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박민 KBS 사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여당 국회의원들에게 인사를 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제1덕목인 공영방송 사장 후보자가 청문회 통과를 위해 정치인을 찾아 인사하는 게 적절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1일 뉴스타파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 마지막 날인 지난달 27일 오후 1시경, 박 후보자가 국회 의원회관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과방위 여야가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11월 7일 열기로 합의한 다음 날이다.
이날 박 후보자는 과방위 여권 의원실을 방문했다. 박 후보자는 국민의힘 출신 하영제 무소속 의원실,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실 등을 방문했다. 뉴스타파는 "김 의원과 20분 가까이 면담을 마치고 나온 박 후보자는 의원실 입구까지 배웅 나온 김 의원에게 고개를 숙여 깍듯이 인사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박 후보자가 당초 과방위 야당 의원실 방문도 타진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방위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뉴스타파에 "(박 후보자 측에서)연락이 와서 점잖게 말씀 드렸다. '적절치 않은 행동이다' 그랬다"며 "야당 의원들 방에는 다 거절해서 안 가고 여당 의원들 만나러 다는데, 다른 장관 같은 경우야 업무상 협조가 필요할 수 있으니 사전에 인사를 할 수 있지만 KBS라는 언론은 공영방송이라는 위치가 있다. 특정 정치세력과 편향성이 늘 염려되는 기관"이라고 말했다.
김의철 전 KBS 사장은 뉴스타파에 "공영방송 (사장)후보가 정치인들을 찾아다니는 것은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감안하면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양승동 전 KBS 사장은 "인사청문회 전 청문위원들을 소개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지만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생각해 거절했었다"고 했다.
강성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 자본 권력으로터의 독립을 얘기하면서 공영방송 사장이 자신의 거취와 관련된 청문회 통과를 위해 정치인에게 가서 머리를 조아리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박 후보자는 청문회를 앞두고 여권 의원들을 만난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 아니냐는 뉴스타파 질문에 "직원을 통해 답변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박 후보자 인사청문단장과 KBS 커뮤니케이션부는 뉴스타파의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박 후보자 측이 지난달 17일 과방위 의원들에게 면담을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청문회를 앞두고 공영방송 사장 후보자가 의원들에게 인사를 하러 간다는 것은 지금껏 KBS 역사에서 듣지도 보도 못한 일"이라며 "정치권으로부터 공영방송의 독립을 수호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사장 후보자가 시작부터 정치권에게 머리부터 숙일 생각부터 하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자는 '낙하산' '내정설' 논란을 빚었다. 박 후보자는 문화일보 논설위원 출신으로 2019년 법조언론인클럽 회장에 선출됐다. 윤 대통령 검찰총장 재직 시절이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도 법조언론인클럽 회장 출신이다. 지난 3월 임명된 한국언론진흥재단 상임이사 3명도 법조기자 출신이다. 박 후보자는 지난 5월부터 서울대 출신 언론인 모임 관악언론인회 회장을 맡고 있다. 박 후보자는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으로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대학 후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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