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이 하나 있다. 언론 정상화의 기차는 계속 달릴 것이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떠나며 남긴 말이다. 내년 총선 전 유리한 언론지형을 구축하겠다는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 논란이 계속된다는 얘기다. YTN 사영화 추진, KBS·방송문회진흥회 야권 추천이사 해임, 가짜뉴스 심속심의 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사퇴의 변에서 "위원장직을 사임하는 것은 거야의 압력에 떠밀려서가 아니다. 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정치적 꼼수는 더더욱 아니다"라며 "오직 국가와 인사권자인 대통령을 위한 충정에서다. 방통위가 사실상 식물상태가 되고 탄핵을 둘러싼 여야 공방 과정에서 국회가 전면 마비되는 상황은 제가 희생하더라도 피하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기형적 방통위 운영을 멈추거나, 재허가·재승인을 못받은 방송사들은 현행법대로 최장 1년간 방송하게 하면 '식물 방통위'는 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그건 야당의 논리"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방통위가 (여야)3대2 구조를 갖춘 것은 협의를 하지만 그래도 여당이 상황과 결정을 주도한다는 정신 때문"이라며 탄핵심판 절차로 인해 자신의 직무가 정지되면 윤 대통령이 국회 추천 방통위원을 임명해도 여야 2대2 구조가 되기 때문에 '식물 방통위'가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방통위는 윤 대통령이 지명·임명한 위원 2인으로만 운영돼 왔다.(관련기사▶KBS '식물 방통위-불법방송' 보도 팩트체크)
이 위원장 탄핵안이 국회에서 처리됐다면 탄핵심판 결론이 날 때까지 5~6개월 간 그의 직무는 정지된다. 이 위원장이 사퇴하면서 윤석열 정권 입장에서는 새 방통위원장 지명·임명으로 여권 중심의 기형적 방통위 운영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 야당과 언론시민사회 입장에서는 잠시 멈춰설 것으로 예상됐던 '언론장악' 정책들이 다시 궤도에 오르게 되는 셈이다.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 논란은 내년 4월 총선 전까지 공영언론 이사·사장 교체, 사영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가짜뉴스 신속심의', 검찰 특별수사팀 '가짜뉴스' 수사 등으로 여권 우위의 여론지형을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 중심에 방통위가 있다. 이 위원장 임명 과정을 보면 새 방통위원장 자리는 1개월 내로 채워질 전망이다. 벌써 후임 방통위원장 후보군이 정치권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은 허를 찔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 위원장 사퇴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비정상적 국정 수행 행태라서 예상하지 못했던 건 사실"이라며 "이런 꼼수를 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 위원장 아바타를 내세워 끝내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의도인 것 같은데 참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방송장악을 시도하면)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비정상적 행태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아 책임을 묻고 방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당장 YTN 사영화의 시계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방통위는 지난달 29일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을 보류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방송 공정성 실현 의지와 투자계획'을 확인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심사에 속도를 내어 온 방통위가 이 위원장 탄핵을 의식해 의결을 보류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랐다.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면 내년 총선 이후에나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이 가능하다.
이 위원장이 걸어놓은 이슈 중에 KBS·방문진 이사들에 대한 청탁금지법 위반 조사도 있다. 방통위는 지난달 28일 권익위로부터 이첩받은 자료를 토대로 KBS·방문진 이사 4인에 대한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앞서 방통위는 방문진에 대한 검사·감독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지만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현행 방통위설치법상 공영방송 이사 임면은 방통위 의결사항이다. 이 위원장 직무정지 시 윤 대통령이 국회추천 방통위원을 임명하지 않으면 방통위가 KBS·방문진 이사들이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자체 조사결과를 내놓는다고 해도 의결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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