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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4명이면 ‘찌라시’고, 5명이면 ‘언론’이라고?[신문법 시행령 개정 토론회] 문재인 “신군부 언론통폐합 버금가는 언론탄압”
박장준 기자 | 승인 2015.11.13 11:35

인터넷신문 등록요건을 강화한 신문법 시행령 개정이 박근혜 대통령 재가만 남겨두고 있다. 취재 및 편집인력을 기존 ‘3인 이상’에서 ‘5인 이상’으로 강화하는 게 시행령 개정의 핵심내용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시행령 개정으로 사이비언론을 척결할 수 있고, 저널리즘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신문법 시행령 개정은 1년 유예기간을 두고 소급적용되는데, 38.6%(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결과)에 이르는 1~4인 인터넷신문은 인력을 충원하거나 스스로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내년 하반기부터 5인 미만 언론은 등록이 취소되고 출입처 등에서도 쫓겨나기 때문이다. 이번 신문법 시행령 개정은 인터넷신문 등록제를 사실상 ‘허가제’로 변경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정부가 기자의 인원수로 ‘언론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이 같은 규제 강화를 추진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선거를 앞두고 전방위로 추진 중인 ‘언론통제’의 일환에 불과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고, 심의 결과를 방송사 평가에 반영하는 비율을 2배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새누리당은 여의도연구원 ‘포털 보고서’ 발간을 시작으로 ‘포털 첫 화면’에 정부여당에 부정적인 기사를 줄일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언론중재위원회는 온라인에서 기사와 댓글까지 삭제하는 권한을 위해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정부와 재계는 포털을 압박해 포털뉴스 최상위 댓글 작성권을 얻어냈고, 포털은 뉴스 입점-퇴출 심사권한을 정부와 재계, 주류언론 이해관계자들에게 넘겼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문법 시행령 개정은 전두환 정권 시절 언론통폐합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의 ‘언론통제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게 야당과 인터넷신문, 언론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는 보수-주류언론과 이해관계와 맞물리면서 추진됐다.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은 사이비언론을 척결하자며 신문법 시행령 개정을 부채질했다. 가장 거대한 뉴스플랫폼인 ‘포털’에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가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막는 것은 보수언론들이 ‘광고파이’를 확보하는 데에 용이하고, 정부와 재계는 효율적으로 언론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부가 입법예고 기간 중 70개 단체의 반대 의견과 2개 단체의 찬성 의견을 접수했는데도 개정을 ‘강행’한 것도 이 같은 흐름에서 봐야 한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13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신문법 시행령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토론회 축사를 통해 “어뷰징, 유사언론행위, 과도한 선정성 등 병폐의 주범이 소규모 인터넷언론이라는 근거도 미약하고, 상시고용 인력을 2명(3명→5명) 늘리는 것이 어뷰징과 유사언론행위 등을 방지하는 올바른 대안도 아니다. 그럼에도 신군부시대 언론통폐합에 버금가는 언론탄압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13일 오전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인터넷 여론 장악을 위한 신문법 개정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토론회. 이 토론회는 새정치민주연합 언론홍보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오영식 최고위원)와 사단법인 공공미디어연구소(이사장 양문석)가 공동 주최했다. 사회를 맡은 안정상 새정치민주연합 수석전문위원은 “문화체육관광부에 토론자로 참석해 달라 요청했으나, 일언지하로 거절했다”고 전했다.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은 신문법 시행령 개정의 문제점을 4가지로 정리했다. △개정된 신문법 시행령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5인이면 되고 4인이면 안 된다는 논리는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고 △선정성과 어뷰징 등 유사언론행위는 대부분 중대형 언론의 문제이며 △등록기준 강화로 인터넷신문의 혁신성과 대안적 성격이 약화된다는 내용이다. 그는 “지역의 중소언론과 대안언론이 도자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은 줄어드는 반면 정부-언론-광고주의 여론지배력은 확대되고 유착관계가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학웅 변호사는 “3명이든 5명이든 10명이든 그것은 입법권자의 재량 범위일 수 있지만 이미 인터넷신문의 개별 꼭지들을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 많다. 신문법에 따르면 ‘발행정지’까지 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굳이 신문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의도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표현의 자유는 정치적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권리다. 용비어천가를 부를 수 있는 자유는 ‘권리’ 이전에도 있었다.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는 권력에 대한 비판할 수 있는 권리인 것이다. 지금 정부는 이것을 막겠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도형래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사무총장은 “5인 미만 매체는 어뷰징과 선정성 경쟁을 할 능력과 여력도 없다. 당장 자기영역의 기사를 쓰기에도 바쁜 상황”이라며 “유사언론행위는 힘이 있는 매체가 하는 것이다. 5인 미만 매체가 (기업에) 어떤 협박을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소수로 시작해 지금 영향력 1위가 된 허핑턴포스트 같이 새로운 매체가 만들어질 창구가 사라지게 된다”며 “백악관은 1인미디어도 출입을 허용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데, 한국은 ‘4인은 찌라시고 5인은 언론’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양문석 공공미디어연구소 이사장은 “독립언론이라고 하면 출입처를 비판할 수 있고, 진보진영에서 한겨레를 비판할 수 있고, 기업에서 삼성을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뉴스타파와 시사인 정도를 제외하면 후원과 구독으로 독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광고를 받아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2명을 더 고용해 월급 150만원씩 주라고 한다. 그만큼 ‘앵벌이’를 해야 한다. 작은 매체들은 3~4년이면 말라 죽을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이 검열의 1단계라면, 2단계는 포털 입점기준 강화고, 3단계는 포털 모바일 입점·검색제휴 기준 강화”라며 “결국 권력과 자본에 동의할 수 있는 매체만이 살아남게 된다. 지금 한국언론은 자신이 쪄죽고 있는 줄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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