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13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진행된 미래창조과학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질문) 지금 검찰의 사이버 검열 때문에 ‘가카오톡’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이게 뭔지 알고 계시죠?

대답) 아니오.

질문) 지금 국민들은 사이버 검열 때문에 다른 메신저로 이동하고 있어요. (사이버 망명지가) 어딘지 알고 계시죠?

대답) 잘 모릅니다.

13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 나온 이야기다. 질문자는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의원, 답변자는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다. 미래부는 지난달 검찰이 소집한 ‘사이버 상 허위사실 유포사범 엄단 범정부 유관기관 대책회의’ 참석기관 중 하나다. 정보통신기술(ICT) 소관부처 수장인 최양희 장관이 가카오톡과 텔레그램을 모른다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사이버 검열 관련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풍경이다.

‘가카오톡’은 정부가 모바일메신저인 카카오톡을 실시간으로 사찰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나온 말이다. 이용자들은 독일산 모바일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은 ‘텔레그램’으로 사이버 망명 중이다. 카톡 검열 논란이 일자, 이 앱의 다운로드 순위는 100위밖에서 곧장 1위로 급상승했다. 정부의 사이버 검열은 다음카카오 등 국내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다음카카오도 정부의 조치에 불만을 표시하며 여러 보안조치를 내놓는 상황이다.

그러나 미래부는 청와대와 검찰의 뜻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최양희 장관은 사이버 망명에 대해 “이런 현상 안타깝게 생각하고, 우리나라 회사도 고객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면서도 ‘사이버 검열’ 논란에 대해서는 “적법절차에 따라 미래부가 협조할 수 있는 사안은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미래부 장관에게는 감청장비 인가권이 있다. 감청장비는 정부가 이용자의 전자우편과 메신저 등의 패킷을 감청하기 위한 설비다.

미래부가 인가한 감청설비는 크게 늘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의원실이 미래부에서 건네받은 ‘감청설비 인가 자료’를 보면, 감청장비는 2005년 9대에서 2014년 80대로 열 배 가까이 증가했다. 2008년 이후 인가된 설비 73대 중 2대를 제외한 71대는 인터넷 감시용이다. 전병헌 의원실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지난 8월 이후 총 64억 원어치의 디지털·모바일 포렌식(전자증거물 수집/복원/분석) 장비를 구입했다. 지난 2년 반 동안 구매액(11억 원)의 5배 수준이다.

“카톡 및 인터넷 사찰정국은 철저하게 준비된 시나리오”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최양희 장관은 오히려 검찰의 논리를 방어했다. 최양희 장관은 ‘2009년부터는 패킷감청 장비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수사 및 정보기관의 사이버 검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에 대한 장관의 생각은 무엇이냐’는 장병완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질의에 “통신형태가 과거 음성에서 인터넷과 데이터, 문자로 이동했다”며 “따라서 수사기관에서도 그쪽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라고만 말했다.

▲경향신문 2014년 10월13일자 3면.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사이버 검열 논란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 모독 발언에서 시작한 만큼 검열의 강도와 범위가 과거와 다르다. 13일 경향신문이 공개한 검찰 회의자료를 보면, 검찰은 사업자와 핫라인을 설치하고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할 계획까지 세웠다. 이 회의자료에는 법률에 따라 심의와 시정요구 뒤에 이어지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게시물 삭제(또는 접근 차단) 시정명령을 전담수사팀의 공문 하나로 처리하려는 계획도 나와 있다. 검찰 표현대로 ‘선제적 대응’ 방침이다.

최근 들어 수사·정보기관의 사이버 검열은 크게 증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실이 미래부에서 받은 ‘카카오톡‧네이버 등 패킷 감청(통신제한조치)’ 현황 자료를 보면, 검·경과 국정원 등은 지난해 총 1887개 회선을 감청했다. 2010년 1501건에 비해 42% 늘었다. 카카오톡의 경우 2013년부터 2014년 상반기까지 일 년 반 동안 138건을 감청영장이 실행됐다. 지난해 국정원의 감청영장당 회선이 5.4개인 점을 고려하면 745명 이상의 카톡 대화가 감청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양희 장관이 검찰을 두둔하거나 ‘협조’ 발언을 되풀이하자 야당 의원들은 최 장관을 크게 질타했다. 전병헌 의원은 “어물쩍 답변을 유보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됐고 유감스럽다”며 “인터넷 검열과 사찰 문제는 사생활 침해뿐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 침해다. 권력기관과 사찰기관이 개인 간 대화내용을 들여다보고 있거나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은 공포사회로 가는 엄중한 사태다. 주무장관이 이처럼 나이브하게 생각한 것을 안타깝고 한심하게 생각한다”고까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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