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는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연속 특별기고 'SDGs 시대, 지역 지속가능발전 현장을 가다'를 총 24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1992년 Rio 국제회의의 결과인 '의제21'의 권고를 바탕으로 지방정부가 설치한 전국협의체로 유엔 경제사회이사회(UN ECOSOC) 특별협의기구입니다.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지자체별 Governance의 확산·발전을 통해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를 구현하고 대한민국의 지속가능발전에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연속 특별기고는 전문가 기고와 실제 지속가능발전 정책이 실행된 지역 사례로 구성됩니다.  이번 사례는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13번 목표 사례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명구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생태교통네트워크 위원장이 집필하셨습니다.

 

[미디어스=추명구 칼럼] 자전거에 관한 기억이 있다. 그 기억 중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은 자전거와 내 몸이 혼연일체가 되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넘어지지 않고 굴러가던 그 첫 순간! 그리고 자신의 자전거를 대여해 주며, 자전거는 넘어지면서 배우는 거라고 가르쳐줬던 동네 형도 떠오른다. 나는 이렇게 자전거를 배웠다.

그런데 자전거를 ‘제도적으로’ 가르쳐주는 나라도 있다. 보통 2살 때쯤 자전거를 접하고 초등학교에서 자전거를 안전하게 타는 방법과 교통 규칙을 배운다. 10살 전후 경찰의 감독하에 자전거 타기 실기 시험뿐 아니라 이론시험을 치러야 한다. 초등학생의 50%와 중고등학생의 75%가 자전거를 타고 등교한다. 자전거 통학버스도 운영한다. 그래서인지 이 나라 아이들은 더 독립적이고, 세계에서 가장 행복해 보인다. 바로 자전거 수송 분담률 36%에 달하는 네덜란드 이야기다.

지난 6월 3일부터 30일까지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을 위한 2022 전국자전거출퇴근챌린지를 개최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 전국자전거출퇴근챌린지는 전국 16개 광역·기초 도시에서 진행됐다. 총 참여인원 2,270명, 총 주행거리 449,781.3km, 온실가스 감축량 95,758kg, 에너지절감량 31,440L 이를 낙엽송 30년생 1년 흡수량으로 환산했을 경우 5,567그루의 나무를 심은 효과와 같다.(2019년부터 현재까지 기록은 총 참여자수 21,398명, 총 주행거리 9,359,455km, 온실가스감축량 1,992,634kg, 에너지절감량 654,228L, 나무심은효과 115,851그루)

아이바이크 대구시민클럽 캠페인 (사진=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아이바이크 대구시민클럽 캠페인 (사진=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자전거출퇴근챌린지는 자동차 중심의 교통문화와 이동수단의 행태 전환,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 및 교통사고 저감, 수송부문 온실가스감축과 에너지 절감, 시민들의 자전거 이용 경험과 활성화, 자전거 이용 빅데이터 구축으로 자전거 정책제안, 국내·외 자전거 관련 기관 네트워크 등을 목표로 2019년 광주, 대구, 대전, 수원, 전주, 창원 등 6개 도시에서 시작했다.

챌린지 운영은 상·하반기 중 한 번은 전국자전거출퇴근챌린지로 공동개최하고 나머지 한 번은 지역별 자체 자전거출퇴근챌린지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전국챌린지의 경우 지역 담당 실무자들과 함께 챌린지 규칙, 앱 시스템 비용 및 기능보완 논의 등 기획회의를 시작으로 지역별 참가자 모집을 위한 홍보 및 캠페인, 자전거출퇴근챌린지 시행, 성과보고회 및 시상식 순으로 진행된다.

자전거출퇴근챌린지는 에코바이크라는 앱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에코바이크 앱은 대구지역 사회적기업과 지역 자전거 활동가의 기획으로 만들어졌다. 이후 참가지역에서 십시일반으로 참가비를 내고 앱의 기능을 조금씩 보완해갔다.

순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캠페인 (사진=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순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캠페인 (사진=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참가자는 앱을 통해 모이고 활동하고 기록된다. 각자 자전거로 이동한 거리만큼 정보가 생산되고, 다양한 형태로 직관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온실가스와 에너지 감축량을 기본으로 그 감축량을 산정하여 나무심은효과를 산출하기도 하고, 자전거 운행 경로‧전국 참가자 순위‧지역 참가자 순위 등을 실시간 보여준다. 앱 플랫폼은 캠페인을 촉진하며 참여자에게 재미를 주고, 주관한 지역은 자전거 이용 시간과 거리‧주행행태를 빅데이터로 제공받아 이후 효율적인 자전거 정책을 제안할 수 있다.

승용차를 제외한 다양한 이동수단 이용자들은 불안하다. 보행자, 유모차, 휠체어, 보행보조의자차, 자전거, 개인형 이동장치(전동휠, 전동킥보드 등) 등 서로 다른 이동수단이 보행공간에 집중되어 있어서 이용자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이동할 수 없다. 대도시의 경우 자전거 도로의 80%는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다.

도로는 누구의 것인가? 기후 변화가 재난으로 이어지고 있는 지구적 위기 상황에서 50% 승용차 이용자들만의 일방적인 교통정책을 고수해야 할까? 지금 우리는 근본적인 생활방식을 바꾸어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시공간의 물리적 변화를 통해 더 적은 에너지와 비용으로 살아갈 수 있는 도시공간을 조성해야만 한다.

보행자가 안전하고 쾌적하게 걷고, 자전거와 개인형 이동장치가 도심형 이동수단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보행공간과 스마트모빌리티 공간 분리를 위한 자전거 전용도로, 자전거 전용차로 확대를 제안한다.

자전거출퇴근챌린지 캠페인(사진=진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자전거출퇴근챌린지 캠페인(사진=진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첫째,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수송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37%, 그중 도로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이 94%(자료 : KOTEMS)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따라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37.8%를 감축해야 한다. 또한 내연기관 차, 전기 차 가릴 것 없이 타이어‧브레이크 마모 등 도심의 미세먼지 배출 주범이다. 교통혼잡비용은 67조 7,631억원(2018년 전국 교통혼잡비용, 한국교통연구원)이며, 2019년 기준 보행자 사망자는 38.9%로 평균 19.3%보다 2배가 높고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우리에게는 가볍고 경제적이며, 공간을 덜 차지하고 누구나 이용가능한 생태교통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 각 도시마다 공용자전거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최근 대전에서도 시민 공용자전거 타슈2를 선보였다. 이어 대전충남녹색연합이 발표한 대전시 공공자전거 타슈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에서 시민들의 이용 만족도가 높았고, 응답자의 92.8%는 타슈 보급 대수를 더 늘려야 한다고 응답했다. 공용자전거와 더불어 개인형 이동장치 또한 이용자가 늘고 있다. 대여 및 반납의 편리, 다른 수단 대비 빠르게 이동, 도착지 근처까지 이동 가능(퍼스트 라스트 마일) 등 이용의 편리성은 높지만 주행공간과 안전의 문제는 심각하다.

셋째, 에코바이크 앱과 같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활용을 통해 다양한 이동수단과의 연계가 원활해진다. 그 결과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이 더 편리하고 재미있어진다. 각 지방정부에서도 지하철과 버스‧공용자전거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서비스 받을 수 있는 통합교통서비스 MaaS(Mobility as a Service) 시스템 구축이 정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안전속도 5030 시행에 따른 후속 조치다. 자동차 속도 조절로 차로 폭 조정이 가능한 도로다이어트를 통해 자전거 도로의 시설이 가능하다. 또한 자동차를 거의 타지 않고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여 돌봄과 생활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 유럽 발 N분 도시(파리의 15분 도시)의 실험과 확대, 완전도로 개념의 도입 등 자동차 위주의 정책에서 사람중심의 도시공간으로 재구조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전국자전거출퇴근챌린지 성과보고회 및 시상식 (사진=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전국자전거출퇴근챌린지 성과보고회 및 시상식 (사진=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자전거가 탄생한 지 200년이 넘었다. 자전거는 저비용으로 거리의 한계를 극복하고 빈부의 차이 없이 공평한 공간을 사용하게 되며, 남녀노소 누구나 사용 가능한 이동수단이다. 탄소 및 미세먼지를 적게 배출하는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타면 탈수록 도시는 안전해진다. 자전거는 점유 면적도 적어 도시를 공원과 커뮤니티 시설 등 쾌적하게 구성할 수 있고, 경험의 질을 향상시켜 노잼 도시를 소통과 활력이 넘치는 도시로 만든다.

우리는 이러한 이유에서 자전거에게 금기시했던, 도로에서 달릴 수 있는 욕망과 권리를 해방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동차가 속도 중독에서 벗어나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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