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언론이 여성혐오의 확성기가 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언론이 남성 중심 커뮤니티에서 나온 여성혐오 주장을 보도하면 문제가 사회적으로 확산된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온라인 공간의 비상식적 주장을 전하면서 점검이나 사실확인 노력도 안한 것은 언론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7일 "남초 커뮤니티에서 쏜 ‘화살촉’, 어떻게 백래시 ‘승리 공식’ 만들었나" 보도에서 여성혐오 주장과 언론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전하며 언론이 남성 커뮤니티의 여성혐오 주장을 소개하면 커뮤니티에서 관련 게시글이 증폭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논란 자체는 남성 커뮤니티에서 출발했지만, 언론이 이를 검증·비판 없이 받아쓰면서 사회적 문제로 비화됐다.

(사진=연합뉴스)

한겨레 분석에 따르면 지난 5월 불거진 GS25 집게손 포스터 논란 관련 기사는 625건, 커뮤니티 게시글은 6656건이었다. 기사 수가 증가하면 커뮤니티 게시글도 증가했다.

다른 여성혐오 사건 확산 양상도 동일했다. 지난 4월 남성 커뮤니티에서 “SBS 문명특급 PD 재재가 페미니스트이기 때문에, 그가 광고한 상품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초기 관련 게시글은 17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4월 30일 언론 보도가 나가자, 이튿날 관련 게시글이 40건으로 급증했다.

같은 달 남성 커뮤니티는 “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성인지 감수성 교육 영상에서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했다”고 주장했다. 초기에는 반응이 많지 않았지만, 4월 12일 머니투데이가 "'남자=잠재적 가해자' 여가부 산하기관서 만든 영상 논란" 기사에서 커뮤니티 주장을 전하자 13일 관련 게시글이 92건으로 늘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 6월 발표한 "‘집게 손가락 포스터’ 논란, 언론이 키운 페미니즘 백래시" 보고서에 따르면 언론의 여성혐오 관련 보도는 논란을 재확산시키는 수준에 머물렀다. 민언련이 GS25 관련 기사 336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71%(237건)는 커뮤니티 발 주장을 단순 전달·언급하고 있었다. 남성 커뮤니티의 백래시를 비판하는 기사는 18%에 불과했다. 당시 조선일보, 한국경제, 머니투데이 등이 분석·비판 없이 커뮤니티 발 주장을 상세히 전했다.

한겨레는 8일 "‘여성혐오 발언’ 확대재생산하는 언론, 부끄럽지 않나" 사설에서 “온라인 공간의 음습한 주장을 공론장으로 끌어내 날개를 달아주는 데에는 언론이 큰 구실을 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언론이 백래시 세력의 목소리를 키우는 스피커 구실을 했다면서 “더 큰 문제는 온라인 공간의 비상식적인 주장을 전하면서도 비판적 점검이나 사실 확인 노력도 없이 ‘퍼 나르는’ 수준의 보도를 한다는 점이다. 언론의 역할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혐오와 폭력을 ‘논란’ 또는 ‘갈등’으로 바꿔치기하는 보도 태도도 우리 언론의 고질적인 문제”라면서 “안산 선수 공격 사건 당시 ‘숏컷 페미 논란’과 같은 제목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온라인 폭력’, ‘혐오’라고 규정한 외국 언론과는 사뭇 다른 태도”라고 했다. 한겨레는 “올해 들어 우리 사회 여러 분야에서 백래시가 확산되고 있다”며 “교사들이 학생들한테 ‘페미냐?’는 공격적인 질문을 받는 일이 많다고 한다. 언론과 정치권이 혐오 발언에 마이크를 내주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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