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박민 KBS 사장이 자신이 지적한 '불공정 보도'에 대해 '특별감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박 사장은 감사실의 실무를 총괄하는 부서장을 일괄 교체해 '감사 독립성 침해' '감사 방해' 논란을 빚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언론노조 KBS본부)는 박 사장이 감사실을 동원해 취재진을 징계하려는 "인적 청산" 의도를 드러냈다고 규탄했다.  

14일 열린 KBS 이사회에서 경영진은 ‘총선 공정성 확보 방안’에 대해 보고했다. 이날 KBS 보도본부, 제작본부, 라디오제작본부장들은 공통적으로 공정성·정확성·자율성을 기본원칙으로 삼고 선거방송을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권순범 이사는 “지난 대선에도 똑같은 보고를 받았다”면서 “그런데 지난 대선 때 KBS가 공정했나, 저는 공정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공정성 방안을 만들고 보고하는 것보다 실제로 실현하는 것이 중요한데 지난 대선 보도의 문제점을 찾아보거나 한 적 있나”라고 말했다. 

권 이사는 “사장과 임원진은 불공정 보도에 대국민 사과를 했는데, 그 이후에 어떤 조치가 이뤄졌는지에 대해 들은 바 없고, 제대로 감사가 이뤄졌다는 얘기도 들은 바 없다”며 “차제에 필요하다면 불공정 보도와 관련해 특별감사를 요청하거나 그럴 계획이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박 사장은 “감사실을 통한 특별감사 등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최근 감사 인사를 했다. 조직이 안정되는 대로 공식적으로 사과를 한 부분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조사(감사)를 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박 사장이 취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한 '불공정 보도'에 대해 감사를 벌이겠다는 얘기다. 

또 박 사장은 “(불공정 보도 관련) 백서를 발간하기 위해 팀을 구성하고 있다”며 “(불공정 보도의) 정확한 진상을 알아야 하니까 위원회가 구성되는 대로 그 작업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류일형 이사가 “지난 대선 과정 보도에 대해 권순범 이사가 공정하지 못했다고 말했고, 박민 사장이 거기에 대한 답변으로 감사실에 특별감사를 지시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들었다. 맞나”라고 물었다. 박 사장은 “필요하다면 그런 조치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류 이사는 “이건 선거방송 못지않게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라며 “지난 설 연휴 기간 내내 감사의 독립성과 관련된 상식 밖의 일이 일어나 깜짝 놀랐다. 이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묻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서기석 이사장은 “그 내용은 감사가 정식으로 임시이사회를 요청했다. 오늘 말고 별도로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추가 질의를 막아섰다. 박찬욱 KBS 감사는 오는 21일 '감사 독립성 침해' 상황에 대해 보고하겠다며 이사회 소집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이사회 직후 언론노조 KBS본부는 성명을 내어 “자신의 사람들로 채운 감사실을 동원해 향후 만들어질 낙하산 사장판 불공정 보도 백서를 기준 삼아 자신이 불공정 보도였다고 지적한 보도와 관련된 취재·제작진을 징계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지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박 사장의 발언은 엄연히 감사의 독립성을 무시한 것으로, 대놓고 감사실을 수족처럼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낙하산 박 사장의 발언 자체가 감사직무규정 위반”이라며 “낙하산 사장의 지령을 받고 온 부장들로 채워진 감사실을 동원해 특별감사를 벌인다면, 그 결과는 기다려보지 않아도 편향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구성원 누구도 인정할 수 없는 감사와 처벌로 또 한 번 KBS 내부를 쑥대밭으로 만들려 하는가”라면서 “낙하산 박 사장은 감사실을 동원해 KBS 보도와 프로그램을 폄훼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감사실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이번 인사를 즉각 철회하라. 더 이상 KBS를 망치지 말고 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8일 박 사장은 감사의 동의 없이 감사실장·청탁방지담당관·이해충돌방지담당관을 겸직하는 자리에 박상용 씨, 기획감사부장에 김동진 씨, 방송감사부장에 임수연 씨, 기술감사부장에 정기태 씨를 13일자로 인사발령 했다. 박 감사는 일반감사·특별감사 진행 중으로 이 같은 인사는 감사 독립성 침해라며 인사발령 철회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감사방해’ 논란이 일자 13일 KBS 경영진은 “모든 직원에 대한 인사권은 사장에게 있다”며 인사가 정당하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에 박 감사는 “일방적인 인사 강행은 감사 독립성을 명백히 훼손하는 것이고, 감사 방해행위”라며 “이번 인사 발령에 관여한 모든 관계자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하고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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