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최민희)가 추진하는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 모호한 기본개념 정의로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전문가 비판이 제기된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통심의위)가 혐오·폭력·선동 행위 규제를 명분으로 자의적인 심의를 남발할 가능성, 플랫폼 사업자가 신고를 빙자한 정치적 압박을 받아 온라인상 표현물을 자의적으로 삭제·차단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13일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 겸 민주당 언론개혁특위 위원장이 대표발의한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의견 보고서를 발표했다.
최민희 위원장이 지난달 23일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허위정보 유통 금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허위조작정보 삭제·차단 의무 ▲허위정보 손해액 최대 5천만 원 추정 ▲허위조작정보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 ▲징벌적 손해배상 '타인을 해할 의도'(악의) 추정 요건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손해액 산정이 어려운 경우 법원이 최대 5천만 원까지 손해액을 추정할 수 있도록 하고, '타인을 해할 의도'(악의)가 있는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5배의 배액 배상제를 적용하도록 했다.
안 교수는 혐오·폭력·선동을 막기 위한 불법·허위조작정보 유통금지 조항에 대해 "다의적 개념이 법문으로 규정될 경우, 자칫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거짓으로 법익을 침해하는 정보'의 유통을 금지한다는 조항에 대해 "법익은 살인죄에서는 사람의 생명, 절도죄에서는 재물의 소유권, 명예훼손죄에서는 사람의 외적 명예, 협박죄에서는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 등 각 범죄 유형에 따라 다르다"며 "그럼에도 거짓 사실을 드러내어 다양한 법익 중 어떤 법익을 침해하는지 특정하지 않고, 추상적으로 강학상의 용어를 법문에 명시하는 것은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반복적으로 폭행·협박·명예훼손·모욕 또는 증오심을 선동하는 정보'를 유통 금지한다는 조항에 대해 '반복'의 기준을 알 수 없다며 "방미통심의위가 자의적으로 판단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다.
안 교수는 "'반복'의 의미를 2회 이상, 3회 이상, 10회 이상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어떤 기준을 적용해 반복적이라고 하고, 이에 의해 폭행·협박·명예훼손·모욕 또는 증오심을 선동하는 내용의 정보를 유통했다고 방미통심의위가 심의·결정하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게시판 관리·운영자로 하여금 그 처리를 거부·정지 또는 제한할 수 있도록 명할 수 있다"고 했다.
안 교수는 "예컨대, 단체 대화방에서 카톡을 하면서 2~3회, 포털 게시판에 2~3회 선동성 글을 올렸을 경우에도 반복적으로 선동하는 내용의 정보를 유통한 불법정보로 볼 수 있을 것인지 여부는 오로지 방미통심의위의 자의적 판단에 의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이현령 비현령식의 불합리한 잣대로 판단하는 위험성이 있다. 공연성 없이 반복성만 있더라도 불법정보 유통에 해당한다면, 불법정보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안 교수는 '증오심' '선동' 역시 방미통심의위의 자의적 판단에 맡겨진다고 내다봤다. 안 교수는 "증오심이라는 것은 개인적 감정 차이로 인해 어느 정도에서 유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불명확하다. 감정적 판단 기준을 특정할 수 없다"며 "오로지 방미통심의위 자의적 판단에 의할 수 밖에 없게 되고 과도한 규제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고 했다.
안 교수는 "'선동'은 형법상 일반 대중에게 감정적 자극을 주어 특정 범죄의 실행을 결의하게 하거나 이미 존재하는 결의를 촉구하는 것을 말한다"며 "선동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어느 정도로 불법정보를 유통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 이 또한 오로지 방미통심의위가 자의적으로 '선동'을 판단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했다. 안 교수는 "형법상 '선동'은 내란죄, 내란목적살인죄, 외환의 죄, 폭발물에 관한 죄와 같은 중범죄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며 "즉 '선동'은 엄격한 적용의 한계를 가지는 행위"라고 부연했다.
안 교수는 '불법정보에 해당하는지가 불분명하더라도' 허위정보·허위조작정보 유통을 금지한다는 조항에 대해 "법문에서 스스로 불법정보인지 불분명한 상황을 전제하고, 정의 규정도 불명확한 허위정보·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는 것은 입법 기술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추상적인 이 규정은 규제의 범위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될 소지가 크다"고 했다.
안 교수는 '풍자'와 '패러디'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에 대해 "입법의 기본은 필요한 정의 규정이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예외가 되는 '풍자'와 '패러디'에 대한 정의와 허용 한계를 명확히 해야 함에도 이에 대한 규정은 없다. 용인될 수 있는 '풍자'와 '패러디'의 한계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은 법 규정에 명시되어야 한다"고 했다.
안 교수는 플랫폼 사업자가 '신중한 판단'을 통해 불법·허위조작정보의 삭제·차단을 할 수 있다는 조항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심대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 교수는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신중한 판단'을 거쳤다고 하기만 하면 삭제·차단 등 8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런데 '신중한 판단'의 기준, 정도가 매우 추상적·주관적이어서 자의적·독단적 판단에 따른 8대 조치 결정이 남발될 수 있다"며 "이 규정에 의해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신청에 의한 정치적 압박을 받거나 조종 당할 우려가 있다. 물론 이 규정보다 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임의적 임시조치(현행 정보통신망법 제42조의3) 규정은 아직도 존치되어 있다"고 했다.

안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 대상을 '사실이나 의견을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자'로 규정한 데 대해 "한국표준직업분류에 해당하는 직업을 의미하는 것인지, 유튜브 등 1인미디어의 채널을 통해 광고수익·슈퍼챗 등 대소액을 불문하고 영리를 얻는 사람이 해당하는 것인지는 전적으로 대통령령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며 "수익을 전혀 얻지 않고도 회원 수나 뷰 수가 많은 사람도 '업으로 하는 자'에 해당되는 것인지 의미가 매우 다의적이고 범위와 기준이 불명확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개정안은 정보통신망을 통하지 않더라도 타인을 해할 의도로 불법·허위조작정보를 공표한 자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묻겠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자신이 공표한 정보가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될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해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용된다.
이에 대해 안 교수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지 않고 공표된 불법·허위조작정보 내용이라면 형법 등 해당 개별법을 통해 형사처벌,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게 된다"며 "설령 '정보가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될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라 할지라도 정보통신망법을 적용하는 것은 모순이고 불합리한 입법"이라고 했다.
안 교수는 정치·경제 권력을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주체에서 제외하지 않은 데 대해 "팔이 안으로 굽는 입법을 추진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했다. 안 교수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주도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는 정치·경제 권력을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제외 대상으로 규정했다며 "결국 국회의원 등 정치인 자신들의 보복적, 입틀막식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허용한 것"이라고 했다.
안 교수는 중간판결을 통해 권력자의 터무니 없는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기각시킬 수 있다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중간판결은 종국판결을 하기에 앞서 종국판결의 전제가 되는 개개의 쟁점을 미리 정리·판단하여 종국판결을 준비하는 재판을 의미한다"며 "때문에 구속력도 당해 법원에 한정되고, 독립하여 상소할 수 없고, 종국판결과 함께 상급심의 판단을 받는다. 중간판결 여부는 법원의 재량에 맡겨져 있어 당사자의 신청이 있어도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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