를 멈춰라"라고 촉구했다. 차제연은 "정치인들의 말바꾸기가 하루이틀의 일은 아니라지만, 대선후보로 나선 거대 야당의 대표라는 이가 보여주는 정치의 민낯은 분노스럽기만 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21년 11월 광주 조선대에서 열린 지역 대학생과의 간담회에서 "차별금지법은 필요하고 입법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곡해와 오해가 상당히 존재한다"며 "사회적 합의가 대체적인 공감을 말하는 것이지 모두 동의하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모두 동의하는 일은 정치 또는 정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월 '신경제 비전' 기자회견에서 "헌법상 평등의 원칙이 사회 각 분야에서, 각 영역에서 실현돼야 하기 때문에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는 게 맞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면서 "국회에서 공론화 과정을 통해 입법을 실질적으로 할 수 있도록 국민적인 논의를 해주시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차제연은 "이 대표는 지금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가. 시민들의 요구로 사회적 합의는 진즉에 이루었다"며 "고릿적 답변으로 책임을 미룬 것이 처음도 아니지만 '사회적 갈등의 단초' 같은 표현은 평등법안을 3개나 발의한 당대표가 할 말은 아니었다. 진보를 자처하는 당의 대표가 할 수 있는 말은 더더욱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차제연은 "이 사회에 더욱 심각해지는 차별과 혐오, 그로인한 갈등이 어디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하는가. 사회적 갈등은 차별금지법이 없는 자리에서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며 "차별금지법이 아니라 차별금지법도 못 만드는 무능한 정치가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자 원흉이다. 이 대표의 말은 결국 사회적 합의는 핑계일 뿐 사회의 필요보다 여야당의 정치적 합의가 더 우선한 것임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관계자들이 지난해 5월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 단식투쟁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관계자들이 지난해 5월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 단식투쟁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4월 실시한 '평등에 관한 인식조사'(성인 1003명 대상)에서 ▲'우리 사회에서 겪는 차별이 심각하다고 생각한다'(66.6%) ▲‘차별 해소는 적극적 노력을 기울여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75.0%)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67.2%)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했다. 지난해 5월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성인 1000명 대상)에 따르면 '성별·장애·성적지향·학력 등을 이유로 한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제정해야 한다"는 응답은 57%, "제정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은 29%로 집계됐다.  

차제연은 오는 28일 국회도서관에서 <차별금지법 발의 3년, 대한민국 혐오차별 현실 진단 대토론회>를 개최한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는 국회의원들과 송두환 인권위원장이 토론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차제연은 "민주당 의원들도 다수 참여하는 이 자리에 이 대표도 꼭 참석하기를 바란다"며 "부디 올 상반기에는 단 한 번도 내어놓지 못한 민주당의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장을 내어놓으시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정의당은 지난 11일 차별금지법 등 올해 상반기 국회가 처리해야 할 주요입법을 선정해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제안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하자마자 회부된 차별금지법이 21대 국회 임기가 다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소위 심사 한번 없이 법사위 캐비닛에 잠들어 있다"며 "올해 1월에는 우리나라 인권상황을 검토한 유엔 회원국들이 입법을 촉구하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만큼은 국회가 책임 있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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