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가 카카오톡 사찰 논란에 대해 서버 보관 주기 축소 및 메시지 암호화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언론은 텔레그램 가입자 수가 150만명 이상으로 늘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보수언론은 카카오톡 검열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기사를 지면에 게재했다.

10일 <중앙일보>는 10면에 <검열 공포에 카톡 탈출…이용자 일주일 새 40만 명 줄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에서 <중앙일보>는 페이스북이 곧 익명 메신저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으고 있고 텔레그램, 스냅챗 등의 보안이 강화된 것으로 알려진 메신저 서비스들도 각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이에 반해 카카오톡은 소극적은 대응으로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가 인용한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톡 검열 논란 이후 일주일 만에 카카오톡 일평균 이용자 수는 40만5866명 줄었고 같은 기간 텔레그램 이용자 수는 50만 명가량 늘어났다.

▲ 중앙일보 10일자 10면.

<중앙일보>는 트위터 등 해외 업체들이 정부의 개인정보 제공 요구에 정부의 정보 요청 건수를 아예 공개해버리는 등 적극적으로 맞서는 사례를 전하면서 국내 IT기업이 프라이버시 문제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인용했다.

비교적 중립적으로 문제에 접근한 <중앙일보>에 비해 <조선일보>는 같은 날 3면 <하루 55억 오가는 ‘카톡’…실시간 감시는 불가능>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다음카카오 측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조선일보>는 카카오톡 사찰에 대한 대중적 불안감에 대해 “이런 막연한 불안은 상당 부분 오해에서 비롯된 측면이 많다”면서 적극적으로 이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조선일보>는 검찰이 “공적기관·인물·연예인과 관련한 허위사실을 조작·유포하는 경우와 개인에 대한 악의적인 신상공개, 기업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등이 주요 수사 대상”이라고 밝힌 점을 들어 조사 대상이 제한적이라는 것과 하루 평균 55억 건이 오가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실시간 검색할 수도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수사기관이 일정기간 동안 특정인의 대화내용을 추적하는 ‘감청’의 경우 카카오톡이 올 상반기까지 18개월 동안 협조한 147건의 감청이 “일부 중범죄에 대해 발부한 감청 영장을 갖고 수사기관이 요청할 경우에 한해, 다음카카오 측이 3~7일치 대화를 모아 사후에 전달하는 방식”이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면의 다른 기사들을 통해서도 카카오톡 메시지의 보관 기간이 줄어들게 되면 수사당국의 ‘디지털 수사’에 걸림돌이 되며 선진국에서도 이러한 방식의 수사를 활용하고 있다며 미국의 저장통신법과 펜트랩법을 예로 들었다.

▲ 조선일보 10일자 3면.

또, <조선일보>는 카카오톡이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를 불식시키기 위해 ‘프라이버시 모드’를 도입하기로 했고 일반 대화를 서버에 저장하는 기간도 1주일에서 2~3일로 단축해 압수수색 때 제공되는 대화 내용을 최소화하기로 했다는 점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를 강조하기 위해 “카카오톡의 보안 수준이 해외 서비스보다 떨어지지 않고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면 <국내 이용자 몰려가는 ‘텔레그램’ 보안은 과연…>이란 제목의 기사에서도 “텔레그램이 보안에 주의를 기울여 설계한 메신저인 것은 사실이지만, 보안 성능은 검증이 필요하다”라는 전문가의 지적을 인용했다.

결국 <조선일보>의 지적의 핵심은 세 가지로 압축이 가능하다. 첫째, 수사당국은 범죄사실이 명확하고 영장이 있어야만 사용자의 메시지를 볼 수 있다. 둘째, 텔레그램도 보안이 그렇게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셋째, 외국도 사이버 수사 등 비슷한 일을 다 한다.

문제는 이 지적들이 논점을 흐리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들고 있는 외국의 경우부터 따져보자.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미국의 경우 180일이 넘는 자료까지 사업자에게 요구할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 마치 180일 이상 사업자가 자료를 보관해야 한다는 것처럼 들린다. 미국의 관련 법령에서 180일이라는 기준이 존재하는 것은 기존 법령에서 이메일 등에 대해 ‘영장 없이’ 접근하고 있는 것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어서 당시 기술 수준으로서는 이메일 등이 소통의 핵심 수단으로 발전하리라는 예상을 하지 못한데다, 180일이 넘은 경우 데이터가 보관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을 담고 있다. 즉, 사업자가 180일 넘게 메시지를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법안은 전혀 아니며 오히려 시대에 뒤떨어진 법안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구시대적 법안과 2001년 9·11 테러 이후 제정된 ‘애국법’, 에드워드 스노든에 의해 폭로된 NSA의 도청 등 때문에 시종일관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한 논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구글, 아마존, 이베이, 트위터 등 기업의 경쟁력에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게 미국의 상황이다.

<조선일보>의 표현에 다르면 일본의 경우 형사소송법에 비슷한 취지의 근거 규정을 ‘마련했고’ 유럽의회 역시 디지털 증거에 대한 수사기관 수색 규정을 각 가입국에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즉, <조선일보>가 이런 정도로 표현한 것을 보면 선진국 안에서도 합의된 수준의 디지털 증거 수집 규정의 표준적인 상식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경우 메신저의 보안 문제나 범죄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에 의한 프라이버시 침해가 우려되고 있다는 것에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는데도 <조선일보>는 의도적으로 이를 간과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감청의 적용 범위에 “내란·외환죄, 국가보안법 위반 등 일부 중범죄”라고 표현하였는데 결국 이는 이석기 의원 내란 음모 사건과 관련한 감청이 광범위하게 진행됐음을 시사하는 표현이다. 이석기 의원의 내란 음모 혐의와 관련해서는 2심에서 내란 음모에 대해서는 무죄, 내란 선동에 대해서는 유죄 판결이 날만큼(물론 상식을 벗어난 이석기 의원 행위의 부적절함에 대하여는 다른 차원에서 충분히 비판되어야 마땅하다) 법리의 적용과 관련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안인데다 국가보안법의 경우 사상의 자유를 제한하는 대표적 악법으로 꼽히고 있다.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가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여론을 사실상 조작하고 대통령의 행적이 묘연한 ‘7시간’에 대한 소문을 보도한 외국의 신문을 수사당국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하며 대통령이 직접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었다”며 사이버상의 명예훼손에 대한 대책을 주문하는 이런 나라에서 ‘사이버 망명’이라도 일어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최근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창업자인 이재웅 씨가 SNS에서 카카오톡의 사이버 검열 논란에 대해 언급한 것이 논란이 되는 것도 이해를 못할 바가 아니다. 이재웅 씨는 “국가권력의 남용을 탓해야지 국가권력에 저항하지 못하는 기업을 탓하다니”라면서 “(리더라면) 국가권력의 남용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견 맞는 말이다.

80년대 대통령의 한 마디에 재벌이 해체된 사건이 아직도 전설처럼 회자되는 나라에서 ‘카카오톡’이 어떻게 민주주의 역사 200년, 자유의 나라 미국 트위터처럼 하겠는가?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검찰의 사이버명예훼손 대책기구 회의자리에 불려간 사실에 대해 “검찰이 부르는데 안 갈 수 없는 거 아니냐”라고 대답한 것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불려가는 것도 어쩔 수 없고 망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창조경제’를 말하는 정권이 오히려 유망한 IT기업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 이 현실에 눈 감고 <조선일보>가 아무리 ‘오해’를 말해봐야 소용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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