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퍼 보이지만 디테일하다.’ 새누리당의 포털 모바일뉴스 모니터링 보고서를 보고 든 생각이다. 서강대 연구진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발주처’인 여의도연구원은 물론 “포털을 손보겠다”는 새누리당, 최근 “사이비언론을 뿌리뽑겠다”고 나선 정부의 의도가 진하게 드러나 있었다. 보고서의 결론은 간단하다. 포털이 정치와 정부여당에 대해 부정적인 논조와 표현의 기사를 많이 내보내고 있으니, 정부와 국회는 ‘누리꾼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포털을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포털은 이미 망가진 지 오래다. 포털은 툭하면 청와대와 국회에 불려가 민원을 들어줘야 하는 처지다. 박근혜 정부 들어 검찰-포털 핫라인이 구축됐다. 포털은 최상위 댓글을 쓸 수 있는 권리를 정부와 기업에게 넘겼다. 그리고 정부의 사이비언론 퇴출 프로젝트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감청영장을 거부하면서 한때 사업자로서 자존감을 드러냈지만 연거푸 세무조사를 당하며 그로기(groggy) 상태다. 찍히면 죽을 수 있는 게 한국사회 IT기업이 처한 현실이다.

이미 ‘평정’ 당해서 그런지 몰라도 포털의 반응은 의외로 덤덤하다. 한 포털 관계자는 보고서 내용과 새누리당의 ‘격노’에 대해 당황스러워했지만 곧장 “국회에 나가서 설명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 낙하산 몇 명 받아주는 것은 포털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진성호 전 새누리당 의원 말대로 포털은 이미 평정된 지 오래다. 여기저기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는 포털에게도 리스크를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낙하산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빠르게 진행 중인 ‘언론 장악-여론 통제’ 맥락에서 봤을 때 정부와 새누리당은 포털에 낙하산 그 이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여의도연구원의 연구는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대다수가 포털사이트의 모바일페이지에서 뉴스를 보며 이슈를 파악하고 판단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시작됐다. 뉴스를 편집하는 포털사업자에 대한 규제는 그래서 정부부처와 언론, 광고주와 언론 관계에서 늘상 있는 ‘수정-삭제’를 넘어서는 ‘뉴스편집 개입’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포털에서는 “뉴스 편집 알고리즘은 절대 공개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보고서에 나온 개선방안대로 우회적으로 포털의 뉴스 편집을 통제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건강한 뉴스생태계를 만든다는 명분으로 포털을 압박하고, 자율기구 KISO에 상당한 권한을 부여하도록 한 뒤, ‘포털뉴스 편집·심의위원회’ 같은 실시간 모니터링 조직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댓글알바부대를 모니터링 조직에 투입하면 포털 첫 화면을 손쉽게 장악할 수 있다. 정부의 낙하산 인사와 조직이 포털 첫 화면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포털은 정부여당에 불리한 뉴스를 밀어내는 알고리즘을 구현할 수밖에 없다.

사실 여론 장악에서 남은 것은 포털 플랫폼뿐이다. 저널리즘의 밑단은 이미 포섭됐거나 정부의 통제 하에 있다. 공영방송은 극우 인사들을 내리 꽂으며 장악했다. 언론도 적극 협조하고 있다. 포털은 제휴 언론사를 심사하는 자리에 주류언론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인터넷신문 등록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주류언론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아귀가 맞는다. 여론 장악을 위한 마지막 키는 ‘통제가능한 콘텐츠를 유통할 플랫폼, 바로 포털’이다.

포털을 두고 연합뉴스 스트레이트 기사 위주의 보수적인 편집을 한다는 비판은 아랫단에서 꾸준히 나왔다. 그러나 윗선에서는 정반대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었다. 장악된 언론이 가끔 내놓는 비판 기사도 포털에는 오르면 안 된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포털 장악 프로젝트의 출발점이다. 자신을 욕하라며 디스(Diss) 공모전까지 개최한 새누리당은 뒷편에서는 큰 쇼를 기획했다. 어설프고 저열한 의도의 보고서를 기자들에게 거리낌 없이 배포한 것은 ‘이미 포털을 장악했다’고 선언한 것과 같다. 모바일메신저 망명을 유도한 정부가 이제 포털 망명을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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