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의 ‘감청 영장 불응’ 초강수 대응이 연일 화제다. 15일 일간지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각자의 주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일부 보수지들은 이전과는 변화된 논조의 사설을 썼다.
<조선일보>는 15일 <영장 거부 카카오톡, 법 뭉개며 ‘핍박받는 투사’ 되고 싶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제목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다음카카오가 감청 영장에 불응하겠다고 밝힌 것을 국가 공권력과 맞서는 것으로 규정하면서 비난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세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그동안의 주장과는 다소 결이 다른 부분이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조선일보>는 이 사설에서 “애초 사이버 검열 논란을 일으킨 책임은 검찰에 있다”면서 “검찰총장은 당장 국민 앞에 사과해야 마땅하다”며 검찰을 비난했다.
검찰책임론을 언급하는 것은 <조선일보> 뿐만이 아니다. <동아일보>는 이 날 카카오톡 사찰 논란에 대한 두 개의 사설을 배치했다. 하나는 <코스닥 1위 다음카카오, 법 위에서 장사할 특권 가졌나>라는 제목이고 다른 하나는 <카톡 검열 논란 부른 ‘정치검찰’, 언제까지 헛발질할 건가>라는 제목이다. 전자의 사설은 다음카카오의 무책임한 영장 불응 입장을 비난하는 내용이고 후자의 사설은 검찰이 오히려 논란을 증폭시켰다는 취지의 비판이다. <동아일보>는 후자의 사설에서 “검찰이 18일 인터넷상 허위사실 유포를 엄벌하겠다면서 실시간 인터넷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밝혀 이번 사태를 촉발했다”며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호위무사로 나선 검찰이 졸속으로 대책을 마련하다 벌집을 건드린 격”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을 ‘정치 검찰’로 규정한 것 자체가 사설의 의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이런 검찰에 대한 비판은 그동안 검찰의 카카오톡에 대한 수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진행된다는 것과 법적으로 무리가 없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던 것과는 논조가 많은 부분에서 변화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만큼 현재 카카오톡 사찰 관련 정국이 엄중한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이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검찰 비판이 이 사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귀결되게 할 수 있을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이날 <경향신문>은 1면에 <검찰 ‘마구잡이 감청’이 IT 대표기업 ‘저항’불렀다>는 제목의 기사를 배치했다. 또, 이와 관련한 기사를 2, 3, 4, 6면에도 게재했다. 이 중 2면과 3면에는 그간 검찰의 요구에 포털 등 업체들이 개인정보를 넘겨 온 과정에 대한 분석과 다음카카오의 코스닥 상장 첫날 주가가 급등했다는 보도, 다음카카오 측의 ‘초강수’가 국감 출석을 앞둔 ‘출구전략’이었다는 평가 등이 담겼다. 4면과 6면에는 14일 방송통신위원회 및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 검열 및 게시물 삭제 등이 논란이 됐다는 소식,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사이버 검열에 대한 국정조사나 청문회도 검토한다고 발언한 인터뷰 등이 실렸다. 전체적으로 카카오톡 감청 논란에 집중하는 편집을 선보인 셈이다.
일부에서는 카카오톡에 대한 감청 영장의 집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압수수색 영장에 준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넘겨준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겨레>는 이 날 1면의 <“감청영장 갖고 사실상 카톡 압수수색”…위법 논란>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감청영장으로 감청이 안 되면 집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끝나야 한다. 검찰이 필요하다면 다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는 게 맞다. 지금 방식은 압수수색영장 없이 압수수색한 것과 같아 위법 소지가 있다”는 한 영장전담판사의 발언을 인용했다.
<경향신문>의 관련 기사에 따르면 감청영장은 실시간 통화와 대화를 엿듣도록 하는 것이고 압수수색은 사건이 벌어진 후에 서버에 저장돼있는 메시지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전화의 경우 감청영장의 집행이 가능하지만 카카오톡 등 메시지의 경우 엄밀한 의미에서 감청을 하려면 ‘패킷’을 가로채는 방식의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따로 장비를 동원해야 하고 서버에도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조치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다음카카오 등 업체들은 감청영장이 제시된 경우에도 압수수색영장이 제시된 것에 준해서 3~7일치의 저장된 메시지를 전달해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법리를 엄밀히 적용하면 감청 영장을 통해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이 되므로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은 보수언론도 법리전문가 등의 발언을 인용해 지적해왔다.
이런 맥락을 <조선일보>나 <동아일보>의 ‘검찰책임론’에 연결시켜보면 엉뚱한 결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중앙일보>는 이날 <카톡 협조 없인 감청 불가…검찰 “감첩수사 올스톱”>이란 제목의 기사를 2면에 배치했다. 이 기사에서 <중앙일보>는 “검찰은 카톡 대화를 일상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물론 인적·물적 설비도 없고 실시간 감청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김진태 검찰총장의 발언을 인용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김진태 총장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검찰 내 공안·특수라인 중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다음카카오가 감청 영장에 불응하고 메시지의 서버 저장기간을 2~3일로 단축하면서 압수수색영장 발부를 기다리는 사이 대화기록이 없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검찰과 국가정보원 등 수사기관 등은 “이러다간 간첩수사가 올스톱 될 것”이라며 머리를 싸매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중앙일보>가 이 기사에서 인용하고 있는 대검 관계자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대검 관계자는 “지금까지 인터넷 감청은 사업자 협조로 이뤄져 와 실시간 감청장비를 개발하지 않았다”면서 “강제집행을 위해선 기술적 준비가 필요한 상태”라고 발언했다. 다시 말하자면 실시간 감청장비를 개발하면 인터넷 감청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검찰 등 수사기관이 인터넷 감청을 할 수 있게 되면 앞서 언급한 감청 영장으로 압수수색을 하는 법리적 부조리도 해소되고 다음카카오의 감청 영장 불응 주장에 대한 대안도 마련되며 ‘간첩수사 올스톱’의 불행도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보수언론은 실시간 감청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며 가능하더라도 내란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 제한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이뤄진다는 검찰의 주장을 방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금 시민적 권리를 지키고자 하는 언론이 어떤 지점을 비판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