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포털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는 16일 여의도연구원과 이재영 새누리당 의원이 주최한 <포털뉴스의 오늘과 내일> 토론회에 참석해 “포털이 악마의 편집을 통해 진실을 호도하거나 왜곡·과장 기사를 확대재생산해 또 하나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여의도연구원 발주로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최형우 교수 연구팀이 작성한 보고서가 공개된 지난 4일에도 그는 “포털이 우리 사회에, 특히 젊은 층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절대적인데, (포털의) 왜곡된 정보 제공은 잘못됐다. 이는 시정돼야 한다”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 주최로 열린 <포털 뉴스의 오늘과 내일> 정책토론회에서 축사를 했다. (사진=연합뉴스)

새누리당은 포털 규제 방안을 흘리며 여론전에 집중하고 있다.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15일 밤 MBC <백분토론>에 출연해 “(방송을 규제하는) 방송통신위원회처럼 ‘포털위원회’를 만들어 네이버와 다음을 규제해야 하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17일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는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에 대한 새누리당의 ‘폭격’이 예상된다. ‘포털이 야당에 비해 정부여당에 부정적인 기사를 상대적으로 많이 유통하고 있다’는 보고서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전달하면서 포털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집권여당은 포털에 대한 ‘얼차려’는 진행 중이고 이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이 부채질하고 있는 ‘포털뉴스 공정성 논란’은 언론정책 전반과 연결지어 이해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초부터 세월호 참사, 비선실세 등에 대한 의혹제기를 원천차단하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활용해왔다.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민소통실에 주요언론사 편집국장과 보도국장을 대면접촉해 정부정책에 대한 우호적 기사를 유도하는 직제를 신설했다. 정부는 보수언론, 재계와 함께 ‘언론이 난립해 여론이 왜곡된다’는 이른바 ‘사이비언론’ 프레임을 펼쳤다. 포털은 이들의 요구를 수용하며 보조를 맞췄다. 문체부는 인터넷신문의 등록요건을 강화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놨다.

뉴스를 생산하는 ‘밑단’에 대한 계획은 인터넷신문 정리를 추진하는 것부터 실행단계에 접어들었고, 남은 것은 포털 같은 ‘플랫폼’을 어떻게 처리할지다. 주류언론을 모두 포섭할 수는 없는 탓에 포털 대문에 노출되는 비판 기사를 줄이는 것이 정부여당의 마지막 과제라고 볼 수 있다. 주류언론의 의제설정 능력과 여론 장악력이 약해지고 있고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뉴스를 ‘취사선택’ 하는 시민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지만, 한국에서 포털 메인화면은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지면’이고 포털을 잡아야 선거를 이길 수 있다는 분석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포털이 의도와 상관없이 중립적 정보의 흐름을 결과적으로 왜곡한다면 국민들이 왜곡된 생각을 갖게 될 우려가 크다”는 김무성 대표의 말은 백번 옳지만, 포털은 이미 장악돼 있다고 보는 게 상식에 부합한다. 현재 포털은 연합뉴스 스트레이트 기사 위주로 메인화면을 채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부처 수장, 그리고 집권여당 대표의 동정과 말 한마디는 포털 메인화면에 쉽게 올라가지만 그에 대한 다양한 비판은 훨씬 적다. 정부가 추진 중인 언론정책이 현실화하면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기사의 생산과 유통은 지금보다 줄어들 게 빤하다.

단적인 예로 포털은 김무성 대표의 ‘허위사실’ 유포도 도왔다. 다음카카오의 포털뉴스 편집 알고리즘은 김무성 대표가 지난 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 노조, 귀족노조가 매년 불법 파업을 일삼지 않았느냐” “공권력을 투입하면 (노조가) 쇠파이프로 (경찰을) 두들겨 팼다. 공권력이 그들에 대해 대응하지 못해 2만불에서 10년을 고생하고 있다. 만약 그런 일이 없으면 우리는 3만불을 넘었다” “CNN에 연일 쇠파이프가 보도되는데 어느 나라가 투자하겠나” 등 노동조합에 대한 편협한 인식과 사실을 왜곡한 발언을 쏟아냈고, 다음카카오는 이 발언이 담긴 기사를 4시간 이상 메인화면에 배치했다.

포털은 이미 ‘정부여당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서강대 연구팀이 1월부터 6월까지 포털 모바일 메인화면에 오른 기사 5만126건을 분석한 결과, 정부여당을 부정적으로 표현한 기사는 1029건으로 전체 2%로 나타났다. 새누리당만 따지면 0%대다. 새누리당 바람대로 정부가 포털뉴스에 개입한다면 포털은 보도자료 유통 플랫폼으로 전락하게 된다. 포털이 새누리당 토론회에 돌연 불참한 이유는 정부여당이 포털의 수익구조 전체가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한 요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 아마존 같은 글로벌 기업을 육성하자”는 정부여당의 수준이 이렇게 낮디 낮다. 문제는 이토록 노골적이고 천박한 언론-여론 장악 전략이 성공할 가능성은 없지 않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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