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국기자협회가 발행하는 기자협회보가 언론에 차별금지법(평등법)에 대한 공론장 역할을 촉구했다.

한국기자협회 편집위원회는 8일 '우리의 주장'에서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는 여론이 71%로 대다수이지만 대선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도 생산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이 공정하고 충분하게 공유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정치권뿐 아니라 언론도 이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21대 국회에서 총 4건의 차별금지법이 발의됐지만 답보 상태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제도를 통해 10만명의 동의를 얻은 차별금지법 제정 청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로 회부되기도 했다. 그러나 법사위는 지난 달 9일 만장일치로 차별금지법 심사기한을 21대 국회 마지막날인 2024년 5월 29일까지 연장했다.

기자협회 편집위는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지난 10월 초부터 한 달간 13개의 종합지와 경제지 보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4개 신문은 이 기간 차별금지법을 단 한차례도 다루지 않았다"며 "그나마 보도된 기사의 대부분이 정치인들의 발언을 전하는 수준이다. 특히 대권 후보들이 어느 정도 찬성 혹은 반대에 가까운 발언을 했는지 인상비평식 보도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자협회 편집위는 "정치인의 말을 따옴표 그대로 전하는 '실시간 중계'는 사안을 논란으로 소비하게 돼 사회적 논의가 진전되는 것을 방해하기도 한다"며 "인권의 차원에서 접근해야할 차별금지법이 '받아쓰기'를 할 수 있는 주제인가"라고 따져물었다.

(사진=차별금지법제정연대)

민언련이 지난 10월 5일부터 11월 9일까지 '차별금지법' 단어가 포함된 보도를 분석한 결과 동아일보·문화일보·매일경제·서울경제는 1건의 기사도 내지 않았다. 가장 많이 보도한 곳은 한겨레(22건)였고, 경향신문(17건), 국민일보(12건), 한국일보(6건), 서울신문(4건), 중앙일보·한국경제(각 2건), 조선일보·세계일보(각1건) 순이었다.

그러나 민언련은 조선일보, 한국경제, 국민일보의 차별금지법 보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이들 언론이 차별금지법을 대선 후보 행보 정도로 다루거나, 능력주의에 찌든 시각으로 바라보거나, 대주주인 기독교계의 입장으로 서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기독교계를 만나서 한 발언을 기사화한 <이재명 "차별금지법, 일방통행식 처리 안돼">(11월 9일)를 게재했다. 한국경제는 차별금지법이 대졸공채를 불법으로 만든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한국 교회와 교계 뉴스를 다루는 섹션인 '미션라이프'에서 성소수자·동성애 등 차별금지법 반대 논조를 기사화했다. 국민일보는 여의도순복음교회 등 보수기독교계가 출자한 언론사다. 국민일보 소유주 '국민문화재단' 이사진은 보수기독교계 목사들로 채워져 있다.

또 기자협회 편집위는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논의에서 언론은 어떤 관점에서, 누구의 시선으로 사안을 보도하고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기자협회보가 10개 일간지와 9개 방송사의 2년 6개월간 보도를 분석한 기획 기사 '누구의 목소리가 뉴스가 될까' 기사에 따르면 100번 이상 인용된 발언자 수는 1110명이다. 전체 발언자의 1.7% 수준이지만, 이들이 언론 전체 인용량의 49.1%를 차지하고 있다. 기자협회 편집위는 "언론이 자주 찾아가는 인물 역시 경제·문화·학계·기업 등 각 분야의 몇 명, 몇 곳에 집중된다"며 "차별의 문제를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특권을 가진 이들"이라고 짚었다.

기자협회 편집위는 "차별금지법은 인권의 문제다. 언론이 주요한 의제로 다루며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법안 효과에 대한 우려나 적용 범위에 대한 반론이 있다면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검증하고 보도해야 한다"며 "차별 없는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데 언론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라고 물음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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