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뉴스 검색 및 입점 계약, 그리고 제휴평가 권한을 갖게 된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 업계 이해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이비언론 퇴출’을 명분으로 신문법 시행령 개정을 최초로 제안한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김병호)은 평가위원으로 ‘삼성맨’을 추천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 9월24일 한국신문협회, 한국방송협회, 한국언론진흥재단 등 7개 단체가 참여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설립을 위한 준비위원회’를 통해 준비위 참여 7개 단체를 포함 총 15개 단체로부터 2명씩을 추천받아 총 30명의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설립하고 위원회에 포털 입점-제휴-퇴출 심사권한을 위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평가위원회는 통상적 회의와 뉴스제휴 평가 업무를 나누고, 단체별로 1인씩 회의별 참석자를 정해 업무를 진행하기로 했다. 당시 포털은 공정성을 이유로 평가위원 30명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평가위원회는 지난 15일 첫 회의를 열고 뉴스제휴 현황과 향후 일정을 논의했다.

미디어스가 포털과 준비위·평가위 참여단체 등을 취재한 결과, 평가위원의 대다수는 해당 단체 소속의 실무자로 확인됐다. 포털 입점-퇴출 권한을 이익단체들이 직접 행사하겠다는 이야기다. 기득권이라고 할 수 있는 주류언론 출신 인사가 다수를 차지한다. 또 어뷰징(동일기사 반복전송)과 광고기사의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현직 언론인도 여럿 평가위원회에 합류했다. 현직 언론사 보도국장과 삼성 임원 출신 인사도 평가위원이 됐다.

한국방송협회는 황외진 MBC 뉴미디어뉴스편집부 부장과 김현철 SBS 뉴미디어부 부장을 추천했다. 한국신문협회는 정동우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동아일보 출신), 배정근 숙명여대 정보방송학과 교수(한국일보 출신)를 추천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강성웅 YTN 디지털사업본부장과 조현진 국민대 미래기획단장(YTN 출신·MB정부 청와대 비서관)을 추천했다. 한국기자협회의 경우, 김준옥 CBS 보도국장과 이희정 한국일보 디지털퍼스트추진단장을 추천했다.

한국온라인신문협회 추천인사는 윤형식 매경닷컴 대표, 박홍기 서울신문 온라인뉴스 담당 국장이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이근영 프레시안 대표, 김기현 협회 사무국장을 추천했다. 인터넷신문위원회는 이민규 중앙대 교수(사회과학대 학장), 허남진 한라대 초빙교수(중앙일보 출신)을 추천했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민병욱 위원회 독자불만처리위원(동아일보 출신), 김지영 심의실장(경향신문 출신)을 평가위원으로 추천했다. 한국언론학회 추천위원은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와 민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김위근 재단 연구위원과 김태호 전 삼성엔지니어링 전무를 추천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강정화 연맹 회장, 정지연 사무총장을 추천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고계현 사무총장과 채원호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를 추천했다. 언론인권센터는 김준현 변호사(센터 정보공개시민운동본부장)과 윤여진 사무처장을 추천했다. 한국YWCA연합회는 연합회 소속의 대학청년위원회 김은경 위원장과 박은실 중정운동국 국장을 추천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강신업 협회 공보이사, 채명성 협회 법제이사를 추천했다.

특이한 대목은 언론재단이 김태호 전 삼성엔지니어링 전무를 추천했다는 점이다. 언론재단 기획예산팀 정민 팀장은 23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평가위원 추천과 추천사유는 모두 비공개”라며 김태호 전 전무 추천 여부와 이유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재단이 ‘사이비언론 척결’을 요구하는 재계와 맥을 같이 하며 인터넷신문 등록요건을 강화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을 제안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언론재단의 삼성맨 추천은 곧 재계의 요구를 정부가 수용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김태호 전 삼성엔지니어링 전무는 전형적인 삼성맨이다. 그는 1956년 경남 함안 출신으로 동래고-성균관대를 졸업했다. 그는 1986년부터는 삼성전자 경영기획실에서 일했고, 1995년부터는 비서실에서 전략홍보팀 부장으로 일했다. 이후 2001년 삼성기업구조조정본부에서 홍보업무를 담당했고, 2006년부터는 전략기획실 기획홍보팀에서 일하다 전무로 승진했다. 2009~2011년 제일기획 크로스미디어부문장(전무)으로 있다가 2012년 1월 삼성엔지니어링으로 옮겨 2013년 말까지 2년 동안 인사기획T/F 담당(전무)으로 일했다. 그는 퇴직 후부터 현재까지 삼성엔지니어링 자문역을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과 인연이 있는 평가위원은 더 있다. 인터넷신문위원회 추천을 받은 허남진 한라대 교수는 중앙일보 출신이다. 신문협회 추천인 정동우 전 동아일보 기자는 1996년 삼성언론상을 수상한 바 있다. 언론학회 추천인 김병희 서원대 교수는 2012년 제1회 제일기획 학술상에서 저술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소비자연맹 또한 삼성과 각종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포털은 언론을 통해 평가위원 명단이 일부 공개됐는데도 비공개 원칙을 고수 중이다. 카카오는 미디어스에 “위원 명단 비공개 원칙은 여전하다”며 “위원 개개인보다는 평가위가 만들어낼 결과가 더 중요하다. 평가위의 전문성과 독립성이라는 대원칙도 변함없다. 제휴평가위가 원래의 취지에 맞게 잘 운영되고 합리적인 평가기준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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