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 사측이 경영위기 타개 대책으로 인건비 비중 축소, 특별명예퇴직 확대 등을 거론하자 구성원들이 “낙하산 사장의 임무가 용산의 지령에 따른 ‘KBS 박살내기’라는 점이 명확해졌다”고 비판했다.
KBS는 28일 부장급 이상부터 본사 임원진까지 참여한 ‘위기극복’ 워크숍을 열고 경영위기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경영진은 ▲현재 30%대 인건비 비중을 20%대로 축소 ▲‘20년 이상 근속 직원 1770명’ 특별명예퇴직 추진 ▲구조조정 적극 검토 ▲기존 서비스 사업·신규 자본 사업 전면 재검토 ▲프로그램 제작비·계열사 위탁비 10~20% 삭감 ▲직급체계 변동 ▲근무성적 하위자 재교육 및 부서 재배치 ▲수신료 인력 확대 등의 계획을 발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29일 성명을 내어 “낙하산 박민이 워크숍 내내 밝힌 방향이란 깎고 줄이고 없애는 것밖에 없었다”며 "‘위기’만 늘어놓고 ‘극복’은 보이지 않는 자리였다"고 평가절하했다.
KBS본부는 “이러한 방안은 앞선 경영진도 늘상 거론해온 것들로 수신료 위기 속 혜안은 고사하고 실망 그 자체다. 긴축방안마저 새로울 것이 없는데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것인가, 공포 정치를 위한 불안감 조성이 의도인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KBS본부는 “대부분 긴축방안도 노동자에게 불이익한 취업규칙 변경을 수반하는데, 회사는 교섭대표노조에게 어떠한 기본 설명도 없었다”며 “분명 과반노조(근로자수 과반)의 동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노동조합과 어떠한 논의도 없이 어떻게 이런 일들을 하겠다는 것인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이익 변경은 실정법 위반으로 사법처리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KBS본부는 ‘사측의 수신료 분리징수 대응책’과 관련해 “‘낙하산 박민’은 본인의 기자 경력에서 쌓인 인적 네트워크를 갖추었다며 현재 KBS의 위기를 극복할 교섭력을 갖췄다고 자부했는데, KBS에 와서 무엇을 했나”라며 “적어도 발표한 내용만 본다면 ‘낙하산 박민’이 오기 전 수신료 관련 부서 동료들이 만들어 놓은 방안에서 단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토교통부나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등 다른 기관들과의 협조는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워크숍에서 장한식 보도본부장은 재차 ‘불공정 보도’를 열거하며 국민의 신뢰하락으로 ‘수신료 위기’가 초래됐다는 주장을 펼쳤다고 한다. 앞서 박민 사장은 14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검언유착 ▲고 장자연 씨 사망 사건 윤지오 씨 인터뷰 ▲오세훈 시장 생태탕 의혹 ▲뉴스타파의 윤석열 수사무마 의혹 인용 등을 불공정 보도로 규정하고 “이런 사례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KBS 메인뉴스 <뉴스 9> 박장범 앵커도 관련 보도를 리포트했다. 하지만 해당 기사를 보도한 기자는 물론 보도국 구성원과의 논의는 거치지 않았다.
KBS본부는 “정말 보도본부 구성원들이 동의한다고 생각하는가”라며 “행정망 마비보다 대통령 동정이 우선이고, ‘대통령 황금마차’를 5분 넘게 중계하고, 메인 뉴스에서 ‘손준성 검사장 5년 구형’ 소식은 빼면서 대통령 김장행사 참석은 보도해 ‘땡윤뉴스’라는 비판을 받는 지금이 과연 공정하고 균형잡히며 권력을 감시하는 뉴스인가. 이러한 보도본부장의 인식이 수신료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KBS본부는 “이번 워크숍을 통해 낙하산 사장의 임무가 ‘KBS 살리기’가 아닌 용산의 지령에 따라 ‘박살내기’였다는 점이 더 명확해졌다”며 “공영방송 KBS는 사람이 자산이자 원동력이다. 그런데 자산이자 원동력인 인력을 잘라내고 사람의 창의성을 억누르는 긴축과 검열을 일상화하는 체제로는 공영방송 KBS의 발전을 가져올 수 없다”고 했다.
KBS본부는 “사측은 깎고 줄이고 없애는 것에 골몰할 것이 아니라 KBS가 어떻게 위기의 KBS를 추스르고 도약해 나갈 것인지 활로를 보여주어야 한다”며 “지금까지 보여준 뇌피셜과 인터넷 검색에 의존하는 경영능력이라면 당장 사퇴하는 것만이 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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