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의 ‘감청 영장 불응’ 초강수 대응이 연일 화제다. 15일 일간지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각자의 주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일부 보수지들은 이전과는 변화된 논조의 사설을 썼다.

▲ 조선일보 15일자 사설.

<조선일보>는 15일 <영장 거부 카카오톡, 법 뭉개며 ‘핍박받는 투사’ 되고 싶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제목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다음카카오가 감청 영장에 불응하겠다고 밝힌 것을 국가 공권력과 맞서는 것으로 규정하면서 비난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세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그동안의 주장과는 다소 결이 다른 부분이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조선일보>는 이 사설에서 “애초 사이버 검열 논란을 일으킨 책임은 검찰에 있다”면서 “검찰총장은 당장 국민 앞에 사과해야 마땅하다”며 검찰을 비난했다.

▲ 동아일보 15일자 사설.

검찰책임론을 언급하는 것은 <조선일보> 뿐만이 아니다. <동아일보>는 이 날 카카오톡 사찰 논란에 대한 두 개의 사설을 배치했다. 하나는 <코스닥 1위 다음카카오, 법 위에서 장사할 특권 가졌나>라는 제목이고 다른 하나는 <카톡 검열 논란 부른 ‘정치검찰’, 언제까지 헛발질할 건가>라는 제목이다. 전자의 사설은 다음카카오의 무책임한 영장 불응 입장을 비난하는 내용이고 후자의 사설은 검찰이 오히려 논란을 증폭시켰다는 취지의 비판이다. <동아일보>는 후자의 사설에서 “검찰이 18일 인터넷상 허위사실 유포를 엄벌하겠다면서 실시간 인터넷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밝혀 이번 사태를 촉발했다”며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호위무사로 나선 검찰이 졸속으로 대책을 마련하다 벌집을 건드린 격”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을 ‘정치 검찰’로 규정한 것 자체가 사설의 의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이런 검찰에 대한 비판은 그동안 검찰의 카카오톡에 대한 수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진행된다는 것과 법적으로 무리가 없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던 것과는 논조가 많은 부분에서 변화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만큼 현재 카카오톡 사찰 관련 정국이 엄중한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이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검찰 비판이 이 사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귀결되게 할 수 있을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 경향신문 15일자 지면.

이날 <경향신문>은 1면에 <검찰 ‘마구잡이 감청’이 IT 대표기업 ‘저항’불렀다>는 제목의 기사를 배치했다. 또, 이와 관련한 기사를 2, 3, 4, 6면에도 게재했다. 이 중 2면과 3면에는 그간 검찰의 요구에 포털 등 업체들이 개인정보를 넘겨 온 과정에 대한 분석과 다음카카오의 코스닥 상장 첫날 주가가 급등했다는 보도, 다음카카오 측의 ‘초강수’가 국감 출석을 앞둔 ‘출구전략’이었다는 평가 등이 담겼다. 4면과 6면에는 14일 방송통신위원회 및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 검열 및 게시물 삭제 등이 논란이 됐다는 소식,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사이버 검열에 대한 국정조사나 청문회도 검토한다고 발언한 인터뷰 등이 실렸다. 전체적으로 카카오톡 감청 논란에 집중하는 편집을 선보인 셈이다.

▲ 한겨레 15일자 지면.

일부에서는 카카오톡에 대한 감청 영장의 집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압수수색 영장에 준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넘겨준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겨레>는 이 날 1면의 <“감청영장 갖고 사실상 카톡 압수수색”…위법 논란>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감청영장으로 감청이 안 되면 집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끝나야 한다. 검찰이 필요하다면 다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는 게 맞다. 지금 방식은 압수수색영장 없이 압수수색한 것과 같아 위법 소지가 있다”는 한 영장전담판사의 발언을 인용했다.

<경향신문>의 관련 기사에 따르면 감청영장은 실시간 통화와 대화를 엿듣도록 하는 것이고 압수수색은 사건이 벌어진 후에 서버에 저장돼있는 메시지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전화의 경우 감청영장의 집행이 가능하지만 카카오톡 등 메시지의 경우 엄밀한 의미에서 감청을 하려면 ‘패킷’을 가로채는 방식의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따로 장비를 동원해야 하고 서버에도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조치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다음카카오 등 업체들은 감청영장이 제시된 경우에도 압수수색영장이 제시된 것에 준해서 3~7일치의 저장된 메시지를 전달해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법리를 엄밀히 적용하면 감청 영장을 통해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이 되므로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은 보수언론도 법리전문가 등의 발언을 인용해 지적해왔다.

▲ 중앙일보 15일자 지면.

이런 맥락을 <조선일보>나 <동아일보>의 ‘검찰책임론’에 연결시켜보면 엉뚱한 결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중앙일보>는 이날 <카톡 협조 없인 감청 불가…검찰 “감첩수사 올스톱”>이란 제목의 기사를 2면에 배치했다. 이 기사에서 <중앙일보>는 “검찰은 카톡 대화를 일상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물론 인적·물적 설비도 없고 실시간 감청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김진태 검찰총장의 발언을 인용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김진태 총장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검찰 내 공안·특수라인 중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다음카카오가 감청 영장에 불응하고 메시지의 서버 저장기간을 2~3일로 단축하면서 압수수색영장 발부를 기다리는 사이 대화기록이 없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검찰과 국가정보원 등 수사기관 등은 “이러다간 간첩수사가 올스톱 될 것”이라며 머리를 싸매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중앙일보>가 이 기사에서 인용하고 있는 대검 관계자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대검 관계자는 “지금까지 인터넷 감청은 사업자 협조로 이뤄져 와 실시간 감청장비를 개발하지 않았다”면서 “강제집행을 위해선 기술적 준비가 필요한 상태”라고 발언했다. 다시 말하자면 실시간 감청장비를 개발하면 인터넷 감청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검찰 등 수사기관이 인터넷 감청을 할 수 있게 되면 앞서 언급한 감청 영장으로 압수수색을 하는 법리적 부조리도 해소되고 다음카카오의 감청 영장 불응 주장에 대한 대안도 마련되며 ‘간첩수사 올스톱’의 불행도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보수언론은 실시간 감청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며 가능하더라도 내란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 제한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이뤄진다는 검찰의 주장을 방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금 시민적 권리를 지키고자 하는 언론이 어떤 지점을 비판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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