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젠더 관련 발언으로 또다시 입길에 올랐다. 이준석 대표는 언론으로부터 '젠더 갈라치기', '젠더 지우기', '궤변'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이준석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만을 위한 비이성과 비합리의 정치를 멈춰라”라고 촉구했다.

이준석 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층간소음으로 발생한 인천 흉기 난동 사건을 언급하며 “국민은 남성과 여성에 관계없이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경찰공무원 임용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체력검정 등은 성비를 맞추겠다는 정치적 목적 등을 기반으로 자격조건을 둘 게 아니라 철저하게 국민 재산과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치안 능력을 확인하는 게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개인형이동수단(PM, Personal Mobility) 활성화와 국민 안전을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겨레는 23일 1면 <‘여경 무용론’ 기름붓는 이준석> 기사에서 “제1야당 대표가 남초 커뮤니티 등에서 현장에 있던 여경의 대응을 부각해 ‘여경 무용론’을 주장하는 사건들을 예로 들며 ‘공정 선발’을 강조한 것은 ‘이남자(20대남자)’ 지지를 얻기 위해 ‘젠더 갈라치기’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범죄 현장에서 드러난 경찰의 부실 대응을 여성 경찰의 문제로 일반화하는 남초사이트 주장을 인용하고, 2026년부터 경찰 지망 수험생들이 동일한 기준으로 체력검사 시험을 치르기로 확정한 상황에서 경찰 체력검정이 성비를 맞추는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또 이준석 대표는 21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페미니즘이 싫다면 더이상 여성을 죽이지 말라’고 일갈한 글에 대해 “선거 때가 되니까 또 슬슬 이런 저런 범죄를 페미니즘과 엮는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설전을 벌였다.

이 대표는 고유정 사건을 예로 들어 가해자가 여성인 경우 젠더갈등화를 하려 하지 않는다며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을 거라는 선동, 전라도 비하 등등과 하등 다를 것 없는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 프레임은 2021년을 마지막으로 정치권에서 사라졌으면 한다”고 했다.

이같은 주장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여성들이 교제살인으로 죽어가는 문제에는 관심 없고 ‘페미니즘’ 네 글자에 꽂혀서 조선인 우물까지 끌고오는 거 너무 볼품 없다”며 “가정폭력, 스토킹, 교제살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폭력 피해자 대부분은 여성이고 가해자 대부분은 남성이다. 이걸 성별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건 문제의 가장 중요한 특성을 은폐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장 의원은 “이준석 대표가 안티페미 선동을 할수록 좋아하는 건 젠더폭력을 저지르는 범죄자들이고 죽어가는 건 여성들”이라며 “헤어지자고 말했다는 이유로 여자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8일, 30대 남성이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흉기로 수차례 찌르고 아파트 19층에서 떨어뜨렸다. 20일 스토킹 피해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옛 연인에게 살해됐다.

경찰청의 강력범죄사건 연도별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피의자의 95.45%(27,626명)가 남성이고 피해자의 85.81%가 여성이다. 여성들이 교제 중인 상대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은 열흘에 한 번꼴로 발생하며 데이트 폭력 사망 사건 피해자의 99%가 여성이다.

"논쟁을 이끌되, 사회구조에서 젠더 변수 지우는 방향"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22일 “여성의 고통을 무시하고 젠더폭력을 조장하는 이준석 대표를 규탄한다”며 “데이트하다 죽고, 성폭력의 위협이 일상에 깔린 여성들은 ‘선거때가 되니까 페미니즘을 엮지 않는다. 페미니즘은 여성시민의 생존과 안전, 평등한 일상을 위한 것이지 이준석 대표처럼 정치적 선동과 이용의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대표는 SNS상에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설전을 벌이며 "고유정의 살인이나 이번 살인 사건 모두 젠더뉴트럴(gender-neutral, 성중립적)하게 보는 게 정답인데 이걸 젠더이슈화 시키는 멍청이들이 바로 갈라치기 하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젠더뉴트럴 하지 않아서 페미니스트들이 교제 살인과 젠더폭력의 문제를 정치가 해결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젠더에 대한 차별적 관점의 결과가 아니라 그냥 현실 그 자체가 여성 피해자가 대부분인 현실의 젠더차별과 폭력을 바꾸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성별에 의거한 폭력 현실이 한 성별에 몰려있는 현실에서, 성중립을 이야기하며 실재하는 피해를 피해의식으로 치부하는 이준석 대표야말로 대한민국 사회에 사는 여성시민들의 죽음은 정치가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로도 치부하지 않는 성차별주의자”라고 지적했다.

여성정치네트워크는 “이준석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여성들의 고통과 불안을 없는 사실처럼 취급하고 있다”며 "절대 다수 여성들이 피해를 당하는 범죄와 그 범죄로 인해 고통받는 여성들의 절규를 남성을 공격하는 언어로 변모시키며 사회 갈등을 조장하는 안티페미니즘을 선동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준석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만을 위한 비이성과 비합리의 정치를 멈춰라”라고 촉구했다.

경향신문은 23일 <젠더 지우기로 젠더 공략하는 ‘젠더 대선’> 기사에서 이준석 대표의 젠더뉴트럴 발언 등에 대해 “국민의힘은 그간 젠더 이슈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던데서 방향을 틀어 논쟁을 이끌되, 사회구조에서 젠더 변수를 지우는 방향으로 ‘역방향’ 젠더 정치에 나서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23일 사설 <교제 살인에 페미니즘 선동이라는 野대표 몰상식>에서 “여자를 죽이지 말라고 한 게 ‘젠더 갈등화’이고 ‘선동’이라니 이런 궤변이 없다”며 “아무리 이대남의 반페니즘 정서를 기반으로 탄생한 야당 대표라 해도 비참한 교제 살인 앞에서 페미니즘을 공격하는 몰상식은 도를 넘었다. 개탄스러운 정치의 후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대표가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하고 남자들의 억울함만 호소하면서 젠더 폭력은 방치되고 약화한다”며 “정의당 외 정치인들이 이대남표를 의식해 입을 다물고 있는 것도 문제다. 21세기 한국에서 성평등이라는 보편적 가치가 짓밟히고 있는 데에 정치인들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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