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정형식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언론·표현의 자유는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재하게 하는 핵심가치라며 '바이든-날리면' 논란은 사상의 자유 시장 안에서 국민들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두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정 후보자는 MBC 취재진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류희림, 이하 방통심의위)의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 설치·운영 등 구체적인 윤석열 정권 언론탄압 논란에는 말을 아꼈다.

정형식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형식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정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언론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조항을 거론하며 언론보도·허위사실에 대한 검열이 인정되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대한민국헌법 2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21조 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내용이다. 

정 후보자는 "표현의 자유라는 것은 인간이 인간의 가치,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인간이기 위해서는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며 "사전검열은 곤란하다. 사전검열을 하게 되면 검열하는 사람의 판단에 따라 재단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 의원은 "헌법정신에 따르면 무엇이 허위인지, 무엇이 부당한지 이런 것들은 사상의 자유 시장에 맡기게 돼 있다"며 "어떤 사실이 보도됐을 때 허위라고 믿는 사람과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는 경우, 국민들이 상호 간 토론을 통해 사상의 자유 시장 속에서 흘러가도록 하는 게 헌법정신에 맞다. 동의하나"라고 질문했다. 정 후보자는 "동의한다"고 답했다. 

이에 이 의원은 "'바이든-날리면' 논란이 있었다. 당시 '바이든·욕설'로 들었다고 느낀 국민이 3분의 2정도, '날리면'이라고 들었다는 국민이 소수 있었다"며 "이런 경우 사상의 자유 시장에 맡겨서 국민들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두는 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것 아닌가"라고 질의했다. 정 후보자는 "그 자체로는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정 후보자는 윤석열 정권의 언론탄압 논란에 대한 질의가 이어지자 사상의 자유 시장을 온전히 보장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유보하는 자세를 취했다.  

이 의원은 "우리 정부가 '바이든'이라고 보도한 것은 '가짜뉴스'라고 규정하면서 불이익을 줬다. 보도가 나고 두 달이 채 안 된 시점에 MBC 기자의 전용기 탑승을 불허했다"며 "이게 헌법정신에 맞나. 후보자가 말한 헌법정신, 후보자가 갖고 있는 헌법관에 비춰볼 때 바람직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정 후보자는 "그 부분은 지금 헌재에 사건이 계류 중이라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곤란하다"면서 "제가 말씀 드린 '헌법정신에 맞는다'는 부분은 원론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현재 사상의 자유 시장 부분이 많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MBC는 지난해 12월 대통령실의 전용기 탑승 배제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MBC는 "대통령실의 조치는 언론 자유의 핵심인 취재·보도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언론 전체의 자유로운 보도를 위축시키고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저해한다"며 "민주주의 사회의 근본 가치를 위협하는 위헌적인 공권력 행사"라고 청구 취지를 밝혔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국가 안보의 핵심 축인 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는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의 헌법 수호 책임의 일환으로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강변했다. 대통령 전용기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며 대통령실 소유물이 아니다.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하는 취재진은 민항기 기준에 맞춰 탑승 비용을 지불하며 경비도 부담한다.

12일 국회에서 열린 정형식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국회방송 유튜브 중계화면 갈무리)

이 의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설치된 방통심의위의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가 헌법정신에 부합하는지 물었다. 이 의원은 "심의 대상에 언론보도가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가 관여해 무엇이 '사실이다' '아니다' 판단하는 것으로 인해 위축효과가 발생할 것은 자명하다"며 "전문가 380인이 언론자유를 침해한다고 성명을 냈고, 방통심의위 팀장 11명이 언론자유 침해를 우려했다. 센터 직원 전원은 원 부서 복귀를 요청하는 고충처리신고를 접수하기도 했는데 이들의 우려에 공감하지 않나"라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는 "그 기관(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운영될지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언론을 통제하려고 하는 의도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제가 보기에 요즘의 언론 상황은 (가짜뉴스)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고 유튜브 등을 통해 개인의 의견을 집중적으로 특정인에게 공급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 번 퍼져버리면 사상의 자유 시장 쪽에서 원만하게 이뤄지기 상당히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그렇더라도 국가권력의 개입으로 인한 위축효과는 여전히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 위축효과를 제거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문제제기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방통심의위의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는 이동관 전 위원장 체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방통심의위를 중심으로 '가짜뉴스 패스트트랙'을 운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설치됐다. '가짜뉴스'에 대한 개념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인터넷상 허위조작정보를 신속하게 삭제·차단하는 방안을 만들고, 언론보도를 심의 대상으로 삼아 '초법적 검열기구'가 탄생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방통심의위는 허위라는 이유로 인터넷 게시물에 대해 조치를 취할 법적 권한이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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