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가 인터넷신문 등록요건을 ‘상시고용 5인 이상’으로 강화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제출한 와중에, 광고주 중심의 이익단체들은 등록요건을 ‘10인 이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한국광고주협회(회장 이정치)는 13일 한국광고총연합회(회장 이순동), 한국광고산업협회(회장 정만석), 한국광고학회(회장 박현수)와 함께 공동명의로 성명을 내고 “인터넷신문의 진입장벽을 현실화하자”며 이같이 주장했다.

광고단체들의 지적은 단순하다. ‘인터넷신문은 3명만 있으면 누구나 차릴 수 있기 때문에 언론이 우후죽순 생겼다. 광고파이가 한정돼 있는 까닭에 기사와 광고·협찬을 바꾸는 등 유사언론행위를 하며 생존하는 사이비언론이 급증하고 있다.’ 이 단체들은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빠른 시간 안에 시행하고, 인터넷신문의 등록요건을 ‘상시고용 취재·편집인력 10인 이상’으로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진단은 맞다. 인터넷신문은 급증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인터넷신문은 2005년 286개에서 2014년 5950개로 늘었다. 그리고 유령언론도 많다.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 실태조사 결과, 43%의 인터넷신문이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 체감 상, 보도자료나 뉴스통신사의 기사를 베껴쓰는 언론도 늘었다. 포털에서의 어뷰징(동일기사 반복전송) 문제도 심각하다. 광고와 기사를 바꾸는 이른바 ‘유사언론행위’를 하는 사이비언론도 늘었다.

▲ (이미지=한국광고주협회)

그러나 인터넷신문 등록요건을 강화하는 것은 언론의 문턱을 높이는 방식이다. 포털이 정부정책에 적극 협조 중인 점을 감안하면, 대안언론과 1인미디어는 포털 등 주요 뉴스플랫폼에서 배제되고 뉴스플랫폼이 제공하는 공론장은 그만큼 좁아질 게 빤하다. 지난해 언론재단이 1776개 인터넷신문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4명 이하 매체가 687개로 조사대상의 38.68%에 달했다. 문체부의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으로 최소 30% 이상의 인터넷신문이 등록이 취소될 판에 광고단체들의 제안은 절반 이상의 인터넷신문을 한 번에 정리하자는 것이다.

광고주협회 등 이익단체들이 회원사들의 이해관계를 지키고 언론의 품격을 걱정한다면 광고주협회 조사결과 선정된 유사언론에 대한 광고·협찬을 멈추고 포털에 해당 언론의 퇴출을 요구하는 게 정답이다. 앞서 광고주협회는 대기업 홍보담당자들을 설문조사한 결과 192개의 유사언론행위 매체를 확보했다. 이 명단에는 포털과 뉴스공급계약, 검색제휴계약을 맺은 일간지, 방송사, 인터넷신문들이 다수 포함됐다. 조중동과 일부 종합편성채널도 유사언론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문턱을 낮춰야만 다양한 관점과 주장이 자유롭게 오가고, 자연스럽게 저널리즘의 질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업계에서 모를 리 없다. 그러나 포털도 광고주도 정부도 주류언론도 모두 한통속으로 인터넷신문을 줄이면 저널리즘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소설을 쓰고 있다. 광고주협회가 회원사들이 직접 제보한 유사언론에 대한 지원을 끊지 않으면서 ‘사이비언론을 척결하자’고 외치는 것은 그래서 자가당착이다.

이들이 시대를 역주행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정부는 비판언론을 봉쇄하고, 포털은 정치적 리스크를 덜고, 광고주와 주류언론은 돈으로 뭉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언론 포섭-통제 전략을 비판해야 할 언론이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에게 떨어질 떡고물이 커질 수도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떡고물은 절대 커지지 않는다. 침묵할수록 랩독(lap dog)이자 사이비언론이자 기생충이 된다. 지금이야말로 언론의 품격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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