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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와 수사기관의 만남, 파괴적 감시사회 온다”[사이버 사찰 토론회]‘후진’ 빅브라더 손에 ‘첨단’ 빅데이터 넘어간다면
박장준 기자 | 승인 2014.10.15 16:03

“영장 없는 검열과 실시간 사찰은 불가능하다”는 검찰과 사업자들의 해명에도 사이버 검열 논란은 진화되지 않고 있다. 다음카카오가 암호화 대책 등을 내놓고, 13일 이석우 대표가 “감청(통신제한조치) 영장에 응하지 않겠다”는 폭탄발언을 한 뒤에도 그대로다. 이석우 대표는 졸지에 “마시던 우물에 침을 뱉어봐야 그 손해는 고스란히 본인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 ‘반체제 인사’가 됐다. 수사기관은 실시간 감청 장치를 ‘합법적으로’ 개발해 카카오톡 서버에 직접 꽂을 기세다.

합법이든 불법이든 카카오톡 대화내용 등 이용자 개인정보가 경찰, 검찰, 국가정보원에 넘어간 것만큼은 분명하다. 다음카카오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더라도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와 그의 카카오톡 친구들이 나눈 대화내용은 통째로 경찰과 검찰에 넘어갔다. 그러나 수사당국은 대화내용을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다. 국가보안법 사건의 경우 “몇 년 치 통신자료를 확인한 결과 특이사항은 없었다”는 수사기록도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주의인물’을 사찰하는 데 기업을 동원한 꼴이다.

시민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개인정보와 연동된 데이터’를 수집·관리하는 다음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빅데이터’ 기업이 권력기관과 연결된 정황이나 증언이 나오고 있는 탓이다. 이호중 서강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15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토론회 <박근혜정부 사이버 정치사찰, 어디까지 왔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서 “기업과 국가권력이 빅데이터를 통해 협력적 감시체제를 구축하고, 비공식적이고 위법한 협조체제로 영장제도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 15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2층에서 열린 토론회. 강정수 연구원(사단법인 오픈넷 이사)는 토론회에서 기업의 빅데이터가 권력기관의 사찰에 활용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진=미디어스)

우경화된 미국보다 더 취약한 한국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은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기업이 개인정보와 연동된 정보를 수집하고 있고 △‘영장 없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다행히 한국은 NSA의 프리즘 같은 기술이 없는 ‘유아적’ 수준이지만, 영장을 찍어내는 권력기관과 광범위한 개인정보를 갖고 있는 기업이 만났을 때 파괴적인 감시 시스템이 된다”고 우려했다. 기업이 권력에 취약한 한국사회에서 경제활동을 위한 기업의 기술이 국가감시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애국법’을 만들고 우경화되고 있다. 정보기관이 무차별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빅브라더’가 된 것도, 사업자가 영장 없이 정보를 넘기는 ‘협력자’가 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한국의 경우, ‘대통령의 의지’가 그 배경이다. 이호중 교수 얘기대로 “손가락만 까딱하면 감청이 가능한 세상”에서 “증거로 쓸 수도, 쓰지도 않을 개인정보를 영장 없이 가져갈 가능성”은 높아졌다. 검찰은 사업자와 핫라인을 구축하고,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할 계획이다.

이호중 교수는 “권력-기업 유착 감시체제”로 ‘영장 없는 감청’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정수 연구원은 “내비게이션 정보까지 가져가는 첨단기술과 공권력이 만나면 파괴적인 감시 시스템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음카카오 같은 기업은 ‘상업적’ 목적으로 광범위한 정보를, 그것도 개인정보와 묶어 수집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강정수 연구원 말대로 “안 하고 있다면 사업자로서 직무유기”다. 기술도 능력도 없는 ‘구시대적’ 공권력이 성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알짜배기 정보다.

정진우 부대표 사례가 대표적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조영선 변호사는 “정진우씨의 경우, 대화내용은 증거목록과 수사기록 목록에도 없는데 이는 동선, 대화상대, (정치적) 지향성 등 ‘사찰’ 가능성이 많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분별한 기간과 사유로 영장을 청구하는 경찰과 검찰, 그리고 이를 통제하지 않고 영장을 내주는 법원의 책임이 우선적”이라고 지적했다. “‘사찰’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가져가는 권력기관에 제동을 거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답은 공권력 통제뿐이다

핵심은 ‘공권력 통제’다. 정진우 부대표는 “수사기관이 개인정보를 ‘빅데이터’처럼 사용하는 것을 차단하려면 유출 자체를 기술적으로 막고, 원본에 대한 접근권·조회권·열람권을 법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압수수색을 당한) 모든 당사자에게 즉시 사실을 통지하고, 무분별한 압수수색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피해자 구제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선 변호사는 “통신비밀보호법에는 압수수색 당사자의 참여권이 없다는 사실을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중 교수는 “지금은 내부고발자가 나오지 않는 한 기업과 권력의 유착을 알 방법이 없다”며 “그러나 시민사회는 끊임없이 기업과 국가권력의 관계와 부문별한 정보수집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장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이 제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보주체로서 시민들이 국가와 상업적 이해관계 정보 수집하는 사업자 사이의 공식적이고 비공식적인 관계에 저항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시민들이 정보의 주체로 나설 수 있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정수 연구원은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은 파퓰리즘으로 잘못 대응하고 있다”며 “지금 국회에서 여야가 할 일은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한계를 짚고, 중장기적으로 시민과 사업자 그리고 국가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을 문 닫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결국 (해법은) 투명성밖에 없다. (개인정보 포함) 새로운 데이터 관리체계가 필요하다. 지금 모인 프로파일링 자료가 실명 사이의 연결을 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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