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언론 관련 정책을 퍼붓고 있다. ‘5인 미만 인터넷신문’은 언론사 간판을 내려야 할 위기다. 정부는 공영방송에 극우인사를 내리 꽂은 데에 이어 공정성·객관성 심의를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한국의 최대 뉴스플랫폼인 포털사이트는 정부여당에 부정적인 뉴스편집을 하고 있다는 비방에 시달리고 있다. <나는꼼수다> 같은 팟캐스트의 위력을 깨달은 정부는 1인미디어와 팟캐스트에 대한 규제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밑그림은 그려진 셈이다. 미디어스가 5회에 걸쳐 ‘언론통제-여론장악’을 해부한다. ①편은 ‘인터넷신문 등록요건 강화’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는 지난 8월21일 인터넷신문의 등록요건을 ‘3인에서 5인으로’ 강화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콘텐츠 확산력이 큰 인터넷신문의 특성상 사실확인 기능 및 저널리즘 품질 제고를 위한 제작여건(취재, 편집 등)이 제고될 필요가 있다”는 게 문화부 설명이다. 개정안 입법 취지는 요컨대 이렇다. ‘등록요건이 헐거워 언론이 난무하고 사이비언론이 급증하고 있다. 유명무실한 인터넷신문이 많아 등록제의 실효성이 사라졌다. 저널리즘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문화부는 언론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을 조화하려는 등록제의 취지가 무색해진 만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문화부 미디어정책과 전수련 사무관은 “신문법 시행령을 통해 등록요건을 따로 정한 것은 제도를 통해 언론에 대한 최소한의 공신력을 유지하기 위해서인데 현행 시행령에 따르면 3명만 있으면 언론사로 등록하고 활동할 수 있다. 매년 천개씩 늘어나고 있다.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신청 건수도 늘고 있다. 또 인터넷신문의 40%가 1년에 한 건의 기사도 게재하지 않고, 사이트가 없는 곳도 많다. 등록제의 실효성과 공신력, 언론의 신뢰성이 모두 낮아졌다. 그래서 제도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화부 설명대로 인터넷신문은 급증했다. 3명의 이름만 제출하면 누구나 언론의 지위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부 정기간행물 현황 등을 보면, 2005년 286개이던 인터넷신문 및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는 2014년 5950개다. 같은 기간 정기간행물에서 인터넷신문과 인터넷뉴스서비스의 비율은 4.0%에서 33.8%로 늘었다. 언론의 수가 늘고, 인터넷공간의 특성상 기사 건수가 늘면서 사회적 비용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신청 대상 중 인터넷신문 및 뉴스서비스를 대상으로 한 것은 2012년 1399건(전체 58.3%)에서 2014년 1만2613건(66.2%)로 뛰었다.

명분은 ‘저널리즘 질 제고’와 ‘사이비언론 척결’이다. 이것은 재계와 보수언론들이 꾸준히 요구하던 것들이다. 문화부는 규제영향분석서에서 ‘대기업의 87%가 유사언론행위의 피해를 경험했다’는 한국광고주협회의 유사언론행위 피해실태 조사결과를 ‘규제 필요성’과 ‘규제 적정성’의 근거로 제시했다. 결국 문화부의 규제강화는 언론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는 재계, 정해진 광고파이에서 자신의 몫을 늘리려는 주류언론의 이해관계가 만나는 지점인 셈이다.

신문법 개정령안의 심각한 문제는 정부가 공론장을 축소한다는 점이다. 넓게 보면, 박근혜 정부의 언론통제-여론장악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심의 범위를 넓히고 강도를 높이려 하고 있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심의위의 공정성·객관성 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방송평가 내 감점을 1.5배로 강화하는 안을 입법예고했다. 언론중재위원회는 기사삭제권을 쥐고, 댓글까지 중재 범위에 넣으려고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포털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동시에 진행 중인 문화부의 신문법 시행령 개정은 가장 많은 뉴스를 생산하는 인터넷신문, 즉 뉴스의 ‘최밑단’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피해는 애먼 인터넷신문이 본다. 언론재단 실태조사에서 5인 미만 인터넷신문은 전체의 38.68%로 조사됐다. 인터넷신문 열 중 넷은 구조조정된다는 이야기다. 그게 아니라면 이 언론사들은 유사언론행위를 해야만 언론사 간판을 유지할 수 있다. 문화부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실태조사 결과, 인터넷신문의 평균 종사자가 6.3명으로 조사돼 개정안의 영향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3인 언론사라고 하더라도 연간 3600만원을 들여 2명을 추가로 고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인터넷신문 시장은 ‘난립’이라는 문제에도 여전히 작동 중이다. 개점휴업인 인터넷신문도 많다. 문화부가 올해 5877개 인터넷신문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최근 1년 동안 단 한 건의 기사도 내보내지 않은 신문은 2572곳다. 전체 43.8%에 이른다. 지면이라고 할 수 있는 홈페이지조차 없는 곳은 1501곳(전체 25.5%)이다. 오히려 어뷰징과 유사언론행위는 포털에 입점한 상위 10% 언론과 주류언론의 닷컴이 주도한다. 광고주협회의 유사언론행위 조사결과 선정된 사이비언론 192개에 ‘5인 미만 인터넷신문’은 없다.

인터넷신문들은 물론 언론운동진영에서 문화부의 시행령안이 여론다양성과 ‘언론의 자유’를 위축할 것이라고 반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시행령안을 강행할 경우 다양한 여론을 반영할 언론이 사라지게 된다’며 ‘사이비언론과 저널리즘의 질 문제는 등록요건을 강화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문화부에 제출했다. 이기범 언론노조 교육선전실장은 “5명으로 올려도 10명으로 올려도 사이비언론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 문화부의 정책은 전두환 정권의 1도1사 같은 방식이다”이라고 비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동찬 사무처장은 “박근혜 정부가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전방위적 조치 중 일환”이라며 “문화부는 신문법 개정령안의 목적을 ‘어뷰징과 유사언론행위 해소’ 등으로 들고 있는데 그것은 인터넷신문의 인력규모와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인터넷신문들을 자신에게 우호적으로 재편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김동찬 처장은 “어뷰징과 사이비언론을 최소화하고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런 언론에 정부광고를 집행하지 않는 방안이 있는데 전혀 관련이 없는 인터넷신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구시대적 언론통제-여론장악 전략이 현실화하고 있다. 문화부는 찬반 의견 접수를 10월1일까지 진행했고, 원안대로 신문법 시행령안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부 미디어정책과 전수련 사무관은 28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오늘(28일) 접수한 의견에 대해 회신을 한다”며 “법제처와의 조율이 오늘 중 마무리되면, 29일 차관회의에 개정안이 상정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포털을 압박해 다양한 사실과 의견이 모이는 길목을 차단했고, ‘5인 미만 인터넷신문’을 존폐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 이제 진보적인 인터넷신문이 문을 닫지 않은 길은, 일부 보수성향의 인터넷신문이 정부광고로 성장한 것처럼 논조를 뒤집고 자기검열을 강화하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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