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대장동 브로커 조우형 씨 '봐주기 수사' '진술 코치' 의혹이 제기됐다.
13일 뉴스타파는 검찰의 대장동 수사기록에 포함된 남욱 변호사의 피의자신문조서 일부를 공개했다. 해당 수사기록에는 최근 방통위원장 후보자에 지명된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의 이름이 적시돼 있다.
김홍일 후보자는 2011년 대검 중수부장으로서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수사 실무는 주임검사인 윤석열 중수2과장이 맡았다.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은 대장동 사업의 '종잣돈'과 연관돼 있다.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의 친인척 조우형 씨는 2009년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1155억 원의 대장동 불법 대출을 알선하고, 그 대가로 10억 3천만 원을 받았다. 조우형 씨는 대검 중수부 수사망을 피했으나 2015년 경찰의 재수사와 수원지검의 기소로 징역 2년 6개월, 추징금 20억 4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2021년 11월 19일 검찰은 남욱 변호사에게 "조우형은 수원지검 특수부에 출석해서 과거 대검 중수부 조사에 협조를 해서 선처를 받았던 것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나"라고 물었다. 이에 남욱 변호사는 "당시 김만배나 김홍일 변호사도 조우형에게 과거 대검 중수부에서 수사를 받을 당시 협조를 했다고 말을 하라고 했는데, 조우형은 수원지검 특수부에 출석해서는 그런 말을 하지는 못했다고 들었다"고 진술했다.
김홍일 후보자는 2013년 부산고검장을 끝으로 퇴직해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로 일했다. 뉴스타파는 "김홍일 변호사가 피의자 조우형에게 대검 중수부 조사 때 협조하고 선처를 받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라고 일종의 '진술 코치'를 해줬다는 얘기"라며 '몰래 변론' 가능성을 제기했다. 조우형 씨의 1·2심 판결문을 보면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들이 등장하지만 김홍일 후보자의 이름은 없다고 한다.
뉴스타파는 "남욱의 검찰 진술이 사실이라면, 김홍일 변호사는 선임계를 내지 않고 뒤에서 도와주는 이른바 '몰래 변론'을 한 게 된다. 현행 변호사법에 따라 '몰래 변론'을 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며 "이 규정은 퇴직한 검찰 고위직이 후배 검사에게 전화를 해서 수사에 영향을 미치고, 세금을 포탈하는 등 불법적인 전관예우가 판을 치면서 만들어졌다"고 보도했다.
남욱 변호사는 또 2011년 대검 중수부 수사 당시 김만배 씨가 접촉한 인물로 김홍일 후보자를 지목했다. "김만배는 조우형의 수사를 어떻게 도와준 것인가"라는 검찰의 질문에 남욱 변호사는 "김만배가 당시 중수부장이던 김홍일 검사장에게 조우형이 사건에 협조할테니 잘 좀 봐달라는 취지로 부탁을 했다고 했다"며 "2011년 8월경 중수부장이 최재경으로 바뀌었는데 최재경 중수부장에게도 같은 취지로 부탁을 했다고 했다"고 답했다.
남욱 변호사는 "김만배가 윤석열 중수2과장과 직접 연락했다고 하던가"라는 검찰 질문에 "아니다"라며 김홍일 후보자를 재차 거론했다. 남욱 변호사는 "김홍일 등 윗선을 통해서 들었다고 했던 것 같다"며 "이렇게 이야기하면 조금 그렇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김만배가 윤석열 중수2과장과 직접 이야기할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고, 자신은 더 윗선과 대화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남욱 변호사는 2022년 11월 15일 검찰 조사에도 같은 내용의 진술을 유지했다. 남욱 변호사는 "김만배가 조우형의 변호사로 박영수 고검장을 추천하고, 김홍일 고검장 및 최재경 검사장, 친한 검사들에게도 일이 잘 해결되도록 부탁을 하겠다고 했다"며 "저와 김만배는 조우형이 검찰청에서 수사를 받는 동안 기다렸다가, 조사가 마치면 조우형을 데리고 가기도 했다. 실제로 조우형이 수사에 협조한다는 조건으로 조우형 본인은 특별히 처벌받지 않고 사건이 잘 마무리되었다고 한다"고 진술했다.
남욱 변호사는 조우형 씨에 대한 대검 중수부의 수사과정을 보면서 김만배 씨의 영향력을 실감했다는 법정 증언을 하기도 했다. 법정에서 위증을 하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남욱 변호사는 2022년 6월 8일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해 "저축은행 사건이 일어나서 중수부에서 그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 조우형이라는 친구가 피의자가 되어 수사를 받게 되었다. (중략)첫날은 조우형이 중수부에 가서 수사를 받고 나와서 굉장히 힘들어하고 두려워했다"며 "그 이후에 김만배의 조언, 본인이 여러 가지를 해놨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우형이 수사를 받으러 갔는데 처음 수사를 받았을 때와는 분위기가 확인히 다르게 참고인 수준의 수사를 받고 나와서 굉장히 안도를 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남욱 변호사는 "제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그래서 (김만배가)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타파는 "김홍일 후보자는 조우형에 대한 '진술 코치' 의혹에 대해 반드시 답을 내놔야 한다"며 ▲대검 중수부장 시절 김만배를 만나거나 통화한 사실이 있는지 ▲퇴임 후 '봐주기 수사' 의혹의 당사자인 조우형을 만난 사실이 있는지 ▲만났다면 언제 누구를 통해 만났는지 ▲실제로 조우형에게 법률적인 조력을 해줬는지 ▲조우형으로부터 수임료를 받았는지 ▲정상적으로 선임계를 제출하고 세금 신고를 했는지 등을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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