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는 분명 한 발 더 나갔다. 13일 이석우 공동대표가 이용자에게 바짝 엎드린 모습은 정부와 보수언론이 보기에는 논란이자 파문이다. 나아가 “법치주의의 근간을 부정”하는 행위다. 따지고 보면 청와대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과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규제기관의 힘이 강한 한국에서, 그것도 대통령의 의지로 시작한 ‘사이버 검열’에 저항 제스처를 취한 것은 사업자로서 초강수다. 조선일보가 보도한 대로 구글과 페이스북, 트위터도 정보 제공 요청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는다. 다음카카오는 위협을 각오한 것으로 보인다.

보수언론을 제외하면 언론의 평가는 비슷하다. 경향신문은 다음카카오의 ‘사이버 검열’ 거부 선언은 “사이버 망명을 막기 위해 수사기관에 맞선 극약처방”이다. 전자신문은 “내가 잡혀가겠다”는 이석우 대표의 말을 “정부의 감청영장에 응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표현했다. 블로터는 “잃어버린 사용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내비친 셈”이라고 평가했다. 지디넷코리아는 다음카카오가 밝힌 ‘업계 공동대응’을 “사용자들의 대화내용 등 사생활 침해가 우려되는 정부의 무리한 자료 요청에 여러 인터넷 기업들과 공동 전선을 펼치겠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모든 대화내용이 암호로 바뀌고, 이용자가 수신한 메시지는 서버에서 사라지는 ‘프라이버시 모드’는 적절한 대책으로 볼 수 있다. 이용자들의 모든 대화내용을 암호화하겠다는 대책도 늦었지만 다행이다. 한계도 분명히 보인다. 다음카카오가 서버에 대화내용을 저장하는 기간을 과거 5~7일에서 2~3일로 줄인 것은 수사기관의 발빠른 대응을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 온라인을 검열해 성과를 내야 하는 검찰과 경찰, 그리고 국가정보원의 감시망은 더 빠르게 더 낮은 곳에서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다음카카오는 앞으로도 적법절차에 따른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협조할 계획이다. 사업자는 ‘불법’을 선언하는 순간, 사업을 접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다음카카오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용자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경향신문이 “다음카카오의 발표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며 “감청 영장(통신제한조치)은 내란음모, 국가보안법 위반, 살인, 강도 등 극히 예외적인 범죄에 한정해 허용된다. 다음카카오도 일반적인 압수수색 영장은 여전히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용자 시각에서는 불만투성이인 대책에도 보수언론과 수사기관에는 당황한 모양새다. 법치주의를 들먹이며 형사처벌을 운운하고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다음카카오의 이용자보호 대책은 텔레그램이나 구글 같은 사업자를 따라가는 수준에 불과하다. 종단간 암호화는 텔레그램, 투명성보고서는 구글 것이다. 다음카카오의 ‘용기’는 트위터에 한참 못 미친다. 트위터는 최근 미국 정부를 상대로 “정보 제공 요청 건수를 좀 더 구체적으로 적시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다음카카오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고백해야 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이버공안탄압법률대응팀과 진보네트워크센터, 인권단체연석회의 공권력감시대응팀 등은 13일 “(이석우 대표) 본인이 책임을 지겠다고 강하게 입장을 밝힌 다음카카오측이 이 사태의 진상에 대해 밝혀야 할 핵심적인 부분은 현재까지 진행된 ‘압수수색의 실제 집행과정’과 ‘외부로 유출한 정보의 내용’”이라고 밝혔다. 다음카카오가 압수수색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떤 정보를 얼만큼 넘겼는지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이용자 보호’의 시작이라는 이야기다.

다음카카오는 그 동안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다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그러다 가입자가 100만 명 이상 빠져나갔고, 결국 자신이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협력자’이자 ‘공모자’임을 고백했다. 권력에 대한 저항으로 포장할 필요도 없이 우선 주주 눈치부터 봐야 할 상황이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다음카카오의 주가는 1일 16만6500원에서 13일 12만8400원으로 22.9%나 떨어졌다. 그리고 다음카카오로 코스닥에 상장된 첫날인 14일, 전날보다 8.33%(1만700원) 오른 13만9100원으로 마감했다.

어찌됐든 다음카카오가 ‘열면 열리는’ 기존 포털과 다른 길을 선택한 것만은 분명하다. 다음카카오는 감청 협조 등 ‘전력’에 대해 여러 차례 고개 숙여 사과했고, 앞으로는 협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동정’ 여론도 만들어지고 있다. 여기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 이용자는 선택하면 된다. 그런데 이제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초점을 수사기관과 청와대의 ‘사이버 검열’에 맞춰야 한다. 그 동안 다음카카오로 마리오네트(인형극)를 한 윗선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

카카오톡을 지우고 텔레그램, 페이스북 메신저, 네이버 라인 같은 서비스로 갈아타더라도 전혀 불편하지 않을 이용자들이 사이버 검열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것은 지금 한국사회가 역주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내부에서는 “이번에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거대 사업자가 망해봐야 정부가 정신을 차릴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기업하기 힘든 나라, 카톡하기 힘든 나라, 감시하기 쉬운 나라, 사찰하기 쉬운 나라는 그대로다. 그들은 아직 정신을 못차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때 경찰을 대폭 늘리겠다고 공약했고, 이제 압수수색 영장을 든 경찰이 집에 들이닥칠 일이 많아질 것이다. 그래서 카카오톡이 한 발 더 나갔더라도, ‘망명’ 전략은 여전히 그대로 유효하다. 그들이 정신을 차릴 때까지. 굿바이 카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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