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박민 KBS 사장이 “공영방송으로서 핵심 가치인 공정성을 훼손해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국민 여러분께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문화일보 기자 출신인 박 사장은 “신문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성이나 공영방송의 핵심은 공정성”이라고 말했다. 

박민 KBS 사장이 15일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박민 KBS 사장이 15일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박 사장은 14일 KBS 아트홀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박 사장은 ▲검언유착 보도 ▲고 장자연 씨 사망 관련 보도 ▲생태탕 보도 ▲뉴스타파 인용 보도를 문제적 보도라고 거론하며 “지난 몇년 간 공정성 비판이 거듭됐지만 과오는 계속 되풀이됐다. 앞으로 이런 사례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불공정 편파 보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자나 PD는 즉각 업무 배제하고, 불공정 방송의 경위와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백서를 발간하겠다. 앞으로 방송의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를 KBS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둘 것”이라고 했다.

박 사장은 경영 위기와 관련해 “자신과 임원들은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솔선수범해 임금 30%를 반납하겠다”며 “나머지 직원들도 동참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명예퇴직을 확대 실시해 역삼각형의 비효율적 인력 구조를 개선하겠다. 그래도 인력 운용의 효율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구조조정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 사장은 “입사하면 성과와 관계없이 누구나 상위직급으로 올라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러면 많은 비판을 받아온 무보직 고임금 직원도 사라질 것이다. 파괴적 혁신을 통해 스마트하고 효율적인 공영방송으로 거듭 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박민 KBS 사장을 비롯한 임원진들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사진=KBS 제공)
14일 박민 KBS 사장을 비롯한 임원진들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사진=KBS 제공)

사과문 발표 이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KBS는 “시간이 한정돼 있어 10명의 기자의 질문만 받는 것에 양해 부탁드린다”면서 “오늘 기자회견에 대한 중계 방송은 허용하지 않는다”라고 고지했다.

한 기자는 “이번 대국민 사과는 공정성을 바로세우겠다는 의미인 것 같은데, 문화일보는 공정한 언론이었나. 앞으로 KBS가 마련할 공정성이 문화일보의 기준인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박 사장은 ”신문 시장과 공영방송 시장의 특성이 다르다“며 ”신문 시장은 각 신문사의 맞는 다양한 입장이 어울림으로써 국민 여론을 충실하게 반영해야 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성이다. 공영방송의 핵심 가치는 공정성“이라고 답했다.

박 사장은 “문화일보 기자 시절 특정 신문의 입장이 있다 하더라도 언론의 기본 원칙을 벗어난 적은 없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KBS 사장이다. KBS의 가장 큰 가치는 공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앵커·진행자 교체는 기습작전처럼 강행됐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런 무리수를 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박 사장은 “사장으로서 특정 프로그램의 개편이나 방향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면서 “KBS 보도나 일부 프로그램이 공정성 관련 지적을 많이 받았고, 그 결과 수신료 분리징수를 비롯한 KBS 위기를 가져 왔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본부장을 인선하고, 지금 방송 중인 프로그램을 재점검해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상실했거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프로그램을 점검해 어떻게 해야할지 협의해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구체적인 과정은 정확하게 모른다”고 말했다.

14일 언론노조 KBS본부가 박민 사장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장 앞에서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14일 언론노조 KBS본부가 박민 사장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장 앞에서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장한식 보도본부장은 “뉴스 진행자 교체 부분은 새로운 사장의 취임을 계기로 국민들에게 새롭고 달라진 KBS 뉴스를, 공정한 보도를 보여주자는 차원에서 교체했다. 기존 진행자에게는 하차 사실을 정중하게 통보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구조조정안‘을 묻는 질문에 박 사장은 “KBS의 임금 비율은 전체 지출의 33% 정도 되는데, 20%대로 낮추려면 전체 구성원의 임금을 거의 20%대 가까이 삭감해야 한다”며 “20%대 임금 삭감으로는 KBS 경쟁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명예퇴직을 적극 활용할 것이다.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불가피하게 인력 조정을 위한 구조조정도 해야하지 않나싶다”고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과징금 제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박 사장은 “보도의 경위나 내용을 보면 명백한 문제가 있었다”며 “그래서 방통심의위의 결정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과징금 처분을 받은 MBC는 즉각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JTBC는 재심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김의철 전 사장 체제에서 진행된 '수신료 분리징수 헌법소원‘과 관련해 박 사장은 ”지금 한전과 협상이 진행 중이다. 그래서 헌법소원을 유지할지 취하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기자회견장 앞에서 '사퇴 촉구' 피케팅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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