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김민하 칼럼] 마지막 TV토론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발언 여파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준석 후보가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시사하는 표현을 네거티브 공세에 활용해 비판을 자초해놓고 반성하고 사과하기는커녕 이른바 ‘정면돌파’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준석 후보는 29일 “내 질문 가운데 어디에 혐오가 있나”라고 했다. “혐오의 낙인을 찍는 집단 린치가 계속되고 있다”, “굴복하지 않겠다”라고도 했다. 상대 후보자에 대한 정당한 검증을 시도했는데, 위선적 민주-진보 진영이 혐오라는 논리를 동원해 자신에 대한 음해와 공격을 선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준석 후보의 주장은 본질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이준석 후보의 행태는 그 자체로 문제다. 이준석 후보의 주장대로 후보자 검증이 맞다고 전제하더라도 TV토론에서 직접적으로 이 문제를 언급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검증의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당에서 성명이나 논평을 내는 방식으로 답변을 촉구할 수도 있고, 기자회견을 자청해 기자들에게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언론이 스스로 보도의 수위를 결정하도록 할 수도 있다. 이러한 모든 경로를 회피하고 피해자, 언론, 후보 본인 모두에게 윤리적 문제를 반드시 발생시킬 수밖에 없는 방식을 택한 것은 이준석 후보 스스로의 정치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그것은 어떤 판단인가? 파급력이 가장 높은 TV토론의 현장에서 확실하지 않은 의혹을 자신은 책임지지 않는 방식으로 언급해 손대지 않고 코를 푸는 방식으로 네거티브 공세를 수행하려 한 게 아닌가? 지금은 ‘후보 가족 검증’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문제를 TV토론에서 직접 언급할 때만 해도 이준석 후보는 그러한 목적이라는 언급을 한 바 없다.
오히려 이준석 후보는 논란이 커지자 기자들을 향해 자신은 단지 인터넷 상의 특정 표현에 대한 후보의 견해를 물은 것에 불과하다고 답변하기까지 했다. 그때는 해당 의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아들 문제라는 점이 공식적인 보도 등을 통해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직접 거론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준석 후보가 어찌됐건 이런 방식으로 언급을 한 덕분에 언론은 이 의혹이 이재명 후보의 아들과 관계된 논란이라고 보도를 할 수밖에 없게 됐고, 결국은 그러한 의혹인 것으로 확인이 되었다. 이재명 후보의 아들과 관계된 논란이라는 주장을 언론 보도를 통해 할 수 있게 되어서야, 이준석 후보는 이게 ‘후보 가족 검증’의 일환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준석 후보는 TV토론을 통해 저조한 지지율을 끌어 올리는 전략을 입안하고 실행해왔다. 1차적으로는 여론조사상 10%의 벽을 돌파하고, 2차적으로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대이재명 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이거나 차이가 없음을 증명하며, 3차적으로는 이재명 후보와 일대일 구도를 형성하겠다는 것이다. 이준석 후보 측은 1, 2차 목표는 일부 여론조사 수치를 통해 달성했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일은 원래 3차 목표 달성을 위해 기획된 네거티브전의 일부일 수 있다. 그런 거라면, 이준석 후보는 지지율이니 뭐니 하는 자신의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해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 묘사를 TV토론에서 활용하려고 한 것이다. 이것은 결국 여성을 폭력적 방식으로 성적 도구화했다는 점에서 혐오이다.

이준석 후보가 이 문제를 ‘후보 가족 검증’이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도 납득할 수 없는 점이 있다. 이재명 후보가 아들에 대한 경찰 수사에 개입했다거나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있다면 검증 대상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아들이 인터넷 사이트에 단 댓글의 내용이 대통령 선거의 중요 검증 대상이 될 수 있는가? 백보 양보해 영부인이 될 사람이면 또 모르겠다. 영부인은 선출되지 않지만 대외적으로 나라의 일부를 대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는 그렇다고 보기도 어렵다. 검증의 실익도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어떤 기준으로도 이준석 후보의 행태는 이해가 되지 않고 납득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심지어 보수언론까지도 이준석 후보 발언과 대응의 부적절함을 앞다투어 지적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이준석 후보는 이 상황을 ‘뭐든지 혐오라고 우기는 극단적 여성주의 세력과의 싸움’으로 포장하면 최소한 자신을 지지하는 콘크리트 지지층은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지지할 것이라는 계산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의 계산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것이 지금 한국 사회가 처한 비극이다. 그런 면에서, 이준석 후보에게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까? 이 비극으로부터 한국을 구해내야 한다는 것을 이 선거를 치르는 의미에 추가하게 해줬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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