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머니투데이와 전쟁(?)에서 압승하고 특별취재팀 운영을 잠정중단했던 연합뉴스(대표이사 사장 박노황)가 <사이비언론> 기획을 재개했다. 이번 공격 대상은 ‘중소 인터넷신문’이다. 연합뉴스는 14일 총 3건의 <사이비언론 규제>를 주제로 한 기획기사를 내보냈다. 연합뉴스는 이 기사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신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인터넷신문의 등록 요건 강화 방안을 마련했으나 이를 놓고도 인터넷신문업계를 필두로 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현실을 진단하며 “사이비 언론이 야기하는 부작용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언론의 자유 또한 무제한적으로 보장될 수 없다는 점은 명백하다” “연합뉴스는 문체부의 규제안 추진을 계기로 사이비 언론의 폐해 심각성과 대승적 해결 방안 등을 다시 짚어본다”고 기획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관련기사: 연합뉴스 <사이비언론 규제> ①인터넷신문 등록요건 강화로 푼다
▶관련기사: 연합뉴스 <사이비언론 규제> ②공갈·협박·사기…폐해 ‘도(度) 넘었다’
▶관련기사: 연합뉴스 <사이비언론 규제> ③“언론 스스로 최소기준 마련해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는 지난 8월 21일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인터넷신문 등록요건을 현행 ‘취재 인력 2명 이상을 포함한 취재 및 편집 인력 3명 이상’에서 ‘취재 인력 3명 이상을 포함한 취재 및 편집 인력 5명 이상’으로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콘텐츠 확산력이 큰 인터넷신문의 특성상 사실확인 기능 및 저널리즘 품질 제고를 위한 제작여건(취재, 편집 등)이 제고될 필요가 있다”고 개정안 제안 이유를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은 ‘조만간’ 법제처 심사와 차관회의·국무회의를 거쳐 발효된다. 이 개정안은 발효 후 1년의 유예기간 이후 모든 인터넷신문에 전격 적용된다.

연합뉴스와 정부는 인터넷신문 등록요건이 헐거운 탓에 이른바 ‘사이비언론’이 급증했고, 이것 때문에 ‘좋은 언론’과 ‘잘못 없는 기업’이 괜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는 “그러나 업계를 중심으로 이 같은 정부의 규제 강화가 ‘언론자유 훼손’이라는 반발이 거세다”며 미디어스의 정부 비판 기사(8월24일자 <‘사이비언론 척결’ 총대 멘 정부, 다시 전두환 정권인가>)를 소개했다. 연합뉴스는 미디어스 기사에 대해 “정부 규제안이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고 반대 의견을 탄압하기 위한 것이란 일방적 주장을 앞세울 뿐 제도개선의 취지나 등록 인터넷신문의 운영 현실 등에는 침묵했다”고 지적했다.

▲ 연합뉴스 2015년 10월14일자 <사이비언론 규제> ①편 기사 중 일부 (이미지=연합뉴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서 갈무리)

연합뉴스의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 미디어스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의 내용을 연합뉴스보다 자세히 설명했다. 연합뉴스는 해당 기사에서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설명에 293자(84개 낱말)를 할애했지만, 연합뉴스가 문제삼고 있는 미디어스의 기사의 경우 개정안의 내용과 취지를 보도하는데 이보다 많은 356자(108개 낱말)가 사용됐다. 뿐만 아니라, 미디어스는 인터넷신문과 관련한 통계도 수차례 보도했다. 독자가 직접 개정안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정보를 전달했다. 미디어스가 개정안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확립하게 된 이유는 포털 진입장벽이 낮아져 더 많은 언론이 경쟁할 수 있어야 지금보다 다양한 관점과 의견이 경합할 수 있고, 그래야 공론장이 건강해질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이 대안언론의 공론장 진입장벽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은 ‘기우’가 아니다. 인터넷신문 열 중 넷은 간판을 내려야 한다. 2014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인터넷신문 1776개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5인 미만 인터넷신문은 687개사로 38.68%에 이른다. 정부에 등록된 인터넷신문사가 2014년 기준 5950개인 점을 감안하면 시행령 개정으로 등록취소 처지가 될 언론사는 2300여개다. 만약 정부가 재계의 의견을 수용해 등록요건을 ‘10인 이상’으로 강화한다면 절반 이상의 언론은 포털의 검색제휴 대상조차 되지 못하고 공론장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 지금도 포털과 검색제휴를 맺은 언론은 선거기사 심의대상 2700여개의 10% 수준밖에 안 된다. 운동장은 지금도 충분히 기울어 있다.

물론 인구에 비해 인터넷신문의 숫자가 많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5877개 인터넷신문을 전수조사한 결과, 1년 동안 단 한 건의 기사도 내보내지 않은 신문은 2572곳으로 전체 43.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지면(홈페이지)이 없는 곳 또한 1501곳(전체 25.5%)으로 조사됐다. 정부와 연합뉴스의 우려와 달리 이는 인터넷신문 시장이 ‘작동 중’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인터넷신문 절반 가까이가 이미 도태됐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문법 시행령 개정으로 인해 인터넷신문들이 상실하게 될 영향력(그리고 이것과 비례하는 광고·협찬)은 주류언론과 살아남은 인터넷신문이 고스란히 챙기게 된다. 더 나쁜 것은 이런 경우에도 사이비적 행태와 어뷰징 경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언론사를 차리기 쉬운 탓에 악의적 기사를 무기로 광고․협찬영업을 하는 ‘5인 이하’ 언론의 숫자는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 기자 12명이 취재·종합해 소개한 기사를 보면 지역일간지, 주간신문, 인터넷매체 지역본부와 함께 인터넷신문의 ‘깡패짓’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연합뉴스가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연이어 내보낸 머니투데이그룹 비판 기사에서 볼 수 있듯, 더 큰 시장을 더 강하게 교란하는 사업자는 오히려 주류언론이다. 한국광고주협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유사언론행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이른바 사이비언론의 절대다수는 ‘5인 이상 언론’으로 추정된다. 올해 초 미디어스의 <지자체와 언론, ‘음지’의 거래> 연속 보도에 등장한 절대다수도 주류언론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인터넷신문의 등록요건의 강화로 사이비언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해 보인다. 언론이 언론을 감시하고, 독자들에게 사이비언론의 실체를 알려나가는 것이 유일한 방안이다. 사이비언론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라면 차라리 ‘포털처럼 규제 가능한 뉴스플랫폼에서 뉴스를 없애라’고 극단적으로 주문하는 게 낫다. 그러나 주류언론이 이렇게 주장하지 않는 이유는 포털이 자신의 영향력을 드러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포털에 같은 요구를 하지 않는 이유도 네이버와 다음이 ‘점잖고 합법적으로’ 여론을 장악할 수 있는 유일한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주류언론에게 포털은 ‘비빌 언덕’이고, 정부에게 포털은 ‘평정해야 할 대상’이다. 국정감사와 세무조사, 그리고 포털뉴스 공정성 논란으로 포털은 이미 무릎을 꿇었다.

이런 와중에 연합뉴스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한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이를 비판한 언론을 비난하는 것은 정부의 여론 통제와 사이비언론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언론의 역할을 스스로 내려놓은 것이다. 연합뉴스의 <사이비언론 규제> 기사들은 국가기간뉴스통신사가 아닌, 마치 ‘국가기간홍보대행사’가 대필한 것처럼 문화체육관광부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정부가 매년 각종 명목으로 연합뉴스에 내려주는 350억원은 정부 정책홍보를 턴키로 수주하고 받은 돈이냐는 비아냥도 나올 수 있다. 연합뉴스 기사가 하루 종일 걸려 있는 ‘네이버 시작화면 최상단 한줄’은 정부에게 효율적인 ‘홍보채널’로 간주될 수 있다.

기획기사 1편과 3편을 작성한 김중배 홍국기 기자는 “‘기자’가 ‘지사’(志士)이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으나 최소한 갖춰야 할 직업윤리와 덕목을 선별할 진입장벽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며 “그러나 최근에 이르기까지 우리 언론계는 서로간의 경쟁 심화 속에서 이 같은 자정 장치 마련에 소홀해온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고 썼다. 연합뉴스는 홍보도 언론의 역할이라며 ‘회당 71만5000원짜리 현장취재’ 아르바이트를 조직적으로 했다. 지난 대선 때는 “The Strongman’s Daughter”를 굳이 ‘실력자의 딸’로 번역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내려 보낸 사장이 자신의 첫 행보로 지시한 ‘국기게양식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그리고 지금은 정부 정책 홍보에 열을 올린다. 이러니 지금 연합뉴스에 ‘지사’도 ‘기자’도 없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국가기간홍보대행사 아르바이트’라는 비아냥에 과연 대답할 말이 있는가. 소속 기자들을 더 비참한 처지로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