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 김홍일)가 31일 허가 기간이 만료되는 지상파방송 재허가를 의결하는 전체회의를 취소했다. 

국민의힘은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탄핵 국면에서 '기간 내에 재허가가 이뤄지지 않으면 불법 방송이 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법원은 '2인 체제' 방통위의 심의·의결은 방통위설치법을 저해한다고 판결했다.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부위원장이 3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방통위는 이날  허가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주요 지상파 사업자에 대해 재허가를 의결할 계획이었으나 '물리적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부위원장이 3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방통위는 이날  허가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주요 지상파 사업자에 대해 재허가를 의결할 계획이었으나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전체회의 일정을 취소했다. (사진=연합뉴스)

방통위는 지난 29일 출입기자단에 '31일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공지했다. 안건은 '2023년도 지상파방송사업자 재허가'이다. 하지만 31일 새벽 12시 5분 방통위는 "31일 회의개최를 취소한다"고 전했다. 

31일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은 브리핑을 열고 "방통위는 29일 위원장 임명 직후부터 안건 심의를 위해 29일과 30일 양일에 걸쳐 지상파 재허가 안건을 검토했다"며 "그러나 34개사 141개에 이르는 방송국에 대한 자료를 심도 있게 검토해 재허가 여부 및 조건 등을 결정하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불가피하게 위원회 개최를 취소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 부위원장은 "방통위는 앞으로 최대한 조속히 재허가 심의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이러한 결정은 위원회의 적정한 심의를 위한 조치이므로 원칙적으로 방송사가 기간 도과에 따른 불이익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영관 방송정책국장은 "규정을 찾아보니 방송사에 피해가 안 갈 부분이 있다고 실무적으로 판단했다"며 "행정기본법에도 신뢰보호의 원칙 규정이 있고 행정절차법상에도 기간 도래에 대한 특례 규정이 있어 이를 적용해 방송사에 피해가 안 가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김홍일 신임 방통위원장은 인사 청문 과정에서 방통위의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지상파 재허가를 꼽았다. 31일 허가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지상파 사업자는 KBS 2TV, SBS, MBC·SBS UHD, 지역 MBC 및 민영방송 등이다. 방통위가 지난 6월 세운 재허가 심사 계획은 ▲7~11월 시청자 의견 접수 및 기술심사 ▲11~12월 심사위원회 구성 및 운영 ▲12월 재허가 의결 등이다. 구체적인 기술심사와 심사위원회 심사, 방통위 사무처 검토는 종료되었고 전체회의 의결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탄핵 국면에서 이동관 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되면 '식물 방통위'가 되고 12월 재허가를 하지 못해 '불법방송' '방송중단' 사태가 벌어진다고 주장했다. KBS, TV조선, MBN 등이 국민의힘 주장을 주요 뉴스로 전했다. 하지만 김홍일 위원장 체제 방통위가 '재허가 기간 도과에 따른 불이익은 없다'고 밝히면서 국민의힘 주장은 거짓이었다는 게 재차 확인됐다. 

현행 방통위설치법과 방송법에 따르면 재허가·재승인 지연이 곧 불법방송을 의미하지 않는다. 방송법 제18조 제5항은 '방통위는 허가·승인을 취소하는 경우 또는 방송사업자가 재허가·재승인을 받지 못한 경우 대통령령에 따라 해당 사업자에 대해 그 사업을 승계하는 자가 방송을 개시할 때까지 12개월의 범위 내에서 기간을 정하여 방송을 계속하도록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11월 29일 KBS '뉴스9' <‘식물 방통위’ D-1…방송 ‘재허가·재승인’ 모두 정지> 보도화면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가 추천한 최민희 방통위원 내정자를 7개월 넘도록 임명하지 않고 자신이 지명·임명한 이동관·이상인 체제로 방통위가 운영되도록 했다. 현재 방통위도 윤 대통령이 지명·임명한 김홍일·이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합의제 독립기구인 방통위는 현행법상 여권 추천 3인, 야당 추천 2인 등 총 5인 위원으로 구성·운영돼야 한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0일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권태선 이사장 후임 이사의 임명 효력 정지를 유지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2인 체제' 의결을 문제로 지적했다. 현행 방통위법에서 정한 대로 5인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된 방통위가 안건을 심의·의결하는 게 적법하다는 것이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방통위는 정치적 다양성을 그 위원 구성에 반영하도록 함으로써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 국민의 권익보호와 공공복리 증진이라는 방통위법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고 볼 수 있다"며 "이 사건 임명처분은 단 2명의 위원들의 심의 및 결정에 따라 이루어졌다. 오히려 이러한 경우에까지 권태선 이사장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임명처분의 효력을 유지·존속시키는 것은 방통위법과 방문진법이 이루고자 하는 입법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라고 판시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